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모델' 美RTP... 최종인 교수에게 길을 묻다

'세종시 모델' 美RTP... 최종인 교수에게 길을 묻다

  • 승인 2010-02-07 13:11
  • 신문게재 2010-02-08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세종시 수정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말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정부에 건의한 대안은 미국 동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세계적 연구단지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esearch Triangle Park·RTP).

▲ 최종인 교수
▲ 최종인 교수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대신 이를 모델로 삼아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로 만들자는 청사진을 들고 나왔다. RTP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州都)인 랄리와 인근의 더램, 채플힐 등 3개 도시를 삼각벨트로 잇는 연구개발 중심단지다.

‘한국판 RTP’를 둘러싼 국내의 갑론을박과는 별개로 노스캐롤라이나 RTP 자체는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모델이다.

이에 안식년을 맞아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NCSU) 방문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에 관해 연구 중인 최종인 한밭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RTP의 성공 요인, 대덕특구와 연계 방안 등을 이야기 나눠봤다.

최 교수는 ‘RTP 지역 인큐베이터, 혁신과 지역경제개발’, ‘RTP 클러스터: 성공요인과 과제, 기술사업화’, ‘선진국의 클러스터 구축현황과 대덕클러스터 구축방향’ 등 과학기술 클러스터에 관한 연구논문이나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 왔고, 2003년에 이어 지난해 7월부터 NCSU에 머물며 RTP에 관해 연구해온 전문가.

최 교수는 “세종시의 수정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RTP와 관련해서 세종시 문제에 접근한다”는 전제 아래 인터뷰에 응했다. <편집자주>


-다음은 일문일답

-RTP는 세종시의 벤치마킹 모델 가운데 하나로 검토된 것으로 알고 있다. RTP의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RTP의 성공요인으로 첫째, 세계수준 3개 연구중심대학이 가까이 위치해 우수인재를 배출하고, 이들이 고용될 수 있는 하이테크 기업과 정부기관이 존재한다는데 있다. 즉 인재의 공급과 인재의 수요가 조화를 이룬 것이다. 둘째, 1960년대와 1970년대 정부기관과 대기업의 유치는 향후 새로운 기업들이 오게 되는 중요요인이 됐다. 이렇게 유치된 기관 종업원이 현재 국립환경보건연구원(NIEHS) 약 1000명, 국립환경보호청(EPA) 약 1500명 등이다.

민간기업인 IBM 1만 1000명,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5000여명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여기에 자체 생성된 기관도 많은데 RTI에 3800명이 일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이같은 장점을 보고 속속 들어오고 있다. 그 결과 RTP 종업원의 80%는 다국적기업 소속이다. 셋째, 연구소와 민간기관들이 각종 연구비로 혁신을 가속화 할 수 있었다. 한 예로 3개 대학의 1년 연구비는 총 1조4000억원이며, RTP 종업원에 지급되는 연봉은 3조1000억원에 이른다. 산ㆍ학ㆍ연 협력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주요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산ㆍ학ㆍ연ㆍ관 네 개 기관간의 긴밀한 협력을 의미하는 ‘쿼드러플 헬릭스’(Quadruple Helix)를 통한 기반조성이 필요하다. 첫째, 공급측면에서 우수대학, 연구기관의 입주와 신설을 통해 세계 수준의 인재양성이 이루어져야 하고, 수요측면에서 이들 인재들이 고용될 수 있는 정부기관과 글로벌수준의 기업이 유지되어야 한다. 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기관과 부처의 존재는 기존기관과 신규입주 기관들에게 중요한 유인요소이며 동시에 계속 존속시키는 동인이 된다. 셋째, 환경측면에서 국내외 창의적 인재와 가족들이 가장 살고 싶은 행복한 도시, 교육받기 좋은 지역, 글로벌 정주여건이 필요하다.


-국제과학 비지니스벨트가 세종시에 입주될 경우 대덕특구와의 차별화 및 연계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해달라.

▲먼저 차별화로 이미 대덕은 40년가까이 축적된 체화된 지식과 노하우인 암묵지가 존재한다. 형식지와 달리 암묵지는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IT, BT, 화학, 원자력, 국방, 에너지, 지질 등 다양한 연구역량이 오랜기간 존재해 왔기에 이같은 균형있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능력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며, 이들간의 협력은 큰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덕특구와 벨트는 RTP보다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지리적 근접성만으로 연계가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초기에는 대덕특구내 기관들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며, 벨트의 기관들이 정착되어 상호 유사한 수준의 흡수능력을 보유하여 상호보완적일 때 연계와 건전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기초연구로부터 응용개발, 제품화, 시장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두 지역은 상호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방안이 추후 보완돼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첫째, 세종시는 새로운 대학, 연구소를 이전 또는 신규 설립하여 발전시키기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 자구노력과 함께 더욱 세심한 지원책이 요구된다. 둘째, 벨트와 관련된 정부차원의 부처와 기관 이전이 필요하다. 이는 향후 정치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인 동시에 입주기관들에 대한 지속적 유지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셋째, 국가와 지역에 기반을 둔 리더십의 확보와 지역내 산학연관의 주체들의 적극적 참여방안도 필요하다. 넷째, 벨트내 유입된 기관, 자생적으로 생성된 기관이 글로벌 기관으로 양성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립된 계획이 어떤 환경변화에도 성공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제도, 인재확보 및 실천노력이 필요하다./배문숙 기자 moon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