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엔 이미 많은 문화가 심어져 있어 광석처럼 숨겨진 문화 캐내 상품화 할 것

대전엔 이미 많은 문화가 심어져 있어 광석처럼 숨겨진 문화 캐내 상품화 할 것

■박강수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 승인 2009-11-04 14:45
  • 신문게재 2009-11-05 9면
  • 대담=이승규.정리=강순욱.사진=손인중 기자대담=이승규.정리=강순욱.사진=손인중 기자
 민간 주도의 문화예술 진흥 전담기구로 탄생한 대전 문화재단이 본격적인 출항을 앞두고 있다. ‘문화도시’ 대전을 표방하고 나선 대전문화재단인 만큼 지역 문화예술계는 향후 문화재단이 나아갈 방향에 적지 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업의 첫 발을 내딛는 창립기념식을 앞두고 박강수 대표이사를 만나 문화재단의 운영계획과 지역문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표이사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소감은.

▲대전 문화예술의 향기를 150만 시민들과 함께 나눠야 하는데 사명감을 느낀다. 내가 가진 경험과 열정, 역량을 다 바치겠다.

-문화재단의 탄생의 의미를 간단히 짚어 주신다면.

▲정부가 문화예술 정책을 민간으로 넘기고 있다. 거버넌스 시대에 문화가 민간인에게 오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바람직한 일이다. 그 와중에 대전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전에는 그동안 `문화가 없다'는 식의 오명이 있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대전의 문화가 낙후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는 잴 수도 없고 근으로 달 수도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특히 문화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사회적 동의를 얻는 촉매작용을 해야 한다. 대전은 문화가 클 수 있는 토양이 있다. 비옥하지는 않지만 대전에는 문화가 확실히 있다. 문화가 없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화를 심는다는 표현을 하는데 대전에 이미 많은 문화가 심어졌다고 생각한다. 대전에 광석처럼 숨겨져 있는 많은 문화들을 캐내서 상품화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재단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지원 업무일 것 같다. 앞으로의 지원 방향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달라.

▲무엇보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원도 틀을 만든 뒤 틀 속에 들어오는 부분에 대해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온당하다는 생각이다. 토양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

-문화재단 설립과정에서도 일부 나타났지만 관의 행정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는데.

▲어느 것이든 태어날 때에는 산고가 있게 마련이다. 그 정도 산고를 산고라 할 수 있겠나.

물론 시가 갖고 있던 문화행정을 존중하겠지만 독립권을 가지라는 문화예술계의 요구가 있는 만큼 고민하고 또 토론하겠다. 문화예술을 개발, 발전시키라는 명령으로 준엄하게 받아들이겠다.

-전·현직 시장의 문화적인 마인드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방금 말씀하신 독립권 문제가 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 점에 대해 많은 책무를 느낀다. 한 마디로 문화예술은 자유롭게 해야 큰다. 교육도 진리도 마찬가지다. 독립권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계가 올 수 밖에 없다.

-대전문화, 즉 한밭문화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나.

▲근본은 백제문화에 있는데 백제문화는 충효다. 그런 사상은 우리 피에 농도 짙게 배어 있다. 예술의 아이콘 역시 `충효'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대전에는 문화예술의 스타가 없다는 것이다. 스타를 키우는 데도 힘을 모을 생각인데, 여러 분들이 동의해주셔야 한다.

-항상 빠지지 않는 얘기가 동서 불균형, 즉 신도심과 구도심의 불균형이다. 문화 역시 편중된 느낌이 있는데 어떻게 해소해야 한다고 보나.

▲내 생각에 문화는 찾아가는 문화가 돼야 한다. 예를 들면 외국의 경우 소규모 박물관이나 미술관, 극장이 동네마다 있다. 대전을 로맨틱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혹자들이 지식정보의 시대라고 하지만 이제는 지식문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제는 문화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시민들을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관공서를 짓게 되면 그 안에 시민회관,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식이다. 노르웨이나 덴마크를 가보면 시청이 모두 박물관이다. 입장료도 10유로씩 내야 한다. 하루 1000 명씩 온다는데 수입이 짭짤한 편이다. 우리 지자체도 문화향수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가져야 한다. 접근성을 걱정하지 않는 거버넌스 시대의 문화향유를 고민해야 할 때다.

-외지에서 대전을 방문했을 때 예술의전당을 찾는다거나 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서 문화이정표라는 것을 할 생각이다. 왜 표지판에는 정부청사나 시청만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화의 중심지에 대한 표지판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있도록 할 것이다. 외국 같으면 문화예술 지도라는 것이 있다. 대전에 박물관이나 화랑, 소극장 이런 것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광역시 정도면 문화지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실 문화예술계에는 보이지 않는 깊은 골이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선 친목 후 사업'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 것 같다. 문화예술인들이 하나의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면 문화라는 것이 형성되기 힘들다. 선 친목 후 사업을 위해 우선 음력 대보름을 `문화의 날'로 정해 문화예술인 신년교례회도 하고 문화지도도 만들고, 또 문화인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위한 수첩도 만들 생각이다. 그 외에 막걸리도 서로 나누고, 시도 읊고, 작품 자랑도하고, 마케팅도 하는 그런 자리를 만들 생각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 충청도라 늦겠지만(웃음) 황새걸음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구상하고 있는 사업들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우선 이달 중으로 시의회와 공동 세미나를 갖고 대전문화 창달의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내년에는 문화 아카데미를 개원할 생각이고, 예술작품의 마켓을 만들어볼 생각도 하고 있다. 이를테면 문화예술품 벼룩시장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름다운 가게'처럼 나눔이 핵심이 되는 가게를 만들 것이다.

-대전문화 창달을 위한 각오를 한 말씀 해 달라.

▲배재대 총장 재직 당시 가졌던 더운 피가 아직 남아 있다. 그 더운 피를 대전의 문화예술을 위해 쏟을 생각이다. 지는 노을이지만 아름다움을 보여 드리겠다. 그리고 노을은 아침을 만드는 힘이 있다. 최선을 다 하겠다. 어머니처럼 부르고 싶은 문화재단을 만들겠다.

※박강수 대표이사는 누구?
▲배재대학교 총장 역임 ▲한국경영학회.마케팅학회 부회장 역임 ▲한국상품학회장 역임 ▲대전사랑시민운동협의회장 역임 ▲월드컵문화시민운동대전회장 역임 ▲고려대학교 교우회 대전·충청협의회장 역임 ▲국제라이온스협회 총재 역임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회장 역임 ▲(재)성진장학회 이사장 ▲The Men`s Choir 이사장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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