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사 중지로 인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이은 또 하나 안타까운 소식으로 국민 마음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발사 직후 폭발이나 발사체 내 제어장치로 인한 발사 실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문제 때문에 잦은 중단으로 러시아와 기술 협력에 대한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나로호(KSLV-I)'의 잇따른 연기에 따른 손실은 얼마나 될까=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경제적 손실보다도 심리적·대외적 손실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발사중지를 포함, 7~8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등 모든 변수를 감안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기술적 문제 분석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은 물론 대외 신뢰도 하락, 연구진들과 시민들의 허탈감은 비용으로 따지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울러 나로호 사업 이후 본격 추진돼야 할 우주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도 문제다. 항우연의 남는 인력이 중심이 돼 선행연구 중인 30톤, 75t급 액체엔진 개발은 나로호의 잇따른 연기 탓에 진도를 못 나가고 있는 상태.
항우연은 지난 19일 나로호 발사 중지로 곧 배출작업에 들어간 연료(케로신)와 액체산소는 큰 손실이 없다는 설명했다.
▲섣부른 발사일정, 논란키워=이를 두고 정부가 애초부터 발사 일정을 무리하게 잡아 잇따른 연기를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항공우주 전문가는 “나로호는 비판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정을 촉박하게 미뤄 논란을 더 키웠다”며 “발사 성공이 중요한 만큼 발사 일정을 여유있게 잡고 신중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로호는 당초 7월 30일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7월 15일 러시아가 1단 연소시험의 기술적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전달하면서 8월 11일로 연기됐다. 그러나 발사체 1단 연소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는 발표를 한지 이틀만인 4일 1단 엔진 연소시험에서 특이값이 발견됐다는 러시아의 팩스 한 통에 또다시 연기됐고, 결국 19일 발사를 하게 됐다.
19일 7분 56초를 남겨둔 채 자동시퀀스 상 고압탱크의 압력 측정 관련 소프트웨어 오류로 발사 정지를 하게 됐지만, 교과부와 항우연은 또다시 이를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며, 재발사 일정을 예비기한 26일을 넘지 않는 범위안에서 25일로 확정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중현 제2차관은 지난 21일 “발사상황관리위원회를 열어 나로호 발사 예정일을 오는 25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교과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다음번 한국형발사체(KSLV-Ⅱ) 발사 시에는 시험발사를 적어도 세 번 이상 한 다음에 발사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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