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전자소송제 첫 도입… 사법부 정보화 시금석 역할”

김이수 “전자소송제 첫 도입… 사법부 정보화 시금석 역할”

[중도초대석]김이수 특허법원장

  • 승인 2010-06-16 14:30
  • 신문게재 2010-06-17 9면
  • 대담=박종명.정리=이희택.사진=김상구 기자대담=박종명.정리=이희택.사진=김상구 기자
김이수 특허법원장은 판적(判籍:판사의 본적)이 대전이나 다름없다. 처음으로 판사를 시작한 곳도 대전이고,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이어 8년 여 만에 특허법원장으로 대전과 맺은 각별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소통을 중시하는 법조인이다. 그래서 청주지법원장 시절에는 도민음악회도 개최한 바 있고 지난 15일에는 전자소송 오픈 기념 작은음악회도 가졌다. 김 원장으로부터 올해로 대전 이전 10년을 맞는 특허법원의 중요성과 전자소송의 의미 등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전국 유일의 특허법원이 대전에 소재하고 있지만 아직도 특허법원에 대해 생소해 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허법원이 하는 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우리 법원은 지적재산권 분야 소송을 처리하는 고등법원급 법원입니다. 대법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법원이 일정한 지역만을 재판관할로 하는 데에 비해 특허법원은 전국을 그 관할로 하고 있는 유일한 법원입니다. 우리 법원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에 대한 소송을 처리하는 전문법원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특허법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회가 발전하면서 부동산이나 보석 같이 눈에 보이는 것 외에 과학기술이나 디자인, 상표 등 정신적 창작물의 재산적 가치가 굉장히 커졌습니다. 특히 과학기술은 국가의 생존이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중요해진 정신적 창작물에 분쟁이 생기면 그 상황을 이해하는 데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분쟁 해결의 기준도 종전 분쟁과는 달리 제시될 필요가 커졌습니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 설치된 법원이 특허법원입니다. 따라서 특허법원의 역할은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해 정확하고 공정하며 신속한 재판을 함으로써 분쟁도 해결하고 과학기술 발전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허법원이 특허청과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어 지난 2000년 3월 대전으로 이전, 올해로 10년을 맞고 있습니다. 특허법원 대전 이전 10년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대전은 대덕연구단지, 카이스트가 위치해 있는 등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도시로 자리매김 해 왔습니다. 또한 특허청이 대전 정부종합청사에 소재하고 있어 대전은 명실상부한 지적재산권의 중심도시라 할 것입니다. 사법부는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은 물론 대덕연구단지 연구소 등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역량강화 등의 목적으로 특허법원을 대전에 두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특허법원 역사는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1998년 서울에서 특허법원 첫 업무를 시작하여 2년 후 대전으로 이전했습니다. 사실 대전에서의 특허법원 역사가 대한민국 특허법원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특허법원은 지적재산권 분쟁을 정확하고 공정하며 신속하게 재판하는 것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사명감으로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적재산권 관련 재판의 다양한 법리를 개발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적용함으로써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특허법원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추세에 맞춰 특허법원의 위상과 역할은 어떻게 모색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자본과 노동이 가장 중요했던 사회가 산업사회였다면, 지식과 정보가 가장 중요한 사회가 지식기반사회입니다. 전 세계가 지금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특허기술 등 지적재산권의 보유 정도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장래가 좌우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허법원은 무엇이 지적재산권이고 아닌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가려줌으로써 우리나라가 지식기반사회로 발전해 나가도록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다만 특허법원이 특허심판원의 판단의 당부를 가리는 사건만을 담당하고, 손해배상 사건과 같은 침해소송은 일반 민사법원이 담당하는 2원화된 현행 사법체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사건을 특허법원과 일반 민사법원에서 나누어 처리하는 것은 소송 경제에도 반하고 법원의 전문성 향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허법원에서 특허침해사건까지 처리하도록 해 전문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전자소송제도가 다른 법원에 앞서 특허법원부터 실시된 지 한 달여 지났습니다. 전자소송제도가 무엇이고, 특허법원부터 먼저 실시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국민의 실생활 및 공공서비스 분야에서의 업무처리에 인터넷 등, 전자화한 업무처리가 일반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법부도 사법정보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소송에서의 업무효율을 높이고, 신속성과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권리실현에 이바지하고자 우리 법원을 시작으로 전자소송시대의 막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전자소송이란 재판진행의 모든 단계를 전자문서에 의해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당사자나 대리인이 소장, 입증서류 등의 문서제출을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문서로 하도록 하고, 법원에서 작성하는 문서 또한 전자화하여 모든 절차를 종이 없이 전산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법정 또한 전자화 하고, 판결문 등도 인터넷을 통해 전자문서로 송달하는 등 재판 전 절차를 전산시스템만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소송이라 하겠습니다.

특허법원에 전자소송을 가장 먼저 도입하게 된 이유는 절차적인 면에서 특허소송의 내용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다른 소송절차에 비해 전자시스템에 의한 진행에 적합하고, 특허심판원의 전자심판제도에 익숙한 변리사들이 대리인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 빠른 시간 내에 전자소송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전자소송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어떤 점이 뒤따라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특허법원이 전자소송을 시범실시하게 돼 자부심도 큽니다만, 한편으로는 사법부 정보화 성공의 시금석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까지는 전자소송 이용률이 34%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만, 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나 소송대리인들의 적극적인 이용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해도 소송관계자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면 전자소송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은 어려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를 비롯한 우리 법원 모든 직원들은 전자소송제도 홍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법관에 대한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소송 특성상 특허법원 법관들의 전문성은 더욱 더 요구되고 있는데 특허법원에서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적재산권 분야에 평소 관심을 가지고 외국유학 등을 통해 연구활동을 해 온 법관들을 특허법원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고등법원과는 달리 부장판사는 2년 이상, 배석판사의 경우에는 3년 이상 근무하도록 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허법원에는 법관들의 기술이해 등을 보좌하는 기술심리관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분들은 모두 특허청에서 특허심사관, 특허심판관 업무를 다년간 수행한 능력이 검증된 분들입니다.

법관들과 기술심리관들이 정기적으로 실무연구회를 개최하여 특허소송의 주요 쟁점들과 최신 판례의 동향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와 토론을 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전에는 특허청을 비롯해 국제지식재산연수원, 대덕연구단지 등 특허관련 기관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 관련 기관을 잘 활용해 우리나라가 특허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한마디 조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특허는 기술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규범적인 요소를 지니는 문제입니다. 어떠한 기술이 특허를 받을 만한 것인지, 명세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 것인지는 기술전문가 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전에 있는 특허법원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과 관련된 많은 연구소들 그리고 특허청이 서로 자주 교류해 기술적, 법률적인 면에서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후배 법관들에게 법관으로서의 자세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법관이 하는 일은 재판입니다. 재판은 옳고 그름을 가리고, 어떤 방향의 해결이 가장 합리적이고 정의에 맞는 것인가를 헤아리는 것입니다. 저의 경험에 의하면 재판을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당사자의 주장을 성의를 다해 경청해야 합니다. 들어주다 보면 사안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고, 무엇을 억울해 하는지 알 수 있어 좋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법관은 끊임없이 자기 수양을 하고 공정한 눈을 지니며, 편견과 독단을 경계하는 가운데 성의를 다해 경청할 수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이수 특허법원장은?>
 ▲ 1953. 3. 전북 고창 출생
 ▲ 1972. 2. 전남고등학교 졸업
 ▲ 1976. 2.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 1977. 4. 사법시험(제19회) 합격
 ▲ 1982. 9. 대전지방법원 판사
 ▲ 1989. 3. 서울고등법원 판사
 ▲ 1991. 8. 대법원 재판연구관
 ▲ 1993. 9. 전주지방법원 정주지원 지원장(부장판사)
 ▲ 1996. 3. 사법연수원 교수
 ▲ 1999. 2.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 2000. 7. 특허법원 부장판사(고등법원 부장판사)
 ▲ 2006. 8. 청주지방법원 법원장
 ▲ 2008. 2. 인천지방법원 법원장
 ▲ 2009. 2. 서울남부지방법원 법원장
 ▲ 2010. 2. 특허법원 법원장(고등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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