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한국인의 연간 전체사망자수가 약 24만 명에 달하고 그 중 1/4 정도가 혈관질환으로부터 비롯되는데 그 주된 원인질환인 동맥경화증을 경동맥의 혈관벽두께를 측정함으로써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따라서 병세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신체구조와 체질을 기반으로 만든 맞춤형 경동맥 혈관벽두께 참조표준이 필수적이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가는 동맥이다. 귀 아래의 턱과 목이 만나는 부분에 손을 대보면 맥박이 뛰는 부위가 있는데 그곳이 경동맥이 지나는 길이다. 경동맥의 혈관벽은 가장 안쪽부터 내막, 중막, 외막으로 나뉘는데 내막에 지방이 침투하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돼 내막과 중막(내중막)이 점점 두꺼워진다. 혈액이 흐르는 통로가 좁아지는 셈이다.
미국 심장협회는 2000년부터 미국인의 경동맥내중막 두께의 측정결과를 근거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조기진단지표를 만들었다. 조기진단지표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발병할 확률이 몇 %인지 예측할 수 있는 진단지표이다. 예를 들어 내중막 두께가 매년 0.03 mm 씩 증가하면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도 매년 3.1배씩 증가하다는 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양대학병원 등 4개 대학 병원이 KRISS(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김명수)와 건양대학병원이 공동으로 개발한 경동맥 내중막두께 측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두께를 잰다. 이 프로그램은 영상을 분석해 자동으로 일정 구간의 내중막 두께의 평균을 구하며, 검사시간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측정에 응한다면 더욱 정확한 한국형 참조표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KRISS가 국내 여러 병원들과 공동으로 한국인 경동맥내중막 두께표준을 제정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돌연사 걱정에서 벗어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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