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뮤지컬 최대 성과는 기대이상의 구민화합 이룬 것

수상뮤지컬 최대 성과는 기대이상의 구민화합 이룬 것

[가기산 서구청장]첫 공연 의미와 방향을 묻다

  • 승인 2009-09-02 14:11
  • 신문게재 2009-09-03 9면
  • 대담=김덕기.정리=임병안.사진=지영철 기자대담=김덕기.정리=임병안.사진=지영철 기자
국내에서 공연된 적이 없던 수상뮤지컬이 지난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대전 갑천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못한 수상뮤지컬이다 보니 국내 문화예술ㆍ공연계의 눈과 귀마저 대전 갑천에 쏠렸다.

‘수상뮤지컬 갑천’으로 명명된 이번 공연의 출연진 만 1500여명. 1천여명의 출연진은 자원봉사 주민들이 맡아 주목받았다. 지역내 일부 기관장들도 출연자로 나서 공연 의미를 더했다. 국내 첫 수상뮤지컬인 만큼 다양한 기록도 쏟아졌다.

미흡한 부분도 많이 노출됐지만 지역에 간직한 역사를 문화스토리로 담아 자연과 어우러져 공연 문화상품으로 승화시킨 점은 후한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은 수상뮤지컬이라는 문화상품을 대전에서 보게 된 것에 놀랐고 대전시가 아닌 구청이 마련했다는 얘기에 또 놀랐다. ‘수상뮤지컬 갑천’ 공연을 이끈 가기산 서구청장을 만나 이번 공연의 의미와 결과, 향후 과제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수상뮤지컬 갑천'이 공연된 나흘 내내 많은 시민이 관람했다. 이번 공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첫날 공연 때 5만~6만명을 비롯해 공연이 진행된 사흘 동안 20여만 명이 수상뮤지컬 갑천을 관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람객 수와 별개로 이번 공연의 성공 여부는 청장이 평가하는 게 아니고 이를 관람한 관람객이 평가한다고 생각한다. 공연이 막을 내린 지 2주가 지났지만 지금도 구민들은 수상뮤지컬 갑천의 기억을 얘기하고 있다.

또 수상뮤지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사공' `명학소'등 공연 때 맡은 역할을 중심으로 수상뮤지컬 동호회도 구성하는 것을 봐서는 공연을 관람한 사람뿐만 아니라 공연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구민들이 아직 수상뮤지컬 갑천의 좋은 기억을 간직하는 데는 우리나라에서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것을 대전 서구에서 도전해 성공했다는 자부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주민들 사이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 수상뮤지컬을 추진한 입장에서 이번 공연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수상뮤지컬 갑천' 공연 기간에 20여 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했는데 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이번 수상뮤지컬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혹시 모를 사고발생이나 저조한 관람 등으로 실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했다. 또 과연 공연이 실패한다면 구청의 예산을 들인 것인 만큼 단체장이 책임져야 할 사항이라고 여겼다. 그만큼 큰 책임감을 느꼈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려 노력했다. 지역을 벗어나 전국에 수상뮤지컬을 홍보했고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기 위해 역사학자로부터 `망이·망소이 난'의 사전 고증도 빼놓지 않았다.

지역에서 발원한 민중봉기라는 역사적 소재와 빛과 소리를 한데 묶은 이번 공연은 잘만 준비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컸다. 결국 전국 24개 지자체에서 `수상뮤지컬 갑천' 공연장을 찾아와 배워갔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관객을 유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부 관중석에선 대사나 음악이 잘 들리지 않는 등 공연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수상뮤지컬 갑천을 원활히 진행 할 수 있도록 음향시설과 스크린을 모두 설치했다. 하지만, 관중석이 워낙 넓고 야외라는 특성으로 소리가 허공으로 퍼져 일부 관중석에서는 음악과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무대규모에 맞게 음향시설을 더 보강하는 게 필요했지만 예산이 문제였다. 음량이 넓고 더 큰 음향시설로 바꾸려 했지만 이 경우 새롭게 돈이 들어가 한정된 예산범위를 초과하는 문제가 있었다. 공연이 진행된 갑천 둔치에 공연시설이 전혀 없어 음향과 영상을 원활히 제공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이런 점은 분명히 다음 공연을 치를 때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는 공부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공연 출연자 가운데 1000여 명은 자원봉사에 나선 주민들이 맡았다.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주민들의 자원봉사를 이끌게 됐는지.

1000여 명의 구민이 자원봉사로 나선데 대해 나 역시 놀랍고 궁금하다. 구민들과 면면이 알지 못했다면 아무리 자원봉사지만 구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긴 어려웠을 지 모른다. 또 국내에서 처음 시도해보는 수상뮤지컬에 참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구민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설 수 있는 큰 계기가 됐다고 본다. 구정에 대한 주민들의 믿음도 대규모 자원봉사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구민과 구청사이에 신뢰가 쌓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구청 일부 공무원들이 수상뮤지컬 갑천의 연기자로 나서 연습에 참가하느라 행정공백 현상이 우려됐는데.

구청 직원들의 공연 참여가 행정에 무리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갑천에 띄운 뗏목을 운전하는 부분과 자원봉사자 음식 및 현장 뒤처리하는데 몇몇 직원이 참여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으며, 자발적으로 신청을 받아 출연자를 선정했다. 대부분 사공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 훈련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막상 공연을 마친 지금 직원들의 참여로 호응도는 더 좋아졌다고 본다.


-내년에도 수상뮤지컬을 계속 개최할 생각인가 .

-올해 공연한 `수상뮤지컬 갑천'은 고려시대 이 지역에서 발원한 민중봉기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상시공연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구상할 필요도 있다. 내년에 수상뮤지컬 갑천의 진전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검토할 사항이 있다. 먼저 수상뮤지컬이 진정한 지역 공연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선 대전시의 행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시는 이미 갑천에 호수공원을 조성하고 엑스포 다리를 새롭게 꾸미는 등 시민들을 위해 갑천에 정성을 쏟고 있다.

수상뮤지컬 역시 앞으로는 시가 맡아 공연 완성도를 높이고 대전을 대표하는 공연 축제로 만들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우수축제로 `수상뮤지컬 갑천'을 신청해 브랜드화하면 지역 관광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게 아니라면 수상뮤지컬의 음향과 빛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시가 지원을 해주는 방법도 있다고 본다. 광주의 `7080충장축제'는 구청이 추진하는 축제지만 광역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역축제·전국축제로 발돋움한 사례다. 관할 싸움만 할 게 아니라 지역을 대표할 축제를 구상할 때라고 본다. 앞으로 진행을 어디서 할지는 더 논의해 봐야 겠지만 어쨌든 이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구청장 임기가 채 1년도 안 남았다. 남은 기간 구정의 역점 방향은.

임기 막바지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남은 임기 소박하지만 어려운 목표 중 하나다. 큰 성과를 거두고 박수를 받을 수 있는 큰 사업을 벌이는 게 아니라 큰 과오(過誤)없이 마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구청장직을 잘했네 못했네 논란 없이 떠날 수 있는 게 진정한 유종의 미라고 생각한다. 임기 동안 일은 시민들이 평가해주시겠지만 어쨌든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마지막까지 마무리 하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4월 본지와 인터뷰 할 때 `용지즉행 사지즉장(用之則行 舍之則藏)'이라며 임기 후 행보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구청장직을 마치는 내년 6월 이후를 구상해 둔 게 있는가.

나이가 많으면 선거를 통해 얻는 일 아니면 노인이 할 일이 없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를 치르는 일 외에도 봉사활동 등 의미 있는 일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좀 전에 말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주민들을 위한 일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다는 말로 갈음하겠다.


-끝으로 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상뮤지컬을 준비한다고 더운 날씨에 훈련하고 어려운 일을 참고 견딘 구민들께 한없이 감사드린다. 성공적인 공연을 만든 것은 전적으로 구민들이 참고 노력한 덕분이다. 구민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수상뮤지컬 공연 한마당 축제를 성공으로 이끈 것은 서구청의 행정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보지도 못한 공연을 준비하는데 구청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구민들은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공연을 기회로 주민들이 한 덩어리가 돼 화합의 계기가 된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 서구민이 아니었으면 해 내지 못했을 일이었다. 다시한번 구민 여러분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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