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진 정치팀 |
애초부터 무리였을 수 있다. 행복도시가 참여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도움을 받기란 태생적으로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내 행복도시라는 대의명분을 이겨낼 술수는 없었다. 행복도시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결국 우려했던 복수(復讐)가 이어졌다.
세종시 특별법 제정은 지겨울 만큼 지연되고, 정부 기관 이전 고시 요구는 무시당하고 있다. 어김없이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세종시 축소 음모설이 그것이다. 수백 번 정상 추진을 약속하며 믿음을 줬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담함에 감탄할 정도다.
충청권의 목소리와 반발은 아무렇지도 않다. 선거철인 성수기가 아닌 비수기 때라 그런지 그냥 덮어놓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한나라당이다. 물론, 대전·충청권을 제외한 한나라당이다. 충청 민심은 선거 때만 중요할 뿐이다.
같은 한나라당이지만, 대전·충청 한나라당은 대접도 받지 못한다. 행복도시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숙이거나 벙어리가 됐었다. 지금은 아예 동문서답을 하거나 딴청을 부린다. 불쌍하기 그지없다.
선거 때마다 당을 위해 몸 주고 마음 주고 사랑까지 주지만, 버림받기 일쑤다. 행복도시처럼 이미 대전·충청민에게 약속했던 것도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정도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차피 질 선거, 마음의 위안을 받고 본전이라도 찾자는 계산으로, 행복도시를 축소하려 한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그 순간, 대전·충청권 역시 한나라당의 흔적을 깨끗이 지울 수 있음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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