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국내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 및 투자동향을 분석해 발간한 ‘2009 생명공학백서’에 따르면, 1998년 뇌연구촉진법 제정 이후 뇌연구 분야 정부투자는 10년간 총 3180억원으로 연평균 15%씩 증가했으며, 2008년 한해에만 493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20분의 1, 미국의 8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특히 뇌과학이 국내 생명공학 전체 연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20% 전후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과학 연구는 1990년 미국이 ‘뇌의 10년’을 선언하면서 세계적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으며, 각국 정부가 연구와 지원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10년 정도 출발이 늦은 셈이지만 1999년 범부처 차원의 제1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뇌신경생물학, 뇌의약학, 뇌신경정보 등 3개 사업단을 발족하며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어 2003년 교과부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사업단 중 하나로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 연구사업단’을 신설해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해 왔다.
정부는 2008년 제2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존 3개 분과 외에 뇌인지과학, 뇌중심융합연구 분야를 신설했으며 학제간 융합연구를 위한 한국뇌연구원(가칭) 설립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2009년 총예산 293억달러 중 신경과학 분야에 20% 가량을 투자하고, 일본 이화학연구소 산하 뇌연구종합연구소가 2008년 뇌과학 연구를 핵심과제로 선정해 연간 2조원 이상을 투자키로 한 데 비해 10년간 3180억원이라는 정부 투자규모는 확대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투자 1억원당 국내 뇌연구 논문 수는 1.4편으로, 미국의 0.25편과 일본의 0.7편에 비해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만큼 투자가 늘어날 경우, 경쟁국에 비해 훨씬 높은 연구성과가 기대된다.
정부 차원의 뇌연구 구심점이 될 연구기관이 없다 보니 인력이 대부분 대학에 집중돼 있는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명공학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뇌연구 인력은 1998년 650여명 수준에서 2008년 3000여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났지만 거의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뇌연구 관련 과학기술논문색인(SCI) 논문건수는 1998년 65건(세계 23위)에서 2008년 519건(세계 13위)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질적으로도 인용지수(IF) 10점 이상, 또는 해당분야 상위 10% 이내 우수논문 발표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연구 기반 응용기술에 대한 특허도 꾸준히 증가해 2008년 1년간 48건의 기술이 국제특허로 출원 또는 등록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뇌연구 수준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투자규모를 적어도 국가 경제규모나 연구개발 예산에 걸맞은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융합학문의 특성을 고려해 학제간 연구를 장려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점차 대형화하는 뇌연구 추세에 맞춰 현재 분야별로 분산돼 추진하고 있는 뇌연구를 포괄적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이미 수립돼 있는 제2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본격적인 실행에 옮기고 한국뇌연구원 등을 통해 연구 구심점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배문숙 기자 moon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