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복 기초과학지원연 질량분석연구부 |
지난 50여년간 인간의 수명이 빠르게 연장되면서 노화 관련 뇌질환 및 신경질환이 증가, 전 세계 인구 5명중 1명 이상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러한 뇌·신경질환에 대한 이해와 치료를 위한 연구는 1950년대부터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뇌·신경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예방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과 의약품에 대한 미래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또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뇌질환 예방 및 치료, 뇌신경생물학, 뇌기능 향진, 인공지능 등에 관한 연구 및 개발의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현재 의생명과학은 인간게놈 정보가 확보된 이후 정보과학으로 변신하고 있다. 미래의학은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개인별 '맞춤의학' 및 '예측과학'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실질적으로 유전체에서 발현된 모든 단백질들에 대한 연구기술인 프로테오믹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게놈프로젝트의 보완적 입장에서 단백질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 물론 선진국이나 거대민간기업의 경우 활발한 투자를 통해 유전자 혹은, 단백질 거동 파악에 의한 체계적인 연구방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정보공개의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국제공공자금에 의한 국제공동연구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인간프로테옴학회(Human Proteome Organization: HUPO)의 5개 국제공동 컨소시엄중 하나인 HBPP(Human Brain Proteome Project)가 추진하는 인간 뇌의 단백체 지도제작을 위한 사업이 본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이 사업의 기본적인 컨셉트는 치매나 뇌의 노화 등 퇴행성 뇌질환에 관여하는 바이오마커의 4차원 지도를 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퇴행성 뇌질환의 기작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현재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와 사회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력한 분야로 뇌 연구 분야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최근 HUPO에서 주관한 제13회 HBPP 국제워크숍을 오창캠퍼스에서 개최했다. 이 워크숍은 뇌 연구관련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인간 뇌 단백체지도의 구체적 제작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뇌 연구의 표준운용규정(SOP)을 바탕으로 뇌 단백체 지도 작성의 목적과 타당성, 인간 뇌 표준시료의 종류 및 확보방법, 각 시료에서 얻어지는 단백질에 대한 분석방법, 프로젝트 참여인원 등 세 가지 분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를 위해 우선 향후 2년간 사람의 대뇌기저핵(Basal Ganglia)을 중심으로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및 헌팅톤병(Huntington's disease) 환자와 정상인 뇌를 비교하여 파킨슨병 및 헌팅톤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뇌단백체지도를 작성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 연구에 필요한 인간 뇌조직은 브라질 인간뇌조직은행(Brazil Ageing Brain Bank)의 은행장인 레아 그린버그 교수가 공급하기로 하였고, 브라질의 50~70세의 백인 남녀의 좌측 뇌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뇌 단백질시료에 대한 분석법은 기초연이 보유한 최첨단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비교정량분석방법을 이용한다. 또한 이 국제공동연구에는 5~6개 이상의 연구팀을 참여시키기로 하고, 올 9월에 개최되는 제9회 시드니 HUPO 국제학회에서 발표하여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계획이다.
이번 국제워크숍을 분수령으로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어 향후 '인간 뇌프로테옴 지도(Human Brain Proteome Atlas)'가 완성되면 뇌 발생 및 기능연구에 대한 기본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됨은 물론 대부분의 퇴행성 뇌질환 및 뇌기능장애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이에 따른 새로운 진단법과 약물 개발을 통해 인간 뇌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포스트게놈 시대의 중심기술인 프로테오믹스의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BT분야의 국가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적 인지도 구축을 통해 차세대 뇌 중심 융합연구분야에 있어서의 참여지분을 확고히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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