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들은 연인들끼리 주고받는 달콤한 사탕을 생각하면서 '화이트 데이'를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 날은 원주율 3.14의 날, '파이데이'기도 하다. 파이데이를 기념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원주율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파이의 날은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자르투(1669~1720)가 정했다. 3.141592… 처럼 끝없이 나가는 무리수의 앞 세 숫자로 정한 날로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널리 퍼진 기념일이다. 1988년 미국의 물리학자 래리 쇼 박사는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움에서 최초로 파이데이 행사를 열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 옥스퍼드대 등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기념행사를 열어 'Happy birthday to you' 대신 'Happy πday to you'를 부르고, 파이와 피자를 나눠 먹으며 원주율 값을 외웠다. 여기서 '파이클럽'이라는 모임이 유래했다. 이 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선 소수점 이하 100자리까지 외워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파이데이를 기념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스텍 수학 동아리 마르쿠스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2001년 3월 14일부터 매년 파이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포스텍 파이데이에서 가장 주목받은 행사는 원주율 외우기 대회다.
매년 대회마다 1등을 했던 포스텍 산업공학과 전여운 학생은 1회 때 200자리, 2회 때 400자리, 3회 때는 800자리를 외웠고, 2007년에는 한 방송에서 3500자리를 외운 국내 최고 기록 보유자다.
고등과학원에서도 파이데이 행사를 열고 있다 이 행사는 초등학생인 김민재군의 편지로 시작됐다. 지난해 2월 24일 과학자를 꿈꾸는 김민재군의 열정 어린 편지가 도착하자 이를 기특하게 여긴 고등과학원은 3월 14일에 맞춰 김민재군을 초청해 파이데이 행사를 열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행사는 원주율 숫자 운율에 맞춘 글짓기다. 소수점 다섯째자리에서 반올림한 3.1416에 맞게 '오늘은(3) 이(1) 무리수의(4) 큰(1) 생일잔치예요.(6)'처럼 글짓기를 하면서 파이를 즐기는 게임이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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