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박시장은 올 한해동안 ‘신종플루’와 ‘경제위기’등 여러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전국체전과 국제우주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대전시의 ‘저력’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이에 본보는 민선 4기 대전시정을 이끌어 온 박성효 대전시장을 만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소회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어느덧 민선4기를 마무리 할 시점이 다가왔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공무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상도 많이 받았고, 일잘했다고 받은 정부 인센티브가 그동안 대전시정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공직에 입문한지 30년이 되는 해다. 시장에 취임하면서 내세운 3000만 그루 나무심기, 3대하천 생태복원, 자전거 타기 도시 등 친환경 녹색 성장 사업들이 국정 목표로 추진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처음 이뤄진 시내버스 노선 개편도 불편사항들을 보완해 나가니,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
중앙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한 것도 기억에 남는데 도로에 선 몇개, 그리고 신호등만 설치하면 될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일을 하는데 20년이 걸렸다. 지하상가가 들어서면서 횡단보도가 없어 노약자와 장애인, 유모차 등 교통약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게 원칙이지만 주변에서는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니 표 떨어진다고 말렸다. 그래도 다섯개나 만들었다. 당연한 일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공직의 자세라고 생각하고 이같은 가치를 바탕으로 행정을 추진해 왔다.
-대전시 출범 60주년, 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되는 올해 국제우주대회(IAC)와 전국체육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가 많이 열렸다. 대전의 시격(市格)이 많이 높아진 느낌인 데.
▲IAC는 국내에서 처음 열렸다는데 의미가 크다. 이런 대회를 지방자치단체가 도전해서 유치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대통령께서 개막식에 참석해 우주개발에 대한 대한민국의 의지를 전세계에 알렸다는 점을 외국 참가자들이 높이 평가했다. IAC의 성공은 한국의 과학도시에서 국제과학도시로서 대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갑천호수공원 등 아름다운 대전을 각인시키는데도 효과가 컸다.
전국체전 역시 과학과 문화예술이 조화를 이룬 역대 가장 아름다운 개ㆍ폐막식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전국민과 해외 동포들에게 `과학도시 대전'의 브랜드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대전 체육은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했고 풍성한 신기록 잔치가 벌어졌다. 무엇보다 3000명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품격높은 대전시민을 각인 시켰으리라 확신한다. 대전은 전체 인구의 10%이상이 자원봉사자로 등록된 국내유일의 도시다. 대전시의 시격은 바로 시민의 힘에서만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사상 최악의 세계 경제 위기가 닥쳤다.대전의 최근 경제 상황은 어떤가.
▲사실 시장에 취임했을 때가 더 암울했다. 실업률은 4%를 훌쩍 넘어서 있었고, 경제 고통지수도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온다는 기업은 많은데 입지할 땅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강하게 밀어붙인게 산업용지를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었다. 대덕특구 1ㆍ2단계 개발을 추진하면서 산업용지 257만㎡를 확충했으며 지금까지 327개 기업을 유치해 1만1794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대전시 실업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12년만에 2%대에 진입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재 대전시는 물가상승률이나 어음부도율 등에서도 전국 대도시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시장 취임후 11만개 일자리를 창출해 순일자리 증가율도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취임이후 대대적으로 추진한 무지개 프로젝트가 전국적인 복지브랜드가 되는 등 친서민 정책이 유달리 많았다. 낙후지역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무지개 프로젝트가 처음 시행될 때만 해도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무지개 프로젝트의 성공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전에서만 공직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역사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무의탁노인,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등 유달리 많은 동네가 있는 데 이런 동네는 한꺼번에 지원하지 않으면 결코 바뀌지 않는 다는 걸 알고 있었고, 시장이 되면 반드시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다.
첫 대상지로 판암 1ㆍ2동을 선택했다.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갔을 때, `시늉만 하다가 관두겠지'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이 추진되고 주민들이 요구했던 일들이 현실화 되자,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판암동에서 시작된 사업은 1년후 대덕구 법동과 서구 월평2동 영구 임대주택단지로 확대됐다. 올초부터는 대전의 대표적 달동네인 동구 대동과 중구부사·문창동에서 무지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무지개 프로젝트는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 자리에서 사람이 살만한 환경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닫혔던 마음이 서로 통하면서 잃었던 정을 되찾자는 것인데, 다행히 안착이 잘 되고 있다.
-취임초부터 녹색성장을 추진해 왔다. 정부에서도 대전이 녹색성장의 원조라고 인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국정방향이 민선4기 대전시의 역점시책인 녹색성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데.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나무와 하천, 자전거였다. 3000만 그루의 나무를 도심속에 심어 도시 전체를 푸른숲으로 만들겠다, 3대 하천을 생태 복원해 옛날 물장구치던 추억을 되살리겠다,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 건 시민들과의 약속이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목표로,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선언했을 때 가장 반겼던 사람도 나다. 대통령께서도 대전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대전이 기후온난화와 관련해 가장 먼저 추진했다는 것을 직접 홍보하기도 하고, 선견지명 있게 잘 했다고 인정하기도 하셨다. 그래서 지난 22일 대전을 방문한 대통령에게 대동·신동지구의 4.8k㎡를 국가녹색기술산업 단지로 조성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녹색성장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관광인프라 구축도 결실이 크다. 내년은 대전·충청권 방문의 해다. 장기적으로 체류하면서 돈을 쓰고 가는 관광정책개발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복안은 있나.
▲대전은 국토의 중심이고 교통인프라가 우수한 장점이 있지만, 관광적인 측면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동안의 관광정책도 거쳐 가는 관광에만 만족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3000만 그루 나무심기와 3대하천 생태 복원을 하면서 이를 관광인프라 구축과 연계시키는 일을 해왔다. 갑천권과 보문산권은 상당히 진척이 됐다. 대전동물원은 플라워랜드 개장과 함께 대전오월드라는 중부권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로 거듭났다. 여기에 미국 투자유치로 국내 최대 규모의 동굴형 수족관인 아쿠아월드가 들어선다. 보문산은 체류형 관광코스의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는 보문산의 옛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13개 사업에 걸쳐 3665억원을 투자하는 `보문산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충청권 방문의 해'를 맞아 인근 지역 G9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대전에서 숙박하면서 충청권을 관광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시장께서는 `정치인'보다는 `행정가'에 가깝게 시정을 이끌어 오고, 또 그런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시대 선출직인 단체장에게 정치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시장께서 생각하는 단체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는 시스템, 그것은 원칙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자치시대 단체장에게는 그래서 소신과 원칙이란 덕목이 필요하다. 지도자부터 시스템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나.
훌륭한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를 가지고 이끄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판에 비전이 없는것은 오로지 다음 선거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 선거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소신도, 원칙도 없다.
나는 시장에 취임하면서 `인기없는 시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적인 인기에 영합하기 보다는 일로써 평가받겠다는 뜻이었다. 소신과 원칙을 지키면 시장이란 자리보다 시민이 먼저 보인다. 또 그런 신념을 갖고 시정에 임해왔다. 공무원들에게도 시청의 주인은 시장이 아니라 직업공무원이란 말을 자주 한다. 또 시장의 뒤에 줄을 서지 말고 시민의 뒤에 줄을 서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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