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선 프랑스 국내로 범위를 좁혀 파리의 도량형을 표준으로 삼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만약 당시 분위기가 프랑스의 국내 도량형 통일을 목표로 했다면 파리를 기준으로 하자는 이 같은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랑스 과학자들은 이보다 훨씬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합리적인 도량형 체계를 제대로 만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도량형은 인류 전체의 공통 유산인 '자연'에서 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로운 질량과 길이의 표준은 어느 한 시대나 권력자에 속해서는 안되며, 어느 누구에게도 특별히 이로우면 안되는 것이었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어야 했다.
그래서 당시 학자들은 오직 자연에서 구한 표준만이 영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중 무엇을 표준으로 삼아야 할까? 당시 과학자들은 오랜 고심 끝에 지구의 크기에서 표준을 얻기로 결정했다.
지구의 둘레를 바탕으로 길이의 단위를 정하자는 주장이었다. 지구의 자오선을 기준으로 삼고, '지구의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의 100만분의 1을 길이의 단위로 삼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표준을 제쳐두고 그렇게 멀리서 찾을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한 척도를 세상의 크기에서 구하는 것만큼 적절한 게 없어보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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