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은 부위에 따라 고유의 진동수를 갖는데 외부에서 받은 진동수가 몸의 진동수와 일치하면 진폭이 커지는 공명현상이 일어난다. 똑같이 배를 타도 멀미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이유도 바로 위의 진동수가 사람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진동에 의한 피해가 심각해지자 지난 1974년 국제표준기구는 진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화한 참조표준데이터를 발표했다. 2000년 환경분쟁조종위원회에 접수된 사안 가운데 진동이나 소음에 의한 피해가 85 %를 차지했다. 이제 진동 때문에 겪는 고통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릴 수 없다.
KRISS(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김명수) 국가참조표준센터 박세진 박사는 그 기준을 세우고 있다. 100여 명의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10 헤르츠 이하의 저주파 진동을 가한 뒤 신체의 변화를 관찰했다. 심전도와 피부전기저항,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량을 측정했더니 체형이 작은 우리나라 사람은 진동에 대한 반응도 더욱 민감하게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에서 서양인의 체형을 기준으로 한 참조표준데이터를 그대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박세진 박사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진동에 의한 인체 영향평가 지표를 발표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진동의 심각성이 서서히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처럼 진동 인체영향평가 지표도 앞으로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를 위한 따뜻한 `배려'가 되길 기대해 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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