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형 충남청장이 취임한 지 한달이 지났다. 조 청장은 취임 이후 오지의 경찰 초소까지 직접 발로 뛰면서 돌아볼 정도로 현장을 직접 챙기는 부지런한 지휘관으로 정평이 나있다. 내부적으로도 직원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조직 내 소통을 이뤄가고 있다. 그를 만나 치안서비스에 대한 철학과 충남만의 특수한 치안상황, 앞으로의 치안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충북 청주출신인데 경감 때 서울로 올라간 뒤 고향에 가장 가깝게 왔고 처도 당진 출생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 충청도만의 넉넉한 인심과 넘치는 정을 느낄 수 있어 모든 것이 친근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찬란한 백제 혼이 살아 숨 쉬는 역사의 고장이면서 21세기 중핵도시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충남지역의 치안을 책임지게 돼 영광이지만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 취임 이후 천안과 당진, 보령 지역을 다녀왔는데 충남이 국토발전의 중심지로 역동적인 변화를 거듭하며 활력이 넘쳐나는 지역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이 같은 급속한 성장과 함께 세종시 건설 등 사회적 이슈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고 6ㆍ2 지방선거와 토착비리 수사, 서민경제 침해사범 단속 등 크고 작은 현안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또 천안·아산 등 천안 서북부 지역의 급격한 발전과 서해안고속도로에 이어 대전~당진, 공주~서천 고속도로까지 개통하면서 치안 수요 또한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운 치안여건 속에서도 충남경찰이 하나로 뭉쳐 정성과 혼을 다해 주민들을 모신다면 충남이 전국에서 가장 안정된 치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찰조직의 엘리트인 경찰대 출신으로 평소 민생치안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보호에 있고 치안서비스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되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 즉, 경찰은 법을 집행하기 때문에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하지만 서민들의 애환을 듣고 억울함을 해결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민생치안에 있어서만큼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해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서민 위주의 민생치안 활동을 펼칠 것이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을 것이다.
또 경찰에 입문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보직을 거치면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여겨 온 것 중 하나가 바로 '현장'이다. 현장에는 문제점과 해결책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은 왜 그런지,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행사 현장의 상황은 어떻고 문제점은 없는지 등등 현장 모습을 머릿속에 훤히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부터 충남을 더 많이 알고자 지역 구석구석을 찾아다닐 것이며 지휘관과 참모들도 모든 일을 직접 현장에 나가서 챙기며 해결하도록 할 것이다.
-충남은 최근 세종시 관련 집회가 잇따르고 있고 여행성 범죄 및 노사분규 증가 등 치안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의 치안대책이 있다면.
▲충남의 치안상황은 전형적인 도농 복합도시 형태를 띠고 있어 농촌과 도시지역을 분리해 각각의 특성에 맞는 치안활동을 펼칠 것이다. 고령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농촌지역은 노인교통사고나 노인상대 사기범죄, 빈집털이, 농산물 절도범죄 예방에 주안점을 둘 것이며 도시지역은 각종 강ㆍ절도, 조직폭력, 불법대부업 등 서민경제침해사범 근절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할 것이다.
또 아동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예방을 위해 기존 치안시스템의 미비점을 냉철하게 분석해 같은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할 것이다. 특히, 천안아산은 충남 전체 치안수요의 절반을 차지하고 앞으로 인원을 보강할 경우 천안·아산을 우선적으로 배려할 것이며, 천안에 있는 기동1중대 경력을 이 지역 방범활동에 집중 투입할 것이다.
이 같은 기본적인 치안 틀 위에 지역사회와 치안공동체를 구축하고 CCTV 등 첨단 IT기술을 지속적으로 치안 현장에 접목시켜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편안한 충남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범죄자 검거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일도 경찰의 큰 임무라 생각한다. 범죄예방을 위한 충남경찰의 노력을 밝혀주신다면?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범죄수법, 발생 장소, 연령대 등 기존 범죄 정보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이에 기초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충남경찰 모두에게 부단한 학습과 자기계발을 통해 맡은 바 분야의 전문가가 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런 경찰의 노력과 함께 지역사회 구성원을 치안의 객체에서 주체로 참여시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치안 문제는 더 이상 경찰만의 몫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공동과제인 것이다.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된 치안봉사단체인 아산의 '마미폴'과 천안의 '외국인 자율방범대'는 그 좋은 실례가 되고 있다. 아동안전지킴이 집, 모범운전자회, 녹색어머니회 등 지역 사회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유관기관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범죄예방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도 분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력 위주의 예방활동에서 벗어나 CCTV 등 첨단IT기술을 활용한 방범장비를 지속적으로 치안현장에 투입해 검거는 물론 예방을 위한 치안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
-재임 기간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평소 추상적으로 막연한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충남도민을 위해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취임 이후 초도방문을 보니 지역별로 범죄 특성, 지역 현안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공단이 밀집된 곳은 공단 내 장비 절도, 농촌 지역은 농기계 관련 절도범들이 성행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지역별로 특성 있는 범죄 유형에 맞춰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내적으로 대전청과 분리이후 불거지고 있는 인력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 등의 문제로) 직원들이 지방청이 있는 대전에 남으려고 하거나 대전과 근거리에 있는 금산, 연기 등을 선호한다. 반대로 대전에서 먼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데 앞으로 이같은 현상을 염두에 두면서 인력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청장이 바뀌었다고 기존 제도나 시스템을 무조건 바꾸고 요란하게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욕심내기보다는 안정과 조화속에 내실을 다지고 주민 안전을 지키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내부 만족이 주민들의 치안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할 생각이다.
-충남경찰 신청사 건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신청사는 충남도청 이전 예정지 인근 행정타운 내에 대지 3만 9600㎡(1만 2000평), 건축면적 1만 9800㎡(6000평), 지상7층·지하 1층 규모로 신축되며 예산규모는 토지매입비 150억원, 설계비 14억 7000만원 등 총 489억9700만원이다.
세부 추진 사항을 보면 2008년 12월 설계 조달계약을 요청하고 지난해 1월 조달청과 일괄 대행 약정을 체결했다. 같은해 5월에는 삼우종합건축사무소와 설계계약이 체결돼 2012년 이전을 목표로 현재 설계 용역이 진행중이다. 올 3월 안에 설계가 마무리되고 나면 7월에는 시공업체를 선정하고 신청사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충남청이 도청신도시로 이전하면 그에 걸맞는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오후 6시만 되면 모든 직원들이 버스를 타고 도청신도시를 떠나 대전으로 향한다면 문제가 있다. 때문에 신청사 인근에 독신숙소라든지 비상 대기를 위한 숙소 등을 만들어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본다.
-세종시 논란, 토착형 권력비리 척결, 6·2지방선거와 관련한 경찰의 활동 계획은?
▲충남청장으로 발령났을 때 주위에서 세종시 문제 때문에 고생할 것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지금은 (관련 집회가 잇따르고 논란이 거세지면서)세종시 청장이 된 느낌이다. 세종시의 경우 집단간 충돌과 갈등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이와 함께 찬·반에 대한 정당한 의사표현이나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장하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아울러 토착비리와 선거사범에 대한 단속도 기능별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이미 경찰서와 지방청에 '토착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TF팀을 편성, 운영하고 있으며 1월부터 6월 30일까지 토착비리 2차 특별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또, 수사·정보·청문을 중심으로 토착비리 수사 전략과 공조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연석회의를 정기적으로 여는 등 수사 강도를 점차 높여나가고 있다.
6·2 지방선거도 후보자 난립으로 금품살포와 허위비방 등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의 줄서기 행태가 고개를 들고 있어 이에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고 첩보수집을 강화하는 한편 선거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강력한 처벌로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