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베일 벗기자... 세계 두뇌싸움 합류

`뇌' 베일 벗기자... 세계 두뇌싸움 합류

●한국뇌연구원 2013년 개원 의미

  • 승인 2009-09-27 13:11
  • 신문게재 2009-09-28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두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싸움은 한국뇌연구원(가칭·이하 뇌 연구원)의 설립과 궤를 같이한다. 오는 2013년 개원할 예정인 뇌 연구원은 2020년까지 3000억원 이상 예산과 첨단 기술을 집중, 뇌질환 치료법과 뇌기능 활용법을 개발하기 위한 국가 연구기관이다. 정부는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을 모아 명실 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뇌 연구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뇌의 중요성부터 한국뇌연구원 유치에 대한 당위성과 미래가치, 지자체별 유치 차별성 등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뇌는 `작은 우주'=뇌에 대한 연구는 다른 신체 장기에 비해 늦게 시작되었다. 과거에는 해부학적인 연구에 그쳤다. 198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생리학적인 연구가 활발해졌다. 현재 뇌 연구는 세계적인 화두다. 각 국은 뇌 연구를 마지막 남은 미지의 과학 분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분야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까지 삼고 있다.

미국은 1990년에 `뇌의 10년(decade of the brain)'이라는 법안을 만들어 매년 70조원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 , 뇌졸중연구소 , 국립신경질환연구소 , 국립신경과학연구소 등을 통해 뇌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도 21세기를 `뇌의 세기(century of the brain)'로 규정하고 매년 8000억원을 쏟아 붓고 있다. 1997년에 설립된 이화학연구소 산하에 뇌과학연구소 등 도쿄에만 여섯 개의 뇌과학 연구소가 있다.

중국이 설립한 신경과학연구소, 국립뇌연구소 등은 이미 뇌 연구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스위스·호주 등 선진국들도 자국의 뇌 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국가 뇌연구소 설립 시급= 한국에는 국가 뇌 연구소가 한 곳도 없다.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하는 등 뇌 연구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2007년에서야 뇌 연구원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 6월 공청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3년 개원을 목표로 정했다.

국내 뇌 연구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뇌연구촉진법 제정 후 10년 동안은 연구 인력이 부족해서 뇌 연구원을 설립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뇌 연구원 설립에 대해 뇌 학자들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뇌 연구에 큰 주춧돌이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치매 등 노인성 질환과 사고로 인한 뇌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 주요 연구 분야다. 또, 인지 기능 컴퓨터나 로봇 개발도 큰 전환기를 맞게 된다.

▲뇌 연구원 유치 `뜨거운 지자체 경쟁'= 뇌 연구소 유치에 적극적인 곳은 대전, 대구, 인천 등이다.

지자체는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뇌 연구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경북, 포스텍, 포항시,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병원과 함께 유치전을 펴고 있다. 대구는 DGIST와 각 대학 병원 뇌의학연구센터가 연계하면 뇌 연구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전시는 KAIST, 서울아산병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함께 연구 인력이 풍부한 대덕 연구단지와의 연계성을 앞세우고 있다.

인천시는 서울대 의대, 가천의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국내 최고 뇌 연구소로 평가받는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와 국제공항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연구원 설립에 정치적인 입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뇌 공학 선구자로 꼽히는 한 교수는 “한국은 일일 생활권인데 장소가 문제인가. 장소보다 하루빨리 연구원을 개원해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장소에 연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한국 뇌 연구사에 전환기를 가져다줄 뇌 연구원 설립을 앞두고 정치적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은 의학계와 공학계의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공무원의 지적이 따끔하다. “일부 학자는 이곳저곳 발을 걸쳐 놓고 있다. 학문보다 정치적 분위기에 휩쓸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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