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소통을 통한 민주주의 발전을 희망하는 안희정 지사는 취임 후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이며 도민의 기대를 얻고 있다. 충남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 도정 운영 100일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편집자 주>
▲어느새 3개월째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도민들이 주신 고귀한 뜻 겸허히 받들면서 더 좋은 충남의 행복한 변화를 위해 한발 한발 내 딛고 있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다. 매일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도지사로서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는 지방 재정권과 독립적인 의사결정권이 미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혹스럽기도 했다.
도민들이 도지사를 뽑을 때는 도지사로서 그에 합당한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교육과 복지, 보육과 노인문제, 중소기업지원문제, 일자리 창출 문제 등을 도지사가 나서서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살펴보니 수많은 재정적 수요가 발생하는 일들이 산재해 있는 것과는 달리 재정적 여력이 너무 부족하다. 심지어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단순 전달자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는 모든 자치단체장들이 공통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독립적 재정 확보 방안 마련 등 여러 방안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해안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도지사 취임 후 발생한 피해여서 걱정이 많았을 것 같은데.
▲지난 달 1~2일 서해안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로 인해 보령과 서산 등 서해안 지역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니 참혹한 현실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농민들을 만나면서 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행정의 목적이 주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 한다면 도지사로서 어려운 여건에 처한 도민들을 위한 행정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아픔을 빠른 시일에 치유하고 자연 재해로 인한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등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겠다.
-취임 후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제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겠느냐는 의심도 있는데.
▲이번 주면 16개시군 방문을 마치게 된다. 시군을 방문하면서 도민들에게 도정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드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기대갖게 했다면 100일간의 과정이 보람있는 출발을 했다고 생각한다. 취임 후 대화와 소통을 강조한 것은 대화와 소통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경제의 발전보다 민주주의 발전을 이뤄내야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마음과 마음을 열어 대화하고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민과 함께 이뤄내고 싶다. 도민과 자주 만나고 대화하고 토론한다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분위기가 정착될 것으로 확신하다.
-도민 중에는 기대했던 변화가 현상적으로 보였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는데.
▲단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또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조급해 하지도 않을 것이다. 도지사가 단기간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욕심을 내면 두 가지 위험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무언가를 급조하는데 따르는 위험성과 한쪽의 입장에 편중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초기 전봇대가 많아 물류 수송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해 전봇대를 뽑은 일이 부각됐지만 이를 통해 얻은 변화는 많지 않다. 또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목도할 수 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쥘 순 있을지 몰라도 이를 통해 본질적 변화는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다.
취임 초기에도 말씀드렸듯이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종합행정을 펼쳐나가면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이해당사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수렴하고 대화로 조정해 나가면서 행정의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겠다. 슬로건으로 내세운 '행복한 변화'라는 표현에는 변화의 동력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상의 살림을 수행하듯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행정에도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
-2010세계대백제전이 종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성과와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관람객 200만명을 돌파하면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합쳐진 결과로 생각하고 준비에 애쓴 도민과 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백제는 고대 동방문화의 찬란한 꽃을 피웠고 이를 일본, 즉 당시 왜의 아스카 문화에 큰 영향을 준 문화 강국이다. 이같은 백제문화의 창조성과 개방성, 진취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이를 선양해 나가자는 것은 우리 후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후 대백제전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우수한 백제 역사와 문화를 후손들이 가꾸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찾게 됐다.
특히 앞으로는 역사문화를 활용한 관광 산업이 주요한 관광 자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백제 역사와 문화를 가꾸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세계대백제전을 통해 소개된 백제문화단지는 앞으로도 역사테마파크로 개발될 예정이다. 하지만 백제 왕궁을 재현한 사비성과 현대적 건물 등이 근접해 있어 단지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는데.
▲지적에 공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니 백제재현단지가 실질적으로 사람의 휴식터가 되고 방문지가 되는데 리조트와 함께 결합돼 운영되는 것이 시너지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단, 백제 역사재현 단지를 살려 나갈때만 리조트도 활성화될 것이고 리조트도 잘 돼야 사비성 등 백제역사 재현 단지도 주목을 받을 것이다. 서로 윈윈게임이냐, 시소게임냐 판단해 봤을때 현재까지는 윈윈게임의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조성될 리조트 내 아울렛 등 조성 시에는 백제시대의 역사·문화적 흔적과 DNA를 녹여 관람객이 발견할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
-세종시 원안 추진이 설치법 문제로 공전하고 있다. 정치권 공략 등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데.
▲세종시 수정안이 지난 6월 국회에서 부결된 후 원안대로 추진이 가속화 되고 있다. 세종시 설치법에 대한 우리도 입장은 이미 국회에 계류중인 세종시 설치법(안)에 다 담겨져 있다. 그동안 세종시가 성공적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협력과 지원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세종시와 우리도가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명품도시 건설에 충청권이 함께 결집하도록 노력하겠다.
-내년 단행될 조직 개편을 놓고 안팎의 관심이 높다. 조직개편 방향과 인사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도지사가 새로 취임했기 때문에 유난떠는 조직 개편은 안할 예정이다. 세간 살이 다 들어내고 다시 정리한다고 부엌 살림 나아지지도 않고 충남도정이 그동안 허술하게 운영되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전제로 민선 5기 조직 재설계 방향은 기존에 수행해 오던 정책 과제를 토대로 민선 5기 정책적 환경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연탄 피우던 아궁이에 가스레인지 들어오면 주방생활에 변화가 있듯 도정 운영도 시대 변화에 따라 이 정도 수준의 변화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정 운영상 불합리한 기구를 조정하고 행정수요자 중심의 정책생산 및 환류기능 보강 차원에서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다. 현재 직원 및 교수 등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있다.
인사 문제도 기존에 운영하던 실국장 책임경영제와 성과관리제를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취임 후 충남도가 내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실국장 책임경영제와 성과관리제를 살펴봤는데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으로 판단돼 이 흐름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주산 급수로 평가하던 것을 워드프로세서 자격으로 평가하던 것처럼 이 제도가 보다 내실을 기하려면 기존의 성과관리 지표가 조금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어 시대에 맞는 성과관리 지표를 개발할 필요는 있다. 직원들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그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사를 펼쳐 나가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민선 5기 역할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의 성원 속에 확실히 업무를 파악하고 도정 운영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도민 여러분을 만나고 도정에 관한 이야기도 귀담아 들으면서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한 민주주의가 뿌린 내린 충남을 만들어 나가는데 도민과 함께 하겠다. 대신 당장에 변화를 이뤄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물길을 냈다고 바다까지 흘러가는 모습을 보려고 조급해 하지도 않겠다. 성실하고 꾸준히 일해 4년 뒤에 꾸준히 잘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도민 여러분의 참여가 원동력이 돼야 한다. 여러분과의 소통 속에서 발전 할 수 있는 만큼 지금까지 주신 관심과 신뢰 변함없이 보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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