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8년 원자력 연구소 회계 시스템 프로그램을 구축, 핵연료 국산화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 도입 용역 관련 세금 30억원 추징 문제를 2년간 다툼에서 승소시킨 숨은 주역이다.
냉철한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회계담당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상과 초월, 또는 공감각적 현실비판적인 모더니즘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행정원.
그는 고등학교시절 동네 형의 권유로 '돌샘'이라는 문학동아리를 접하면서 창작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이후 대학 학보사에 들어가면서 학보사편집국장까지 맡았지만 그당시 유신반대데모에 휩쓸려 정학을 당하는 등 다소 불안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1990년대 들어서 시집 '가슴에 앉힌 산 하나'를 출간하고, 국선도 수련을 하고 명리학·정신분석학을 공부하며서 10여년 동안 문학서적과는 거리를 두게된다. 하지만 문학판에 다시 돌아와 세번째 시집을 펴내고 문학마당 주간 등으로 활동하면서 다시 재개의 발판을 삼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문학을 다시 시작한 것은 2002년이었다.
“시인으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퇴근 후 집에서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어요. 동서양 철학과 미학을 시작으로 심리학 등 인문학 전반에 대한 공부에 심취했지요. 그의 시 세계의 주제의식은 지난 2008년에 펴낸 시집 '비밀정원'에 녹아있다. 시인은 특유의 입담으로 내밀한 일상을 그려낸 후 신화, 전설, 우주적 현상까지로 상상력의 진폭을 넓혀간다.
'정원의 입구가 드러났다 / 입구 안에는 황금사과가 새벽의 어둠 속에서 빛났다 / 곧 사라질 신비를 향해 심장이 두근거렸고 / 발걸음을 멈춘 내 자아를 / 늙은 역사가 호기심으로 쳐다보았다 / 늙은 역사가 내 뒤를 따르면 비밀은 새 이름을 지울 것이 분명했다 / 정원의 입구를 그냥 지나쳤다' -'비밀정원' 중에서
시를 '정신적인 수련'을 위해 쓴다는 김 시인은 “인간에게는 두 가지 욕망이 있는데 죽은 뒤 영속하고 싶어하고, 예술·문화적인 결과물을 낳으면서 후세에 영원히 전달하고자 한다”라며 “일반인은 보통 자식을 낳으면서 생물학적으로 욕망을 해결하고, 시인은 역작을 통해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데 나 역시도 그렇다”고 말했다./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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