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원장은 시정을 선도하는 선제적 정책개발로 시민과 공무원들에게 감동 주는 연구원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의 현안사업 해결방안과 지방재정 확충방안, 지역발전 성장동력 등을 이 원장으로부터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학에서 26년 동안 도시행정론을 강의하고 연구한 사람으로서 행정실제에 참여해 대전발전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실 연구실에 갇혀 있다 보면 아무리 이상적인 도시모습을 상상해 봐도 현실화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데서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번에 행정실제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연구실에서의 이론과 현장의 실제를 멋지게 접목해 볼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동안 쌓아온 주위의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멋진 대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시정발전을 위해 새롭게 연구에 중점을 둘 분야가 있는지.
▲아마도 많은 시민들이 시정의 우선순위를 지역경제 활성화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경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닥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일자리창출을 위해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민선 5기의 정책과제라고 본다. 다행히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하게 되어 대전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세종시의 토지와 인구 압력으로 대전은 비약적인 발전의 기회를 맞게 된 만큼 이를 수용할 준비태세를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
-대전발전연구원 조직역량 강화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주어진 과제 처리에 급급한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시정을 선도하는 선제적 정책개발로 공무원들과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존중받는 연구원으로 거듭나겠다. 조만간 TF팀을 구성해 연말까지 조직정비를 할 생각이다. 내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마인드를 바꿀 수 있는 조직과 인적쇄신을 하는 것이다. 교통, 환경,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 3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대전시의 성장동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나?
▲대전의 성장 동력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게 아니고 대전이 갖고 있는 역사적 자산과 잠재적 가치에서 찾아야 한다. 우선 대전은 대한민국의 과학수도다. 지난 30여년 넘게 40조원을 투자해온 대덕연구단지에서 대전의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대구나 광주가 과학특구로 지정될지 모르겠지만 대전의 노하우를 따라 오는 데는 몇 십년이 걸릴지 모른다. 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해 대덕연구단지의 성과를 상용화하고 그 과실이 대전에 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대전은 역사적으로 교통과 유통의 도시다. 이점을 활용해 의료관광과 컨벤션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대전시는 번번이 국책사업에서 탈락하는 뼈아픈 경험이 있다. 어떻게 하면 국책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나?
▲다른 도시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국책사업 유치에 실패한 것은 현 정부가 충청권에 대한 홀대정책 기조를 유지해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또 하나 국책사업유치를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책사업유치를 위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대전지역의 역량이 총동원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협한 인적 자원들로 대응해 온 것이 실패를 자초한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새로운 국책사업이 남아 있다면 여야를 떠나 대전지역사회의 모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미리 미리 인프라를 준비하는 것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전에는 중앙정부와 연결되어 있는 KAIST 교수들과 대덕연구단지 연구원, 그리고 3청사 공무원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국책사업유치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므로 평소에 네트워크를 잘 갖춰야 한다.
-자치구의 지방재정이 어려운 처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 보는가?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현 정부 들어와 종합부동산세 등 소위 부자감세를 추진하면서 더욱 어려워진 측면이 많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해 무리하게 토목공사를 벌이면서 재정적자를 떠안게 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수도권에 편재된 세원을 단기적으로 시정하기 위해 수직적인 재정균형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수도권 과밀세 등을 도입해 지방에 재정이전을 과감히 시도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방에 세원이 존재할 수 있도록 수도권을 규제하고 지방균형발전을 촉진하는 특단의 조치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방의 고질적인 재정부족현상을 해결할 방안이 없다고 본다.
-원도심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원도심 재개발이 시정핵심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서남부권 개발사업과 병행하면서 탄력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원도심 활성화와 서남부권 개발사업을 경쟁적인 관계로 바라보는 데서 그런 비판이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원도심이 지난 20년 동안 서부권 개발로 공동화를 겪은 건 사실이지만 이제 원도심의 땅값도 어느 정도 안정되고 대전역을 중심으로 하는 도심의 기능이 회복되면서 새로운 개발수요가 발생하고 있어서 경기가 호전 기미를 보이기만 하면 바로 재개발 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가 될 뿐 아니라 대전시 역시 변화를 앞당길 여러 유인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서남부권은 호수공원 조성 등 명품도시조성계획과 맞물리면서 대전 시민뿐 아니라 외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공간으로 거듭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서남부권은 주거기능과 더불어 상업기능, 스포츠테마파크 등이 어우러진 복합도시공간으로 매력을 끌 것이다. 또한 세종시 원안추진은 서남부권 개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올해는 '2010년 대충청방문의 해'다. 대전의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전은 의외로 볼거리와 배울거리, 먹거리가 많은 도시이면서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전은 전 세계 네개 나라뿐이 없는 장수거북이가 있는 도시이고, 전국에서 제일 긴 맨발 마라톤을 위한 황토길이 조성돼 있는 등 자랑거리가 많은 데도 시민들 조차도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대전을 제대로 홍보하기 위해 이를 전담할 전문기구로 대전도시마케팅공사 내지 진흥원의 설립이 시급해 민선 5기 중요 공약사항에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대전을 체계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어 고부가가치산업인 관광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원촌동 하수종말처리장 이전 문제를 놓고 용역이 진행중인데,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한마디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민선 4기 때 박성효 전 시장이 원촌동 하수종말처리장의 이전을 반대하다가 다시 이전하는 쪽으로 바꿨고 민선 5기 염홍철 시장도 이전을 전제로 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주민과 어떤 약속을 했으면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시를 믿는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전을 전제로 용역을 추진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뭔지 차츰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처리시설의 1ㆍ2단계는 신동과 대동으로 옮기고 3단계와 4단계를 지하화한 뒤 이전하는 1ㆍ2단계 부지에 주민 휴식ㆍ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문제를 가지고 시민투표 얘기도 있지만, 다수의 횡포라고 본다. 주민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시민과 대전시 공무원에 당부의 말은.
▲지난 4년 동안 대전시는 로봇랜드, 자기부상열차,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좌절적, 부정적인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을 해보지도 않고 절망감에 빠져서는 큰일을 해낼 수 없다. 긍정적, 낙천적인 사람에게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용기를 갖는 것이고 이 문제를 염홍철 시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이창기 원장은 누구?
◇학력
· 전북대학교 정치학 학사
· 서울대학교 행정학 석사, 박사
◇주요경력
· 현 대전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 현 병무행정발전시민위원회 위원장
· 현 교육인적자원부 평생교육진흥원 법인 이사
· 현 대전시 시사편찬위원회 위원
· 현 선진대전창조포럼 공동대표
· 현 대전시 중구포럼 수석대표
· 현 국회의장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자문위원
· 전 신행정수도포럼 공동대표
· 전 국무총리실 지방이양실무추진위원회 위원
· 전 한국정치ㆍ정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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