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생활 중 대전은 첫 근무지로 알려졌는데 대전청장 부임 소감과 대전에 대한 첫인상은?
▲대전에 와보니 도시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나 도심을 휘감으며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 그리고 깔끔한 건물과 도로들이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든다.
대전시민들도 그 어느 지역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퇴근 후 관사를 오르내릴 때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이웃이 항상 반갑게 인사를 해 준다.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이 매우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취임 초라 아직 시간이 많이 없지만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면 퇴근 후 대전의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려고 한다. 이는 치안현장을 알아간다는 의미보다는 아름다운 도시 대전을 가슴 속 깊이 새기려는 목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대전경찰청장으로 부임하게 돼 영광스럽기도 하고 150만 대전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대전 시민 여러분 모두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 해 헌신적으로 봉사할 것이다.
-30여 년 동안 경찰에 몸담아 오셨는데 민생치안 구현에 대한 평소 소신 또는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회 변화와 함께 치안여건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히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무엇보다 경찰의 고객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매 순간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 서서, 치안서비스의 부족한 점을 찾아 채워줘야 한다. 또, 현장의 법질서를 확립하고, 치안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식 습득은 물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청렴한 경찰로서 국민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동안 치안현장에서 느낀 점으로는 경찰은 매순간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비무환 정신은 우리 민족이 조선시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외침을 받고 어려움을 겪었던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항상 예방 치안과 협력 치안에 온 정성을 쏟아 나감으로써 전국에서 가장 일 잘하는 경찰, 최고 능력 있는 경찰로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
-대전의 치안특수성에 대한 분석과 재임 기간에 중점을 두고 추진할 시책이 있다면?
▲대전은 대한민국의 지리적 중심이자 교통, 행정, 과학의 요람이다. 사통팔달에 따른 이동성 범죄나 여행성 범죄에서부터 행정기관 밀집에 따른 항의성 집회 관리, 대덕 R&D 특구에 대한 산업기밀 유출 예방 등 대전의 치안수요는 적지 않다. 앞으로 112신고 처리시스템 개선과 CCTV 확충 등 시스템 개선을 통해 경찰의 초동대응과 범인 검거율을 높여나가겠다.
휴대폰 조회기(PDA), 차량 탑재형 판독기와 같은 과학수사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력' 위주의 치안에서 '기계' 치안체제로 전환해 수배자(차량)를 검거해 나갈 방침이다. 올 하반기 야간집회 허용에 따른 대비책도 꼼꼼히 챙기겠다. 혹여나 조직 내 잔존하는 부패, 부조리가 발견된다면 이에 대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해서라도 일벌백계하고 조직 전반에 대한 성과주의 운영을 더욱 내실화할 것이다.
-취임사에서 시민들의 필요(needs)와 요구(wants)를 정확히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비책이 있다면?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퇴보하거나 도태되기 마련인 것처럼 시민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찰은 신뢰를 잃거나 존재의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때문에 고객만족을 위해 지금까지의 과거 지향적 치안활동이 아니라 선진화된 '정성 치안'으로 무장하고 체질화해야 한다.
골목길까지 순찰차가 가시적으로 움직이며, 112 지령실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치안력을 집중시키고 초기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대전경찰의 112 긴급신고 출동시간은 지난해 평균 4분 38초로 전국 평균(5분 25초)에 비해 상당히 우수하다. 그렇지만 단 1초라도 더 빨리 출동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지령실장을 경위급에서 경감급으로 격상하고 대전권 순찰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치안지도(IDS)를 설치하겠다.
또 치안센터 운영을 내실화하고 CCTV 확충, 휴대폰 조회기(PDA), 차량 탑재형 판독기와 같은 과학수사 장비를 적극 활용해 '인력' 위주의 치안에서 '기계'치안체제로 전환해 수배자(차량)를 검거해 나갈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집배원, 택배기사, 편의점, 주유소, PC방, 찜질방 등 치안요소별 협력 네트워크 구축도 신경을 쓰겠다.
▲오는 6월 실시될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단체장ㆍ지방의원·교육감 등 분야별 세분화된 전담팀을 지정해 운영하겠다. 이를 통해 가장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로 기록될 수 있도록 선거 초기부터 금품제공이나 흑색선전과 같은 탈불법 선거사범은 물론 선거 무고 사범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단속 활동을 실시할 방침이다. 수사·정보기능 태스크포스팀 운영은 물론 가용 역량을 총동원해 사정 첩보 수집을 강화하는 한편, 성역 없는 공정한 수사로 깨끗한 대전을 구현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지방청 수사과 및 각 경찰서 수사과에 토착비리 신고센터 현판식을 갖고 6월 30일까지 토착비리 특별단속을 시행할 방침이다. 토착비리의 척결을 위해서는 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국민의 많은 신고를 당부드린다.
-대전경찰의 최대 숙원인 유성경찰서 신설과 관련한 진행 상황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 달라?
▲ 그동안 유성경찰서 신설을 위해서 대전경찰은 물론 언론, 지역단체, 시민 여러분 등 많은 분의 성원과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5월 신설안을 경찰청에 건의해 행정안전부를 거쳐 기획재정부까지 보고됐지만 검토단계에서 안타깝게도 반영되지 못했다.
대전의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는 620명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실정이다. 특히 유성구를 관할하고 있는 둔산서의 경우에는 1인당 담당인구가 1000여 명에 육박하고 있어 경찰관의 업무 가중은 물론 지역 주민들께 보다 충실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유성구는 인구 26만에 인구유입률도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위 수준으로 유성경찰서 신설 문제는 대전경찰과 시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앞으로도 신설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자료를 충실히 마련해 지속적으로 경찰청과 해당 부처에 적극 건의 하겠다. 반드시 빠른 시일 안에 유성경찰서를 신설해 지역주민들께 보다 안정적이고, 능동적인 치안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경찰은 조직 특성상 계급별, 출신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이를 해소하고 상하 소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는가?
▲경찰은 고시출신부터 경찰대, 간부 후보, 일반공채에 이르기까지 입직 경로가 다양하며 계급도 11단계로 세분화돼 있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경찰은 순경부터 경찰청장까지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희생하며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운명 공동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서로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경찰청에 근무하면서 일선 현장에 나가 기능, 계급, 출신,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몇 차례 열띤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다. 비록 일부였지만 그러한 토론회 자리를 통해 서로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고, 얼마간의 벽도 허물 수 있었던 매우 의미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 청장실 문부터 먼저 활짝 열어 놓고 현장의 많은 직원과 직접 만나 기능간, 계급간, 출신간 벽을 뛰어넘어 격의 없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운용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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