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본보는 학자 신분으로 복귀한 육 교수를 만나 지자체 소속 연구원장직을 수행하며 가까이서 본 대전시정을 통해 앞으로 대전시가 갖춰야 할 정체성과 지역역량 강화방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행정도시 문제 등에 대한 전문가적 의견을 들어봤다.
-대전발전연구원장으로 3년간 재직하면서 여러 눈부신 성과가 꼽히는데,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대전발전연구원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전시민을 위한 연구기관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연구원은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다. 지난 3년간 연구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한 결과, 지금은 많은 시민들이 연구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하고 연구원에 대해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전국에서 제일 늦게 출범한 대전발전연구원이 최하위에서 짧은 기간내에 전국 최상위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함으로써 시민들의 자존심을 지킨 것이 큰 보람이다.
-대전발전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났으니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다. 대전발전연구원이 가장 우선적으로 임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전발전을 위해 연구원이 우선적으로 임해야 할 일은 대전시의 미래발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연구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국내외 사회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전망하고 이에 대비한 대전시의 미래 비전과 장기목표와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전시민들의 미래 먹거리와 일거리를 무엇으로 해야 하는가를 연구해서 제시하는 것이 연구원의 제일 중요한 과제다.
최근, 민선자치시대에 접어들면서 지역발전이 대체로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차원에서 논의되고, 계획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선출직의 임기에만 집착하면 모든 정책들은 전시행정속에 졸속으로 관리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대전시는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10, 20년 정도의 먼 미래를 보면서 발전의 큰 틀을 잡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연구원 밖에 없다.
-대전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전시가 여러 국책사업에 번번이 실패했던 것을 경험했다. 대전시가 여러 국책사업에 실패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앞으로 이 부분은 어떤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지.
▲이 역시 앞서 얘기한 대로, 그간 대전시가 코앞에 닥친 현안문제 해결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긴 호흡으로 멀리 미래를 보고 특정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짰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리고 현재의 대덕특구는 이제 대전시의 발전에 항상 득이 되는 것만이 아님을 인식해야 하다. 차제에 대덕특구와 대전시와의 관계도 획기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국책사업 선정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지역의 정치역량이다. 출신지역이 다르든 정치적 입장이 다르든 대전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
-대전의 먹거리 창출은 어떤 식으로 접근돼야 한다고 보는가.
▲외국의 권위있는 연구기관(EMI)이, 매년 도시브랜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순위를 매기는데 대전시는 5조8000억 정도로 순위에도 없다. 서울시가 127조 가량으로 40개 도시중 33위에 불과하다. 대전을 대표하는 도시 랜드마크를 만들어서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시민들의 개방적이고 국제적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대전의 먹거리 창출도 도시브랜드와 연계해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전시는 오랫동안 대덕특구로 인해 과학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 들어 그린시티, 창조도시 등 다양한 이미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전의 도시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무엇보다 과학기술도시로서의 도시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대덕특구가 대전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전이 과학도시가 될 수는 없다. 대전이 가지고 있는 여건과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면서 과학도시로서 타 도시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제비즈니스와 회의산업 중심의 세계도시, 신성장동력사업 창출의 신과학도시, 숲과 물 중심의 녹색도시, 그리고 글로벌 인재와 평생학습 중심의 교육도시가 돼야 한다. 지금부터 대전은 `글로벌 창조도시 뉴 대전'의 미래상을 설정하고 2020년까지 세계 10대 과학기술도시, 1인당 지역총생산액 4000만원(2007년 현재, 1385만원), 도시브랜드 가치 20조원(현재 5.7조원)으로 국내 4위 목표에 도달해야한다. 대전은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
-분권화 시대이지만, 수도권으로의 집중현상은 완화되지 않고 있다. 대전시를 비롯해 지역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것도 대전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대전의 인구가 정체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도시 문제는 대전의 발전과 직결되어 있다. 만일 행정도시가 기형적인 과학도시나 교육도시로 축소, 변질된다면 대전과의 상생발전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행정도시는 당초의 계획대로 추진돼 수도권의 인구로 채워진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전의 인구가 오히려 행정도시로 빠져나가 대전의 시세는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행정구역 개편논의가 정치권에서 활발히 진행중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무엇보다 현재 논의중인 행정구역 개편은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개편이라는 점이다. 추진주체가 정치권이기 때문에 당리당략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현재 국회에 5개 안이 올라가 있는데 모두가 중앙집권강화, 지방분권 훼손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지방경쟁력 약화는 물론, 행정 효율성의 약화로 인해 국가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행정구역 개편은 지방분권을 전제로 여론수렴과 전문가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전에서 보듯 그동안 충청권은 국책사업 유치나 각종 협력사업에 있어서 공조보다는 충남, 충북, 대전으로 제 각각 흩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충청권 상생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주요 요인은 선거에 있다고 본다. 충청권이 최대 격전지이다 보니 정당, 출신지역, 지연, 혈연으로 갈라지고 이로인해 충청권 분열이 이뤄졌다. 언론이나 학계가 중심이 돼서 선거를 통해 분열되고 과열된 문제를 봉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충청권 홀대는 번번이 대두되는 화두다. 지역 홀대론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이를 극복할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면.
▲충청지역이 여기까지 오게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오랜기간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 정부와 정치권을 탓하기에 앞서 지역의 힘과 역량을 키우고 관리해 적시에 표출하는데 성공적이지 못한 지역의 과오와 무관심도 한 이유다. 무엇보다 충청민들끼리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상생과 화합의 지역분위기를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선거철마다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방자치에 대한 학문적 지식과 대전발전연구원장이라는 행정적 경험은 묻어두기에는 아깝다고 보는 견해들도 많기 때문인지 내년 대전시장 또는 교육감 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데.
▲솔직히, 선거 때마다 출마권유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내년 선거 역시 저의 행보에 지역에서 높은 관심과 기대를 표시하고 있어 부담감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다행히 교수로서의 그 목표는 어느정도 성취했다고 자부한다. 그 과정에서 충남대 사회과학대학장, 행정대학원 원장, 한국지방자치학회장, 그리고 대전발전연구원장과 전국 시도연구원협의회 회장 등을 거치면서 남들이 갖추기 어려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게 됐다.
그래서 이러한 경험과 경륜을 살려서 대전발전을 위해 새로운 역할을 하고 싶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장 선거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교수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서 주위분들과 상의하면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무쪼록, 대전발전연구원장 재임시 과분한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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