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과 감독의 동반 퇴진이라는 K리그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대전 시티즌은 4대 사장을 지낸 김광식 대덕산업단지 전무이사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
돈도 없고, 스타 선수도 없고, 가진 것이 너무 없어 K리그 변방으로 취급되는 대전 시티즌 제 9대 사장으로 취임한 김광식 사장은 4대 사장 재임기간(2003~2005년)에 대전을 축구 특별시로 만든 장본인.
난파 직전에 처한 대전 시티즌의 키를 잡은 김광식 사장은 ‘기상천외한 경영비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극약처방 내지는 특단의 조치를 바랐던 팬들로써는 다소 실망스런(?) 취임 일성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전은 없는 것이 많은 구단이다. 하지만, 있다면 축구에 대한 열정과 자긍심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적인 디엔에이(DNA)를 가진 시민들에게 눈높이에 맞춰 시민에 즐거움을 주는 구단을 만들겠다.”라는 말로 대전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김광식 사장이 재주를 부리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구단운영으로 대전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겠다는 의지의 밝힌 지 80일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구단 바로 세우기를 통한 대전 시티즌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김광식 사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
▲ `오늘이 임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겠다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소신껏 구단을 운영, 축구 특별시 대전, 축구의 메카 대전이라는 옛 명성을 회복하는 것을 지상명령으로 여기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대전이 축구 특별시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구단과 선수, 팬이 삼위일체가 됐기 때문이었다. 축구 특별시라는 명예를 되찾기 위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구단 운영 방향은?
▲ 리그 챔피언이 되는 게 프로구단의 지상목표다. 하지만, 대전구단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성적보다는 시민들과 같이 호흡하며, 시민들의 삶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 1차 목표다. 시민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구단, 축구를 통해 대전에 행복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1의 임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원칙과 소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것이다. 그라운드에 터치라인과 골라인이 왜 있는가를 생각해보라. 선(線) 밖으로 공이 나가면 아웃이다. 이를 어기면 경기가 아닌 싸움이 되고 만다. 원칙을 어기고 기준이 흔들리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대전 시티즌을 `대전을 대표할 수 있는 아이콘' 으로 만들기 위해 대전구단은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원칙과 구단의 모든 일의 기준은 소비자인 시민이라는 자세로 일하겠다.
-올 시즌은 막을 내렸다. 내년 시즌의 운영 계획은?
▲ 축구에 대한 대전시민들의 열정은 용광로보다 더 뜨겁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으며,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대전시민이야말로 축구 특별시 대전을 만들 수 있는 DNA를 가졌다. 하지만, 최근 내ㆍ외부적인 사정으로 구단이 주춤한 사이, 시민들의 열정이 표출되지 않고 잠재된 것도 사실이다. 잠재된 열정을 표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축구특별시 DNA를 자극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구단과 선수단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묶고 양분된 서포터를 통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대전 시티즌이 자랑스러운 대전의 아이콘으로, 모든 시민들이 대전 시티즌을 사랑하고, 서포터스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평소 선수단의 변화와 개혁을 말해왔다. 선수단 운영은?
▲ 올 시즌 FA컵 4강에 진출하고 리그 9위 성적을 거뒀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잘 싸워줬다. 선수들은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하며, 시민들과 함께해야 한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선수단과 프런트가 받는 연봉의 일정액을 적립,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선수단 규모는 슬림화될 것이다. 규모는 슬림화되지만 공격 축구는 한 층 강화시킬 계획이며, 선수들도 경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선수와 프런트의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프로구단 처음으로 구단 구성원들의 역할과 행동규범 등을 정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매뉴얼에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자세부터, 창조적인 선수 육성방안 대전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까지 담을 생각이다.
13년 역사를 지닌 대전이지만 업무나 운영 면에서 매번 단절됐다는 생각이다. 구단이 13년의 역사를 이어가지 못해, 명문구단으로 가기 위한 토대를 쌓지 못했다. 대전은 어느덧 지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다. 승자의 우승은 누구나 부러워하지만, 패자의 눈물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대전은 앞으로도 몇 번의 눈물을 흘릴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반드시 명문구단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
최근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이라는 책을 읽었다. 선수단과 프런트에 `1%만 변하자!'라고 요구하고 있다.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사고가 변하고, 운명이 바뀌듯 사소한 것부터 바꿔나가겠다.
-무엇보다 시티즌의 재정자립이 우선돼야 한다. 대안은?
▲프로구단은 입장수익과 마케팅수익 등이 수익의 원천이다. 하지만, 대전 시티즌은 아직 많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축구선수는 축구를 잘해야 하고, 야구선수는 야구를 잘해야 한다. 축구선수가 축구보다 딴 일을 잘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전 시티즌도 마찬가지다. 대전 시티즌의 상품인 선수들의 경기가 재미없다면 소비자인 시민들은 외면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대전 시티즌도 재정자립은 고사하고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다. 지더라도 팬들이 원하는 경기, 지키기 위한 축구가 아닌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해, 관중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 높은 축구 등 상품을 잘 만드는 것뿐 아니라 지역기업들의 후원을 강화하는데에도 힘을 쓰겠다. 안정적인 재정운영이 바탕이 돼야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기업들의 후원 강화를 위해 후원회 활성화를 이야기했는데?
▲프로구단의 뿌리는 지역과의 유대감 형성이다. 지역과 밀착하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포터스나 대전시, 기업 등이 대전 시티즌을 대전의 공공재로 여기며, 서로 배려하는 미덕을 베풀어야 한다. 대전 시티즌에 대한 후원이 사회환원을 통한 지역 봉사의 일환으로 인식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대전 시티즌 역시 시민들의 마음을 묶는 매개체로, 대전이 자랑할 수 있는 무형자산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전뿐 아니라 충남북으로의 외연 확대를 이야기 했는데?
▲대전시티즌은 대전 뿐 아니라 충청권을 대표하는 구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미 대전 인근 충청지역의 팬들이 자주 경기장을 찾고 있다. 더 많은 편과 지역구단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충청권 외연 확대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충청권 팬 확보를 위한 이벤트와 팬 서비스를 한층 강화할 생각이다. 충청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한편 기업 후원의 범위를 충청지역으로 확대해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확립에 가속도를 붙이겠다.
-전용연습구장, 클럽하우스 건설 등 당장 풀어야 할 현안들이 많은데?
▲선수들을 위한 클럽하우스는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13년이 흘렀지만 이렇다 할 클럽하우스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시와 협의가 잘 이뤄져, 빠른 시간 내 클럽하우스가 만들어질 것이다.
전용연습구장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선수들이 연습구장이 없어 훈련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전국체전을 계기로 축구장이 전보다는 많아져, 대전시티즌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티즌을 사랑하는 팬들과 시민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대전구단은 앞서 말한 것처럼 구단운영의 원칙은 소비자인 팬과 시민에게 기쁨을, 구단운영의 기준은 팬과 시민들의 마음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는 구단으로 변할 것이다. 대전 시티즌은 시민들의 마음을 한데 묶어, 대전을 변화시키는 시민운동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프로구단은 시민의 사랑과 격려를 먹고산다 해도 빈말이 아니다. 다소 구단의 변화가 더디더라도 애정으로 지켜봐 주면 좋겠다. 질책보다는 관심 있는 대안을, 단점보다는 장점을 봐 주면 좋겠다. 대전의 미래와 대전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대전 시티즌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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