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쟁체제” 연구현장 대수술

“이제는 경쟁체제” 연구현장 대수술

■ 정부 'R&D 혁신전략' 들여다보니

  • 승인 2010-03-14 12:59
  • 신문게재 2010-03-15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국가 연구개발 체제가 대 수술을 선고받았다. 지난 8일 지식경제부(장관 최경환)는 ‘지식경제 R&D 전략’을 발표, 4조4000억원 규모의 지경부 R&D 사업 운영권한을 민간에 대폭 이양해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바꿀 방침이라고 밝혔다.

혁신전략안의 골자는 R&D 체제에 민간 수준의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 앞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의 R&D 체제로 탈바꿈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과학기술계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위원장 윤종용) 역시 출연연 지배구조 개편과 연구환경 개선 방안을 오는 5월경 내놓을 예정이어서 당분간 과학기술 연구현장의 활발한 시스템 변화가 예상된다.<편집자 주>


▲R&D시스템 '대수술'이 담고 있는 의미는=정부는 현재 R&D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R&D 시스템의 비효율성에서 찾고 있다. 국가 전체 R&D 투자의 지속적 증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프라의 글로벌 위상 역시 높아졌지만 파급효과가 큰 대형 성장동력 창출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국가 R&D규모는 2000년 13조8000억 원에서 2008년 34조5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으며 정부 R&D도 지난 99년 3조7000억 원에서 2009년 13조7000억 원으로 연평균 10.6% 증가했다. 논문 수는 세계 12위, 특허는 4위를 기록 중이며 연구인력은 지난 99년 13만5000명에서 2008년 30.0만 명으로 10년새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는 2000년 87개에서 2007년 53개로 감소했다.

지경부는 이러한 성장동력 창출 부재의 원인으로 정부 R&D 투자에 대한 평가가 논문과 특허 등으로 측정되는 등 R&D 투자의 목표가 불분명하고, 시장과 연계되지 못하는 R&D 지원 시스템 운영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경부가 비즈니스전략 컨설팅 전문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를 통해 R&D 시스템에 대한 진단을 의뢰한 결과, R&D 전략 수립 등의 의사결정에 민간 핵심전문가 참여가 부족하고, 비상설 위원회 위주의 R&D 사업 관리로 책임이 분산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보고서는 과제 기획시 전략기획이 미흡하고, 개발자 선정시 경쟁 부재, 평가시 온정주의 만연 등으로 R&D 질이 저하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불인정 문화와 인센티브 부재, 감사에 대비한 지나친 자료 요구 등이 창의·도전적인 연구 몰입을 방해하고 있었으며, 고급 연구인력의 중소·중견기업 취업 기피와 개발 기술의 사업화를 뒷받침할 기술금융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략기획단 신설=R&D 추진체계 혁신은 전략기획단 설치와 민간주도 책임관리에 의해 추진된다. 지경부는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을 신설해 기존 정부주도형 관리 방식을 기업의 글로벌 성공 경험을 가진 핵심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민간 주도형 책임관리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략기획단은 상설로 운영되며, 지경부 장관과 기업 CEO 출신이 공동 단장을 맡아 지경부 R&D 투자 방향, 사업 구조조정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외에도 민간기업 출신의 투자관리자를 둬 과제 선정과 평가, 조정, 사업화 등을 책임 관리하고, 기술개발 전과정 역시 상시 모니터링에 들어간다.

R&D 사업구조 재설계는 융합신산업 창출형 사업화 연계 R&BD로 전환된다. 특히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개발에 향후 7년간 민관합동으로 3조원이 투자되며, 100대 융합원천기술 확보와 글로벌 중소중견기업 지원 역시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또 92개 사업으로 분산된 지식경제 R&D 사업구조를 3개 분야 35개 사업 수준으로 통합·단순화해, 사업 목표를 명확히 드러내고, R&D 전략의 방향성에 따라 재원 조정이 가능한 유연한 사업구조로 재설계 할 계획이다.

R&D 프로세스 역시 전면 개편된다.

과제기획과 선정·평가, 관리 전단계에 걸쳐 창의적이고 혁신적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변경됐다. 과제 선정은 평가위원 이력관리제 도입과 부적격 평가위원 퇴출 강화, 시장전문가 참여 확대 등 평가위원희 책임성과 전문성이 강화된다.

평가 단계에서는 과제의 중간 탈락 확대, 조기 성공시 인센티브 제공,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한 기술자에게 국가 유공자에 준하는 예우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R&D 인프라 확충 및 효율화를 위한 움직임도 진행된다. 연구장비 관리회사를 설립해 장비 관리 비효율성을 대폭 제거하고, R&D 생산 인력에 대한 기업 맞춤형 공급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중소·중견기업의 R&D 지원을 위해서는 출연연 연구인력의 중소기업 파견제도도 신설되며 연구장비에 대한 개별적 관리도 통합관리회사 설립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개편 추진 일정은=지경부는 이같은 전략을 범부처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지경부가 우선해 R&D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추진해, 그 성과를 국가 R&D 전체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지경부는 R&D 사업구조 개편과 중간탈락 확대, 기획경쟁 도입 등 행정 조치사항을 올해 상반기 중에 완료하고, 예산 확보와 산업기술혁신촉진법 등 관련 법률 개정 및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올해 말까지 완료하는 등 신속하게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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