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글날엔 한글옷 입고 한글사랑을 보여주세요”

“9일 한글날엔 한글옷 입고 한글사랑을 보여주세요”

■정순훈 배재대 총장

  • 승인 2009-10-07 14:19
  • 신문게재 2009-10-08 9면
  • 대담=이승규.정리=김민영.사진=지영철 기자대담=이승규.정리=김민영.사진=지영철 기자
 “한글날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과 직장인 모두가 한글이 쓰인 옷이나 넥타이를 매고 근무합시다. 한생들은 한글 옷을 입고 공부하고, 저녁에는 한글 옷을 입고 거리에서 함께 어울려 춤을 추고 놀아봅시다.”

 배재대 정순훈 총장이 한글 전도사로 나섰다. 한글날한글옷입기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정 총장이 한글 사랑 운동을 벌여온지 만 2년이 지났다.

 학교 차원에서 직접 한글옷을 제작해 보급하는 등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지역사회에 빠른 인식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 총장의 한글사랑과 한글에 대한 생각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한글사랑이 남다르다 못해 지독한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외국 사람들과 함께 국제 행사를 하기 위해 외국에 나간 적이 있었다. 우연히 각자 자기나라 문자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제안이 있었고, 각자 자국 문자에 대한 홍보를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0여개 나라 사람들이 모인자리였으나 문자가 없는 나라도 있었다. 그 순간 머리가 쭈뼛하는 전율을 느꼈다. 만약 문자가 없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을 해봤다.

우연한 자리였지만,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대단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선진국은 외국인에게 자신의 나라 언어를 가르치는 전문학과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는 가르치는 기관 조차 없었고, 학문적으로 체계화를 시키거나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 자체가 없었다. 우리 배재대학교에서 솔선수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총장이 되자마자 배재대에 전세계에서 제일 좋은 학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5년전에 배재대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과'를 설치하게 됐다.

반응이나 성과는 거의 폭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졸업자 전원이 외국에 가서 원어민 교수를 하고 있다. 지방대학에서 한 학과로 대학원 학생이 100명인 곳은 거의 없다. 대학원이 설립된지 3년됐으나 학생이 100여명을 육박한다. 수도권의 명문대학 졸업생도 공부를 하고 있는만큼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글날한글옷 입기 세계대회 재단은 어떤 활동을 해왔는가.

▲세계화 재단에서 활동한지 만 2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한글날 행사는 무거웠고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루한 행사성 한글날 기념보다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연구했다. 한글날의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안들을 찾고 노력해왔다. 한국어를 세계화 하기 위해서는 가벼우면서 대중성 있고, 전파력 있는 방법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안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한글로 된 티셔츠를 입자는 것이었다.


-대중성 있게 보급하고 있는 것 같다. 민간기구로서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 많이 진출해 있고 외국의 청년 구직자들이 국내 기업에 취업을 하고 싶어한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미국 등 서양은 동양에 대해 관심이 증가하면서 한글을 배우려는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 서적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 등은 교재가 없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필사본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언어를 배우고 싶어하는데 책이라도 제공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에 의존해 기금을 받아내기 보다는 민간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벤트를 생각하게 됐고,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게 됐다.


-축제다운 축제, 국가다운 브랜드 축제 예산이 100억 단위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나가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글옷 입기 운동의 축제화가 바람직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지역 축제는 있지만, 국가 축제는 없다. 설하고 추석 정도가 국가 축제에 속한다. 이러한 국가 축제 개념으로 만들고 싶었다. 각자 집안 중심으로 국제화 축제를 해보자는 의미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할 수 있는 축제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200만명 가량은 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글 메시지로 얼마든지 전달이 가능하며, 전 세계적인 전파도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도시마다 자율적으로 동시다발적인 행사를 하고 싶다. 대전, 서울을 비롯한 카자흐스탄, 몽골, 홍콩,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뉴욕 등 10여곳에서 동시 다발적인 한글옷 입기 행사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번 한글날에 하는 대회는 어느정도 규모이며 어떤 형태로 할 계획인가.

▲2만벌 정도 티셔츠를 만들었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모두 입히려고 계획중이다. 한글날만큼은 한글옷을 입는 분위기를 만들 계획이다. 학교가는 학생들을 비롯한 직장인들도 모두 한글날은 한글옷을 입고 출근하기를 할 예정이다. 각자 나름대로 특색있는 옷을 입고 나오면 좋을 것 같다.

학교의 미술시간에 한글날 옷을 만드는가 하면, 각종 콘테스트도 하고 한글을 재미있게 접근할 계획이다. 영어를 쓰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라, 한글도 쓰자는 의미다. 특히 한글날만이라도 한글로 된 티셔츠를 입자는 것이다. 너도나도 입자하는 운동이 벌어질 것이다. 조직위에서 각방송들하고 MOU를 체결해서 한글옷 입기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10월 9일 전 세계인 1억명이 옷을 입게 하는 것이 꿈이다. 전 국민을 포함해 외국인들, 교민들이 모두 한글옷을 입는 것을 꿈꾸고 있다. 입는 것 자체가 축제가 될 것이다. 하나의 아름다운 드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개의 옷 가운데 한글로 된 옷 한 벌정도는 장만하는 풍토를 만들고 싶다. 요즘은 재미 없으면 안된다. 행사 이벤트도 재미중심으로 해야 통한다. 10월 9일 배재대에 오면 직원, 교수들, 학생들 모두 한글옷을 입고 있는 재미있는 축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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