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성공에는 대백제의 부활을 갈망하는 대백제전 조직위원회의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이들은 2년여의 준비기간 동안 축제의 성공을 위해 백제의 역사와 문화에 몰입해왔다. 이들을 대표해 이성우 2010세계대백제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으로부터 대백제전이 성공한 이유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장장 30일 동안 세계인들과 함께 한 가을의 역사문화축제 '2010세계대백제전'이 막을 내렸다. 지난 9월 17일 사비궁에서 개막식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폐막을 해 시원섭섭하다. 무엇보다도 큰 사고없이 행사를 마친 것이 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행사를 준비한 조직위 관계자는 물론 관람객들의 성숙한 관람 태도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위 관계자와 관람객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대백제전은 전 세계 28개국과 이명박 대통령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적 행사로 추진됐다. 공주와 부여, 논산에서 수상공연, 황산벌전투재현 등 모두 92개 프로그램을 운영해 찬란한 백제문화의 재조명과 역사의 정체성 회복, 도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기존 백제문화제와 달리 최대 규모로 치러진 대백제전 개최의 의미는.
▲삼국사기 '온조왕조'편에 보면 백제의 아름다움에 대해 '검이불루(儉而不), 화이불치(華而不侈)'라고 평하는 문장이 나온다.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다는 의미다. 당대 최고의 예술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백제금동대향로나 무령왕릉 금제관식,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서산 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을 보면 이같은 평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올해 대백제전은 이같은 백제의 아름다움과 백제문화가 갖는 매력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것인지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흔히 백제하면 의자왕과 삼천궁녀, 그리고 나당연합군에 의한 패망의 역사로 기억한다. 백제문화제는 이처럼 폄하되고 왜곡되었던 역사를 바로잡고 옛 충신과 열녀 등의 넋을 기리고자 시작됐다. 백제문화제의 뿌리를 찾아가는 일은 우리시대가 이어가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올해 세계대백제전의 개최로 백제 역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 백제문화의 세계화, 명품화를 통한 '글로벌 백제'를 지향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본다.
-최대 규모로 치러진 대백제전에 대한 자체 평가는.
▲당초 260만명 관람객 유치목표를 크게 초과했다는데 자부심이 크다. 더불어 폄하되고 왜곡되었던 우리 역사 인식을 바로 잡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성공한 축제라고 자부한다.
이번 2010세계대백제전이 한반도 5000년 역사 가운데 가장 화려한 문화를 자랑했던 1400년전 백제의 부활이라는 주제가 잘 드러났고 목적도 달성했다고 본다. 그 이면에는 백제의 우수한 문화적 자산 외에도 철저한 준비,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주민들의 헌신적이고 열성적인 참여가 밑바탕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분들께 모든 공을 돌리고 싶다.
-축제의 성공요인은?
▲백제가 고대국가중 가장 화려한 예술성과 문화의 우수성은 학교 교육 등을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하면서 유물유적이 무참히 파괴돼 국민들의 정서에는 백제에 대해 궁금함이 있었다. 대백제전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왕궁이나 능사를 재현하면서 백제의 흔적을 살펴 볼 수 있었다. 또 화려했던 백제의 역사를 실제 예술공연으로 보여준 수상공연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공주 무령왕의 영토확장 등 백제를 중흥시킨 스토리를 담은 '사마이야기' 부여에는 의자왕이 패망한 내용을 문화의 힘으로 극복하는 '사비미르' 등이 입소문을 타고 관람객을 불러 모았다. 백제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진 수상공연은 서울 등 전국으로 소문이 나면서 연일 매진이 될 만큼 관심을 받았다. 그 외에도 박진감 넘치는 황산벌전투재현, 말 123마리가 등장하는 기마군단 행렬 등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 운영이 축제의 성공을 견인한 것 같다.
-가장 인상깊었던 프로그램은.
▲수상공연과 황산벌전투 재현을 뽑고 싶다. 특히 수상공연은 인상 깊었던 동시에 나에게는 큰 고민을 안겨준 프로그램이었다. 대백제전 개막을 앞두고 태풍 곤파스와 폭우 등의 영향으로 수상공연장 조성이 늦어져 현장 리허설이라든지 무대 조명 등을 달 수 없어 애간장을 태웠다. 또 실경을 배경으로 한 수상공연은 국내에서 처음하는 시도였기 때문에 흥행 여부도 반신반의했다. 다행히 열심히 준비했던 만큼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으로 생각한다. 특히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기초로 제작해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황산벌전투 재현도 인상 깊다. 논산에서 계백장군의 5000결사대의 나라사랑 정신과 호국정신을 공연했는데 비가오는 와중에서도 2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주었고 큰 호평을 해서 감동을 받았다.
아쉬웠던 프로그램도 있다. 대백제 기마군단행렬의 경우 123마리의 말이 동시에 행렬을 이루다보니 말이 놀라는 돌발상황에 자원봉사자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는 등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관람객 및 연기자의 안전 대책 마련에 더 신경써야 하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대백제전 개막과 더불어 선보인 부여 백제문화단지의 향후 활용 계획은.
▲백제문화단지는 2012년 말까지 도에서 직영한 뒤 2013년 1월부터 롯데그룹에 20년간 위탁 운영하게 된다. 이에 따라 행사 주무대였던 부여 백제문화단지는 지난 19일부터 재개장했다. 사비궁에서는 '사비궁의 북소리' 등 3가지 공연, 백제의상 체험, 백제문양 탁본 등 9가지 체험 프로그램이 상설 운영되고 능사와 5층 목탑은 승려 자원봉사자가 운영하고 있다.
관광 인프라 구축으로 백제문화권은 이제 더이상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체류형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보강해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본다.
-반면 외국인 비중이 5% 안팎에 그쳤고 운영상 미숙으로 인한 관람객들의 항의도 있었는데.
▲한달 동안 찾아주신 관람객이 약 370만명에 이른다. 이중 일본, 중국 등 외국인은 20만명 가량이다. 관람유형별 비율은 내국인 94.5%, 외국인 5.5%로 우리가 목표로 했던 외국인 관람객 20만명 유치는 달성했다. 이는 전체 비율로 보면 적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국제행사에서도 전체관람객의 외국인 비율이 1% 이상이면 성공적인 축제란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외국인 관람객 방문에 대비해 찾아오는 길, 외국어 홍보물, 화장실 등 편의시설에 대해서는 준비를 많이 했지만 야외 수상공연이나 실내 영상물 상영시에는 영어자막 등을 넣지 않아 외국인들이 불편함을 느꼈다. 앞으로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 외국인도 백제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행사초기에 일부 원활하지 못한 진행으로 다소 불편을 준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때마다 적절히 시정하고 개선해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한달 동안 대규모 행사로 준비하다 보니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관람객들이 지적해 준 점을 꼼꼼히 분석해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
-2010세계대백제전은 끝이 났지만 백제문화제는 계속될텐데 향후 추진 계획은.
▲세계대백제전과 같은 국제적인 대형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관광인프라 구축에 큰 도움이 됐다. 또 행사기간 중 T20관광장관회의가 부여에서 열려 지역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본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수상공연 정기 공연화 방안이나 백제복식체험, 백제무예체험 등 상설 공연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즐길거리 등을 확충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야 한다.
충남도를 비롯해 모든 도민이 백제문화제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알다시피 올해와 같은 규모로는 매년 개최하기 어렵다고 본다. 당장 내년 백제문화제부터 규모나 기간이 올해보다는 크게 축소되어 개최될 것이다.
대백제전의 종합적인 평가분석과 언론, 문화계, 역사학자, 예술계, 축제전문가 등의 종합적인 의견과 재원분담, 민간에 의한 자율추진역량 배양 등 정밀한 진단과 대안을 모색해 향후 백제문화제의 추진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백제의 역사를 이어가려는 충청민의 노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올해 행사의 노하우와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백제문화제가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축제로서 위상을 이어가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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