21세기는 '창의력 시대'… 과학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라

21세기는 '창의력 시대'… 과학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라

<국가 미래,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에 달렸다> 8. 차의적 과학교육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

  • 승인 2010-11-07 13:14
  • 신문게재 2010-11-08 11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모방형 인적 자원을 토대로 단 시일내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다. 주입식 사고에 길들여진 인재들이 사회를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 창의적인 사고로 무장한 이른바 ‘창의적 인재’가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최근 이 같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인식하고 정부 주도로 현장 체험형 인성 교육을 적극 강화하고 나섰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전 세계 선진국들은 수십년 전부터 일찌감치 창의적 체험 교육을 일상적으로 도입했다. 창의적 과학교육이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편집자주>


▲세계는 창의 인재로 승부 건다=핀란드는 뉴스위크 선정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교육 1위=삶의 질 1위'라는 등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1996년 핀란드 교육부는 고등학교에서 이들 과목 커리큘럼 실험은 물론 실생활에 응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에 3400만유로(약 544억원)를 투입해 수학·과학 교육 강화 프로젝트인 'LUMA'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핀란드는 헬싱키공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LUMA센터를 설립해 학교와 대학, 산업체를 연결시키고, 과학·수학·공학에 대한 학습, 연구 역량 강화와 역량 있는 교사·교수 확보에 힘을 기울였다.

또 기업들도 학교 내 수학·과학 교육 수준을 높이는 데 참여하기 시작했다. 노키아를 비롯한 기업들은 별도 예산을 투입해 실험 기자재 구입, 수학·과학 교육 보조자료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스웨덴에선 1999년 8월 개원한 스톡홀름 기업가정신 대학(SSES·Stockholm School of Entrepreneurship)이 주목받고 있다. '스테판 페르손 재단'의 기부로 출범한 SSES는 종합대학인 스톡홀름대와 스톡홀름경제대, 왕립기술대, 카롤린스카대(의학), 콘스트파크(예술) 등 스웨덴 최고 명문 대학들이 멤버로 참여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의사, 예술가, 기술자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창업 아이디어의 사업화, 기업 운영 등을 함께 배우고 있다. 학부 및 석·박사 과정의 정규 학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공개강좌와 포럼, 워크숍 등도 개최한다

지난 2007년 미국 정부는 '미국의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교육시스템의 주요 요구사항에 관한 국가 행동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창의력 증진을 골자로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 로드맵 수립 등을 제시했다. 미국은 상당수의 창의력 함양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 운영한다.

한 해 앞선 2006년 영국은 창의성 교육을 위한 정부 지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창의력과 문화 교육 자문위원회(Creative and Cultural Education Advisory Board)'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문화예술분야의 창의성을 교육에 접목하기 위해 벌써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대표적인 범국가적, 창의성 교육 프로젝트인 CP(Creative Partnership)도 주목할 만하다. 건축가나 과학자, 미술가 등 다양한 방면의 예술가들이 직접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친다.

프랑스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수학습지원센터(세렌)는 질 높은 창의 교육 소스 제공을 목적으로 프랑스 전역에 설립, 운영 중인 네트워크 센터다. 전문가에 의해 품질 관리와 인증이 이루어진 2000여 종의 자료를 공교육 교사에게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이공계 엑소더스 ='수학·과학' 교육 기피와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도 벌써 10년이 돼 간다. 2000년 첫 적용된 7차 교육과정에서 초·중·고교생의 주당 수학·과학 수업시수가 줄어들면서 이공계 위기는 시작됐다. 이후 대학들이 수학·과학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고도 이공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입학전형을 바꾸면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 의대진학률은 △2007년 27.5% △2008년 39.2% △2009년 46.1%로 꾸준히 증가 하는 등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 절반정도가 의대 진학을 하는 등 과학영재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자유선진당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은 “최근 5년간 각종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학생 3명 가운데 1명은 과학기술분야가 아닌 의대로 진학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상을 받은 학생은 모두 174명이며 이 가운데 126명이 대학에 들어갔는데 33.3%인 42명이 의대로 진학했다.

지난해에는 13명의 대학진학생 중 6명(46.1%)이 의대로 진학했다.

또 한나라당 주광덕(경기 구리) 의원도 과학영재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예비학교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2003년 이후 △영재학교 1개교→3개교 △영재학급 225학급→1506학급 △영재교육원 196기관→316기관 등으로 시설이나 학생수는 크게 증가했지만 실제 과학영재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전 세계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국제학생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평균 과학적 소양은 2000년 1위에서 2006년에는 11위로 추락했다.

또한 2006년 조사에서는 과학에 대한 흥미도 부문에서 57개국 중 최하위권인 50위권을 차지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학생들은 지식을 습득하고 분석하는 훈련은 받았지만 스스로 사고하고 해결하는 창의력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매년 사교육을 위해 20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입시 점수를 올리기 위한 학원비와 과외비로 쓰인다.

▲창의적 인재 양성, 미래 위한 최고의 투자=올해 노벨상 시상식에도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초대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산업성장과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노벨과학상에 관한 한 여전히 '주변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원인 분석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 미흡과 역량 부족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 3일 발간한 '노벨과학상 수상 현황 분석과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노벨과학상을 공동수상하는 사례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최근 30년간 공동수상 비율은 78.9%에 이른다. 특히 물리학상의 공동 수상 비율이 86.7%로 높았다. 공동수상 비율은 1950년대를 기점으로 50%를 상회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서는 90%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첨단과학의 대형화·융복합화에 따라 개인 연구의 한계와 연구실패 부담을 최소화하고 연구자들이 보유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집단연구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상국가로는 미국이 최근 30년간 수상자의 54.5%인 116명을 차지해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은 1981년 후쿠이 겐이치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후 일곱 차례에 걸쳐 총 11명이 노벨과학상을 받았다.

유태인들이 각 분야별 수상자의 2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고 호주가 최근 크게 약진한 것은 창의적인 교육전통과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막스플랑크연구회와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등 연구자 중심의 연구소 출신 과학자와 여성 과학자의 수상이 크게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노벨과학상 수상 대응 방안으로 △국가 차원의 기초연구 추진 비전 수립 및 전담기관 설립 △개방형 혁신 체제 강화와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거점 설치 △선진 연구자의 도전적·창의적 연구지원 강화와 기초연구시스템 선진화를 제시했다.

또 최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바르 이에버 박사는 한국의 노벨상 수여가 가까워진 이유로 현대, 삼성, LG 등 세계적 수준의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이런 기업들의 존재가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대변하고 있으며 선진화된 과학기술의 최종 가치가 결국 상업화를 통해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를 주도할 선진 국가의 운명은 과학기술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 교육 강화를 위한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이 중요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국의 교육을 진단하면서 '산업화 시대에 맞는 규격화된 대중교육' 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며 '미래사회에는 지식기반 사회에 맞는 교육제도로 가장 먼저 개혁하는 국가가 강대국이 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지금은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 패러다임을 시급하게 전환해야 할 때다.<끝>/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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