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왕실에 관한 모든 업무를 일괄적으로 담당하는 궁내부에 평식원이라는 관청이 설치됐다. 평식원은 도량형 업무를 관장했는데, ‘도량형 규칙’을 제정해 도량형 제도를 법제화했다. 중요한 사실은 이 시기 우리 고유의 단위인 ‘결부속파법’에 미터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1 줌은 1 ㎡, 1 단은 10 ㎡, 1 짐은 100 ㎡, 1 목은 10000 ㎡로 정하는 식이었다. 이처럼 결부속파법은 10진법 단위인 미터단위와 일치하는 단위체계로 재정비되었다.
한편 거리 측정에서도 1 주척은 0.2 m, 1 보(6주척)는 1.2 m, 1칸(10 주척)은 2 m로 정의해 그 값을 나타냈다. 1905년에는 이런 내용의 도량형 규칙들이 대한제국 법률 1호가 되었다.
도량형 체계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노력은 조선시대 말 열강의 침략으로부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중 하나였던 셈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여러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에 국가의 표준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한일합방으로 이 모든 일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미터법이 제대로 시행을 맞게 된 것은 광복 후의 일이다. 1959년 미터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1961년 국제단위계를 사용하는 계량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1963년부터 국제표준인 국제단위계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법정 계량단위로 채택하면서 거래와 증명에 국제단위계 외에는 쓰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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