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하버드' 한국교육 수출 국제대학으로 키울 것

'아시아의 하버드' 한국교육 수출 국제대학으로 키울 것

■ 전용욱 솔브릿지 국제대학 부총장

  • 승인 2010-10-13 14:04
  • 신문게재 2010-10-14 9면
  • 박은희.사진=지영철 기자박은희.사진=지영철 기자
솔브릿지 국제대학 전용욱(59) 부총장. 올해 3월 부임해 공식적으로 한 학기를 마쳤다.

20여년간 몸 담았던 서울권 대학의 교수직을 저버리고 지방대학을 선택한 전 부총장. 인생의 안정기에 들어선 50대 후반의 ‘반란(?)’에 어떤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고개를 저었고, 어떤 이들은 지극히 그 다운 결정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역 대학 부총장으로 제2의 인생을 꾸리고 있는 전 부총장에게 새로운 삶을 선택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서울권 대학 교수직을 사직하고 지방대 부총장을 선택한 이유는.

▲50대 후반에 들어서니 '일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더 늦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 속에서 변화, 도전을 꾀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부총장을 선택한 데에는 이사장과 교육 마인드에 대한 교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총장으로 오기 7개월 전쯤 이사장을 만났다. 당시는 대전과 인연도 없었고 대전에 대해 아는 것도 전혀 없었다. 단지 우송대의 이름만 알뿐이었다.

그런데 이사장과 이야기하며 솔브릿지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국내 대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로 키우겠다는 이사장의 비전에 공감했다. 국제경영 전공자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경영대학의 구제화 실현을 꿈꿨던 내 생각과 공통되는 것이었다. 여전히 내 선택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솔브릿지를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의 비전을 설명하면 격려하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좋은 결과가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총장으로 부임해 한 학기를 지냈다. 대학 교수와 부총장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20여년 동안 교수로 살았다면 이제는 CEO로 살아야 한다. 단적으로 비교하자면 교수는 자신을 위해 살면 되지만, 부총장은 남을 위해 사는 자리라고 말할 수 있다. 교수는 자신에 대한 책임만 다하면 되지만 부총장은 학생, 직원, 교수 등 모두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활동을 하는 등 자신만의 꿈과 비전을 꾸려가면 됐지만 이제는 조직의 비전을 생각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또 교수 시절에는 개인의 명성을 위한 주관적인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조직의 재정적 안정, 기반 형성 등까지도 고려하며 생활을 해야 한다.

-솔브릿지 국제대학 부총장의 역할은.

▲솔브릿지가 한국경영교육을 수출하는 대표 국제대학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우선적으로 '아시아의 하버드 대학(Becoming Harvard Business School of Asian by 2010)'이라는 분명한 비전을 세웠고, 그 비전을 교수와 학생들과 소통하며 공유하는 데 집중을 하고 있다.

또 솔브릿지만의 시스템 빌딩(System building) 구축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학교 운영의 체계화로 대학의 비전이 지속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네트워크 빌딩(Network building) 구축도 주된 역할에 속한다. 차세대 인재 육성이라는 솔브릿지의 비전을 수행하기 위해 관계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저명 CEO 등의 초청 강연도 연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신만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엄청난 창의력을 갖고 태어난다. 그런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솔브릿지는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이 있는 만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여기에 따뜻한 가슴과 균형감각을 갖춘 리더를 키워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5가지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눈은 범세계적인 시각으로 글로벌을 지향하며 입은 다문화를 수용하고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 돼야 한다. 두 손은 아시아적인 전문 지식을 담을 수 있어야 하며 두 발은 창의적 경영 마인드를 키워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슴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따뜻함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생각하고, 소통하고, 행동하는 '사고의 리더'를 만들자는 것이 나만의 교육 철학인 것이다.

-솔브릿지 국제대학만의 특징을 설명해 준다면.

▲솔브릿지는 한국의 경영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 학생들에게 교육을 수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학교는 대전에 위치하지만 학생들의 지향점은 세계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솔브릿지에는 세계 39개국에서 온 500여명의 학생들이 수학하고 있다. 전체 학생 중 한국학생의 비율은 약 15%이며, 교수진도 80%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외국학생의 경우 본국어, 영어, 한국어를 기본으로 하며 한국학생 역시 한국어, 영어, 제3국가 언어 등 3개 국어를 습득하고 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또 1년 4학기제로 운영돼 빠르면 3.5년에 학부 과정을 마칠 수 있으며 석사 과정도 1.5년에 졸업이 가능해 진로 선택을 빨리 할 수 있다.

-솔브릿지 국제대학 졸업생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상당수 학생들은 졸업 후 해외진출이 활발한 한국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만큼 솔브릿지는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프렌즈 오브 솔브릿지(Friends of SolBridge)'라는 프로그램을 개발, 기업과 학생들을 연계하는 기회를 늘리고 있으며 학생들에데 더 좋은 인턴십 기회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학생들에게 생생한 한국기업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매월 국내 기업 CEO의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매일경제, 현대카드, 삼성자산운용, S-oil 등의 CEO 특강을 실시했으며 LG 인화원과 SK CEO의 강의도 예정돼 있다.

39개국 출신 학생들이 한국 경영을 공부하며 아시아의 경영지도자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만큼 솔브릿지는 기업에 인재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삼성 SDI, 하이닉스 등 국내 국지 기업의 채용팀이 대학을 방문해 졸업생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솔브릿지 국제대학에 거는 기대는.

▲솔브릿지는 아시아지역 경영교육의 표준이 될 것이다. 아시아경영을 배우기 위해 외국학생들이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며, 우리의 선진경영기법을 배우고 갈 것이다. 솔브릿지의 규모는 작지만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아시아지역의 명문 경영대학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솔브릿지의 세계화는 대전의 세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솔브릿지의 밝은 미래는 충청 시민들의 밝은 미래이기도 하다.

-새로운 경영학 이론을 제시하며 한국경영학회에서도 주목받는 인물로 알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국경영학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역할은 무엇인가.

▲솔브릿지 부총장과 한국경영학회장이라는 큰 일을 동시에 맡게돼 어깨가 무겁지만 두 역할의 윈윈을 통해 학교와 학회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한국경영학회는 미래지향적인 경영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학회다. 임기 1년 동안 학회장으로 산업계의 고민을 해결하고 정신적 지주로 학회를 이끌고 자 한다. 학회와 솔브릿지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학교, 기업, 컨설팅업계 관계자의 모임을 상시화 해 산학협력의 기반을 조성하는 동시에 지방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솔브릿지는 그 중심에서 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지역대 부총장으로 지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유명대학들은 대부분 서울에 위치해 있지만, 미국에는 의외로 유명대학들이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곳은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돼 있어 '칼리지 타운(College Town)'이라고 불리며 학교의 학생들과 직원들이 지역사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도 학교 운영에 굉장히 협조적이다.

이미 솔브릿지 주변에도 솔브릿지 학생들로 인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주변 식당에 외국어로 된 메뉴가 생기고, 영어로 서비스가 가능한 은행 지점도 생겼다. 우리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이방인이 아닌 주민,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우리 솔브릿지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이며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지역 사회와 솔브릿지가 서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박은희·사진=지영철 기자

※ 전용욱 부총장은 누구?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술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와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후 미국 메릴랜드 한국분교 촉탁교수를 역임했으며 20여년간 중앙대 경영대 교수로 몸담으며 중앙대 경영연구소장, 경영전문대학원장을 지냈다.

또 국내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직을 맡는 등 현장경험이 많은 경영전문가로 2010년 한국경영학회장으로 취임했다. 현재는 솔브릿지 국제대학 부총장 겸 솔브릿지 경영대학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경영학 산책』, 『국제경영』, 『21세기 미래경영』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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