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g 공 하나로 세계가 울고 웃고... 그 속엔 비밀이

440g 공 하나로 세계가 울고 웃고... 그 속엔 비밀이

● 축구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

  • 승인 2010-06-20 13:20
  • 신문게재 2010-06-21 11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공 하나를 두고 22명의 선수가 뛰어다니는 아주 단순한 모습에 세계가 울고 웃는다. 그러나 축구경기 속에도 심오한 원리가 숨어있다.

현재와 같은 축구공의 제작 원리에는 물질의 가장 안정된 구조를 찾는 화학의 세계가 있었고, 축구공의 움직임 속에도 물리학의 원리가 숨어있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인호 박사는 “축구는 비과학적인 통제 불능의 스포츠가 아니고 물리와 화학의 이론과 실험이 그대로 적용되는 신비한 과학의 세계”라고 말했다.이 박사의 도움으로 축구 속에 숨어있는 과학의 세계를 찾아가 본다.<편집자 주>


▲ 환상의 프리킥
▲ 환상의 프리킥
▲가장 안정된 축구공의 구조=축구공은 둥근 모양의 가죽으로 일정한 크기와 무게, 공기압력을 가져야 한다. 정이십면체에서 꼭지점을 자른 모양이다.

각 모서리 선상을 3등분한 각 지점들이 3차원 공간에서 60개의 점이 된다. 이 점이 바로 축구공의 껍질 조각들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점들을 연결하면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육각형 조각들로 구성되는 축구공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분자 크기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60개의 탄소 덩어리인 C60은 축구공의 모양과 똑같다.

나노 세계의 축구공이라고 할 수 있다. 1985년 크로토, 스몰리 등이 헬륨 가스 안에서 흑연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가장 안정된 탄소 구조를 찾아냈다. 이것이 C60이다.

모형을 만들어 바닥에 떨어뜨려도 튀어 오를 정도로 안정된 구조다.

강한 원자간 결합을 하고 있어 다이아몬드 만큼 안정성이 높다. 미국의 건축가 풀러가 고안한 다양한 돔 모양의 건축물이 ‘벅민스터 풀러렌’이라고 불린다.

이 신물질은 여러 분야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탄소 나노튜브처럼 생체에 주입되는 물질을 운반하는 캡슐로 사용될 수 있고, 고온 초전도체나 폴리머 소재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축구공의 모양과 일치하는 C60은 심오한 기하학적 해석과 함께 실제 자연 속에 존재하는 안정적이고 신비한 구조물이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대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 스타플레이어들의 대거 탈락, 새로운 스타플레이어들의 등장, 해발 1500m 이상의 고지대 등 다수의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공인구로 채택된 ‘자블라니(Jabulani)’도 변수 중의 하나다. 역대 월드컵 공인구 가운데 가장 둥글기 때문이다.

자블라니는 14개의 조각을 더욱 줄여 8개의 가죽조각으로 이어붙인 공. 역대 월드컵 공인구 중에 가장 구(球)형에 가깝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자블라니는 팀가이스트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지만 반발력 편차가 조금 커졌다”고 평가했다.

축구공의 반발력이란 2m 높이의 철판 위에서 공을 자유 낙하시켰을 때, 튀어 오른 높이로 재는 반발탄성계수이다. 이 계수가 높으면, 같은 강도로 공을 찼을 때 공이 더 멀리 빠르게 날아갈 수 있다.

따라서 자블라니는 팀가이스트를 능가하는 더 큰 이변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자블라니로 연습을 한 각국 선수들은 크게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필드에서 뛰는 공격수나 수비수들은 “기존에 익혀 놓은 공의 낙하지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골키퍼들은 “날아오는 공을 잡았을 때, 공의 진동이 커 놓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지대 경기장이 많은 남아공의 특성상 자블라니의 변화무쌍한 위력이 더욱 배가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공의 안정성이 높아 목표 지점까지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공의 표면에 붙은 미세돌기로 골키퍼에게 더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 공의 물리학적 움직임
▲ 공의 물리학적 움직임
▲물리와 축구공의 움직임=축구공의 움직임에는 물리학의 원리가 적용된다.축구공을 강하게 차면 똑바로 나간다. 그러나 스핀을 생각하면 움직임이 달라진다.축구공의 진행 방향이 결정되면 축구공의 아래 위로 공기 흐름이 형성된다. 한쪽은 조금 빠르고 다른 한쪽은 조금 느린 흐름이다.

공기의 흐름이 빠르면 그곳에서의 압력은 낮아지고 힘을 받게 된다. 이것이 ‘베르누이의 정리’다. 비행기 날개의 윗면 쪽이 곡선 모양이 되면서 비행기 상승의 힘을 만드는 원리와 같다. 이같은 현상은 1852년 독일의 물리학자 마그누스가 포탄의 탄도를 연구하면서 발견했다고 해서 ‘마그누스 효과’라고도 불린다.

축구공을 강하게 차면 공기 층이 얇은 흐름을 형성하지 않고 난류(turbulence) 상태에 들어간다. 공의 속도는 마찰력의 영향을 받는데, 시속 100㎞를 넘는 축구공이 난류영역에 들어가면 베르누이의 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의 진행방향 반대편으로 작용하는 마찰력이 난류 영역에서는 크지 않아 공의 속도가 아주 빨라지게 된다.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9.14m를 물러나는 것도 난류상황에서 공의 속도가 빨라지는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박사는 “축구공의 표면을 골프공처럼 만들면 공의 움직임에 더 많은 요동이 생겨나 공격적인 축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화에도 첨단 설계〓 월드컵 출전 선수에게 축구화는 생명이나 다름없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독일팀은 아디다스가 설계한 새로운 축구화 덕택에 우승을 건졌다. 이 축구화는 바닥의 징이 착탈식이다. 비가 오면 긴 징을 붙여 미끄러지지 않게 한 것이 비결이었다.

축구화는 가볍고 물에 젖지 말아야 한다. 이 때문에 캥거루 가죽이 주로 쓰였다. 그러나 요즘 축구화는 물성이 뛰어난 인조피혁과 폴리우레탄을 많이 쓴다. 또 공이 닿는 부분에는 실리콘 덧칠을 해 공의 회전을 선수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설계한다.

스포츠브랜드 라이벌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이번 월드컵에 대비한 ‘비밀병기’를 개발해왔다. 우리 대표팀의 축구화 후원사인 나이키는 일반 축구화의 거의 절반 무게인 196g의 ‘머큐리얼02’을 공격수용으로 개발해 프랑스의 슈퍼스타 티에리 앙리가 신고 시험 중이다. 나이키는 벨기에서 활약 중인 설기현에게도 이 축구화를 제공했다.

나이키는 루이스 피구 등 세계적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에어 줌 토탈(AZT) 90 II’을 이탈리아에서 수작업으로 특별 제작했다. 카를로스, 피구 등 스타 플레이어와 함께 홍명보 이영표 유상철 등 우리 선수들도 AZT 90 II를 신고 16강 진출을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아디다스는 프랑스 월드컵 때 베컴, 지단 등 스타급 선수들에게 프레더터 액셀러레이터를 제공했다. 이 축구화에는 영화 프레더터에 나오는 외계동물의 피부를 닮은 돌기가 있어 축구공과 축구화가 미끄러지지 않고 강력한 접지력을 발휘한다. 아디다스는 이번에 공인 축구공을 제작한 이점을 살려 2월에 새로운 월드컵 축구화를 선보인다.

▲프리킥은 과학이다〓 월드컵은 국내축구와 양상이 전혀 다르다. 축구의 천재들이 모두 모이는 만큼 절묘한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승부를 좌우한다.

인천대 김규완교수(운동역학)가 최근 축구경기의 득점 양상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98 프랑스월드컵의 세트플레이 득점 비중은 32.2%인 반면 같은 해 국내 프로축구는 20.1%에 불과했다. 반면 수비실책에 의한 득점은 우리가 19.7%인 반면 프랑스월드컵에서는 6.4%였다. 다시 말해 우리팀이 얼마나 프리킥을 잘 차느냐, 수비 실책을 덜 하느냐의 승부가 될 전망이다..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로스, 잉글랜드의 데이비스 베컴,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 등 세계적 선수들은 모두 프리킥의 명수이다. 한국도 황보관 하석주 고종수 등 프리킥 명수가 있다. 국내 한 스포츠신문이 고종수의 ‘바나나킥’을 연속으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직선 경로와 비교한 공의 비행 경로가 무려 2.2∼3.1m나 차이가 났다.

바나나킥이 휘는 것은 공기의 흐름이 회전방향과 같은 쪽에서는 공기의 속도가 빨라져 압력이 감소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를 마그누스효과라고 한다. 축구공의 속도를 초속 25∼30m, 회전은 초당 8∼10회로 가정할때 30m 프리킥의 경우 직선 코스로부터 4m나 비켜나 골문을 뒤흔들게 된다. 이 정도면 아무리 유능한 골키퍼도 당해낼 수 없다./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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