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산도 없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위해 책정한 내년 예산 925억 원이 지난달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예산에 대한 근거 자체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초과학의 발전을 내걸며 2015년까지 3조5000억 원을 투입해 기초과학연구원과 초대형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할 계획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현 정부의 과학기술분야 최대 사업이다. 현재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의 향방을 놓고 과학계는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조성, 세종시 수정안?=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조성이 원안대로 진행되면 비효율성이 크고 도시 자족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수정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 문제와 얽혀 과학기술 자체보다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해 정치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세종시의 원안 추구를 주장하며 여당과 대립각을 첨예하게 세우고 있는 야권에서조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덕특구 연구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대선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정치 논리에 휩싸이고 있는 현실에 암담함을 느끼고 있다.
▲세계적인 R&D특구에 대한 기대감 커 =대부분 과학자들은 여야 모두 사업이 추진돼야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므로 정치권의 결정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 과학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일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30대 긴급민생법안'에도 올라가 있으므로 추진 자체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인 중이온가속기가 현재 개념설계 수순에 들어갔다는 점이 과학계에는 다소 안심하고 있다. 추진단은 추경예산으로 배정받은 20억 원을 들여 지난 주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를 맡을 연구자를 선정했다. 개념설계에는 일차적으로 국내 연구진이 참여하며 기간은 1년 정도 걸린다. 상세설계와 실시설계까지 거치면 중이온가속기는 2012년 착공될 예정이다.
추진단은 2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포럼을 개최하며 이런 분위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미국의 성공적인 과학 도시로 꼽히는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역할을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RTP는 미국 남동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더램, 롤리, 그리고 채플힐 등 3개 도시 중심부에 있다.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등 대학과 첨단기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덕특구, 오창·오송 산업단지 등를 잇는 벨트로 형성, 세계적인 R&D벨트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배문숙 기자 moon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