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비법은 '창의력 살리는 교육'

노벨상 비법은 '창의력 살리는 교육'

<국가미래,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에 달렸다> 6. 노벨상의 나라에 가다

  • 승인 2010-10-24 13:19
  • 신문게재 2010-10-25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나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은 심사숙고한 결과, 이 문서로써 내가 죽을 때 남기게 될 재산과 관련하여 내 유언이 아래와 같음을 천명하는 바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노벨(1833-1896)유언장에는 우선 일가친척과 사업을 함께 하는 동료 및 직원에게 분배할 재산 내역이 열거돼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재산의 처리법은 “유언 집행인에 의해 안전한 유가증권에 투자된 재산으로 기금을 만들고, 거기에서 매년 나오는 이자를 지난해에 인류에게 가장 큰 유익을 가져다 준 사람들에게 상금으로 수여한다.” 이자는 모두 5등분해서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분야의 수상자에게 각각 나눠줄 예정이었다.

그 유명한 노벨상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노벨상의 나라’ 스웨덴을 찾아 노벨상을 타기위한 비법을 알아봤다.<편집자 주>


▲전 세계가 왜 노벨상에 집착하나=지난 11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피터 다이아몬드로 확정됐다. 이로써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11명이 모두 발표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뒤 올해도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성과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노벨상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은 시인은 8년째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물리학상에서도 아깝게 기회를 놓쳤다.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안드레 가임·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신소재인 그래핀을 흑연에서 찾아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의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그래핀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연구 성과만 놓고 보면 김 교수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평가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이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수상자 개인에게 최고의 영예이자 그를 배출한 국가의 위상도 높여준다. 세계 각국이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염원하고 수상자가 나오면 국가 차원의 축제로 받아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노벨상의 역사와 특징=노벨상의 창시자는 다이너마이트의 왕이자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던 알프레드 노벨(1833~96)이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판매해 엄청난 부를 쌓은 과학자이자 사업가였다. 당시 대규모 공사나 광산 개발에 사용되던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폭약이 마찰이나 충격에 민감해 대형 사고가 빈번했다. 노벨은 안전한 폭약을 만들어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했다.

니트로글리세린의 단점을 보완한 다이너마이트 덕분에 공사 현장에서의 사고는 줄었지만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다이너마이트가 전쟁터로 흘러들어가 강력한 살상무기로 둔갑한 것이다. 노벨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더 큰 인명 참사를 부른 셈이 됐다. 이를 지켜본 노벨은 전 재산의 63%인 3100만 크로나(현재 기준 2억 달러)를 사회에 환원하고 인류를 위해 공헌한 사람들을 위한 노벨상을 제정했다.

노벨상은 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남긴 유산으로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기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노벨상에 대한 호기심은 증폭됐다. 후보자의 국적을 문제 삼지 않는 국제적인 성격도 노벨상의 인지도를 높였다. 국경을 초월해 후보자를 선출한 덕분에 해마다 상을 수여하면서도 뛰어난 업적의 후보자를 계속 찾아낼 수 있었다.

▲노벨상,‘창의성 위주 교육과 국가 지원’뒷받침돼야=노벨상은 1901년 처음 시작돼 올해까지 817 명(단체나 기관 제외·공동 수상자 포함)이 수상했다. 수상자의 면면을 따져보면 유대인이 184명이나 된다. 인구 수에 견줘보면 유대인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 본토 인구만 13억 명에 달하는 중국계는 지금껏 수상자 9명을 배출했다. 중국인 수상자는 올해 평화상을 탄 류사오보가 유일하다. 15억 명으로 추정되는 무슬림 중 노벨상 수상자는 9명이다. 세계로 흩어진 유대인의 전체 인구는 1400만 명에 불과하다. 이 적은 인구에서 거의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대인의 우수성을 환경의 산물로 해석했다. 낯선 땅에 흩어져 늘 억압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학문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유대인들은 ‘창의성 교육의 효과’라고 자평한다. ‘탈무드’의 저자 마빈 토카이어는 “노벨상 수상률이 높은 건 토론과 질문을 강조하고 부모가 자녀와 함께 공부하는 교육 방식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올해까지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 일본도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2000년부터 기초과학 분야에서 거의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들의 비결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프로젝트다. 눈앞의 성과만 바라보고 응용 분야에 치우치는 대신 국가가 정책적으로 기초과학 분야를 지원해 수준을 끌어올렸다. 투자도 과감했다. 영국 통상산업부(DTI) 발표를 보면 일본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795억6000만 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다. 우리나라는 124억8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학교, ‘스웨덴’=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스웨덴 연수를 다녀온 회사원 김모(40)씨는 “한국에서는 말이 없던 아이가 스웨덴에서는 즐겁게 수업하는 선생님 덕분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에서는 발표도 전혀 안 하는 소극적인 아이였는데 스웨덴에서는 영어 발표도 척척 잘하더라”며 “스웨덴 교사가 ‘발표를 아주 잘한다’고 아이를 칭찬하며 재밌게 수업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스웨덴의 중학교 영어 수업도 참관한 적이 있는데 초등학교처럼 퀴즈, 편지 낭독, 팝송 부르기로 흥미를 유발해 한 반 20~25명 아이 중 자는 아이가 하나도 없었다”며 “스웨덴에선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고등학교는 교원평가제와 팀티칭 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에게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2~3개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웨덴 왕립대 2학년 알렉산더 에드슨롬(물리학 전공ㆍ현재 KAIST 교환학생)은 “한국과 비교할 경우, 스웨덴 교육은 실용적인 부문을 강조하는 편”이라며 “한국에 와보니 이곳 학생들은 오직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모범답게 국민에게 평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놀이와 교육을 잘 조합한 유치원에서부터 정부 지원을 받는 국민 학습 동아리 조직까지 국민들은 배우고 싶은 것을 언제든 배울 수 있다.

스웨덴에선 1999년 8월 개원한 스톡홀름 기업가정신 대학(SSES·Stockholm School of Entrepreneurship)이 주목받고 있다. ‘스테판 페르손 재단’의 기부로 출범한 SSES는 종합대학인 스톡홀름대와 스톡홀름경제대, 왕립기술대, 카롤린스카대(의학), 콘스트파크(예술) 등 스웨덴 최고 명문 대학들이 멤버로 참여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의사, 예술가, 기술자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창업 아이디어의 사업화, 기업 운영 등을 함께 배우고 있다. 학부 및 석·박사 과정의 정규 학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공개강좌와 포럼, 워크숍 등도 개최한다.<스웨덴 스톡홀름=배문숙기자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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