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두선 도청팀 |
머리에는 하나 같이 ‘행정도시 사수’라는 글귀가 새겨진 머리띠가 둘러져 있었다.
주민들의 손에 들려있는,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형형색색의 플래카드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행정도시의 정상 추진을 염원하는 바람들이 담겨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이 거리까지 지팡이를 짚고, 손주들의 손을 잡고 나온 노인들의 주름에는 행정도시 때문에 받은 고통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유한식 연기군수와 진영은 연기군의회 의장, 연기군의회 의원들, 장애인단체 관계자 등 21명이 삭발까지 했다.
오랜 준비를 통해 지난달 2일 열려던 상경집회가 연기군과 군의회 등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취소되면서 빚어진 내홍으로 갈라져 있던 지역의 민심이 하나로 모아지는 순간이었다.
유 군수와 진 의장, 조선평 행정도시사수대책위 상임위원장 등은 주민들의 거센 비난과 반발 속에 눈치만 본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삭발을 통해 행정도시 정상 추진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천명하면서 일단 민심을 다시 모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정치인들이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또 쇼(Show)를 하고 있다’는 불신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일단 이들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 인정받은 듯 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세종시 설치법은 여전히 정치권의 이해득실 속에 안갯속이고, 이전기관 변경고시는 정부의 한결(?)같은 침묵 속에 주민들의 피만 마르게 하고 있다.
연기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은 ‘삭발을 했으니 이젠 주민들이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삭발을 지켜본 주민들의 믿음을 이제부터 지켜가야 한다.
‘삭발을 위한 삭발’은 주민들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주민들은 행정도시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약속으로서의 삭발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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