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시대... 특허법원은 대전에 보배중의 보배

지적재산권 시대... 특허법원은 대전에 보배중의 보배

[중도초대석]손용근 특허법원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02 9면
  • 대담=오주영.정리=김경욱.사진=지영철 기자대담=오주영.정리=김경욱.사진=지영철 기자
원천기술이나 응용기술의 보유 정도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의 장래까지 좌우하는 ‘지적재산권의 시대’가 도래했다.

누가‘특허를 보유하고 선점하느냐’를 놓고 관련 침해 소송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특허 소송 대부분이 법과 기술이 공유하는 영역으로 전문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대전지역에 9년째 자리잡고 있는 특허법원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 역시 높여야 할 부분이다.

지난 2월 부임한 손용근 특허법원장을 만나 지적재산권 시대에 특허법원이 나아갈 길과 지역사회에서의 특허법원 현 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21세기는 지적재산권의 시대라고 합니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국내 유일의 특허법원 수장으로서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논한다면?

▲지적재산권은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의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Publicity권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은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허권은 발명에 관한 것이고, 실용신안권은 고안에 관한 것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논의의 편의상 이 둘을 합쳐 특허라 칭하겠습니다.

국내외의 대기업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각종 특허를 출원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나 TV, 휴대전화 등의 각종 제품엔 수많은 종류의 특허기술이 들어 있고, 제조원가의 상당 부분도 특허 실시료 즉 로열티가 차지하고 있는 등 발명에 따라 천문학적인 이윤을 특허가 선사해줍니다.

현재 각국에선 특허를 둘러싸고 수많은 법적 분쟁이 일어나고 있고, 분쟁에서의 승패가 기업이윤확보와 국가경쟁력을 좌우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4대 특허출원국이 되었습니다.

특허청은 특허청대로, 특허법원은 특허법원대로, 대덕연구단지는 연구단지대로 자기의 위치와 미래를 확보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대전, 충남의 미래가치 중 아주 중요한 것이며, 대한민국 전체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허법원을 생소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허법원이 주로 맡는 소송과 특허법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의 등록과 권리에 대한 분쟁이 빈번합니다.

이런 분쟁의 일차적 심판을 담당하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불복사건을 담당하는 곳이 특허법원입니다.

행정관청인 특허심판원과 달리 특허권 등의 분쟁에 관한 사실심을 담당하는 독립된 법원이라는 데 일차적인 존재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물론 단순히 발명의 권리자에게 독점권을 주는 것이 아닌, 진보성 있는 새로운 기술을 공개하는 사람에게 특허권을 부여해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게 특허법원의 몫입니다.

이 못지않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특허를 무효화해 이해관계인을 보호하는 역할입니다.

특허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채 특허등록 돼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발명을 못하게 막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될 테니까요.

특허법 등에 관한 국제적 경향 역시 살펴봐야 합니다.

특허법원의 소송당사자 중엔 외국회사가 상당수고, 특허와 상표 등에 관한 국제조약이 체결돼 있거나 체결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소속 법관을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등 특허와 상표 관련 각종 국제회의의 대표단 일원으로 파견해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편 국제적 감각을 익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 특허법원과 외국의 특허소송 담당법원과의 교류 확대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허법원에 접수된 사건이 해마다 증가하는데 주요 분쟁 사건은 무엇이며, 지속적인 증가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접수건수의 약 47%가 특허사건이고, 약 33%가 상표사건이며, 약 11%가 실용신안사건, 약 6%가 디자인사건입니다.

연간 심결취소소송 접수건수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에 관한 사건을 모두 합쳐 2006년도에 1192건이던 것이 2007년도에 1429건, 2008년도에 1449건으로 차츰 증가하고 있습니다.

증가 이유는 특허 등의 출원건수와 특허등록 등을 둘러싼 분쟁의 발생 증가와 맞물려 특허심판원에서의 심판청구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올해 들어선 접수건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허 등의 출원건수와 특허심판원에의 심판청구건수는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늘어나게 되며, 불경기엔 일시적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접수건수의 증감 수치와 비교해 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물론 2007년 이후 증가는 특허심판원의 심판인력 증원으로 인해 심판처리건수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특허관련 침해소송은 법과 기술이 접목하는 특수영역으로, 일부에선 특허법원 법관의 전문성 제고와 기술심리관 채용 등에서 검토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허법원의 부장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보하고, 배석판사는 대략 10년 이상의 법관 경력을 가진 고등법원 판사로 보합니다.

근무기간 역시 부장판사는 2년 이상, 배석판사는 3년 이상 특허법원에서 근무해야 합니다.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지요. 특허법원 법관의 근무기간을 현행보다 연장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법관들이 상당수 있고, 그들 중엔 특허법원에 지원하는 자들도 많습니다.

앞날은 더욱 밝습니다. 로스쿨 개원으로 공과대학에서 기술 분야를 전공한 변호사들이 배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술과 법 모두에 정통한 법관이 특허법원 법관으로 근무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특허법원의 기술심리관은 특허청 심사관이나 특허심판원 심판관 경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대부분 충원돼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변리사 자격자나 관련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 중 계약직 사무관으로 선발됩니다. 이들은 법관과 함께 심리에 참여하고, 기술설명과 의견제시 등으로 법관에게 기술에 관한 조언 역할을 합니다.

검토할 부분은 있습니다. 전기, 전자, 기계, 화학, 약학 등 해당 기술 분야를 대학에서 전공한 변호사나 변리사 자격 소지자, 박사 학위 소지자 중에 기술심리관을 채용토록 하는 방안입니다.

특허청에서 완전히 퇴직해 특허법원에서 정년까지 기술심리관으로 근무하게 하는 안 역시 고려할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특허취득과 권리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할까요?

▲기업들은 연구개발비를 투자, 돈이 되는 특허를 출원해 등록받아야 하고 생산하는 제품과 관련된 가치 있는 특허를 사들여야 함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특허청에 출원된 특허의 40에서 50% 정도가 등록거절된다고 합니다.

이는 특허성 있는 신기술이 명세서 작성의 잘못 때문에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특허청의 등록거절결정이나 등록된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청구에 대해 법적 대응을 잘못해 소중한 권리를 잃는 일도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은 특허전문인력을 확보해 특허출원, 특허심판이나 소송 등의 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특허전문인력의 양성에 드는 비용을 아끼지 않아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이 아시아 최고 지적재산권 특성화를 목표로 올해 개원했습니다. 명분적, 지리적으로 특허법원과의 긴밀한 협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요청이 있으면 법정견학, 법관들과의 대화, 모의재판을 위한 법관의 조언, 법관의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강연 등 다양한 협조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허청과 특허법원, 과학기술의 연구단지가 함께 소재하는 곳에 있는 법학전문대학원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충남대만이 유일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자산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이 활용해야 합니다.


-일각에선 특허법원을 다시 서울로 이전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데, 특허법원이 지역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고 보시는지? 지역기관, 단체나 지역민들에게 부탁말씀도.

▲일반 시민이 특허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특허법원이 대전에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다가서고자 우리 특허법원은 학생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특허법원 견학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견학안내를 담당하는 법관이 지정돼 있고, 실제로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과 사법연수생, 변리사합격자, 외국변리사 등이 특허법원을 견학하고 있습니다.

지역기관이나 단체들이 특허법원 견학 홍보를 많이 해 주었으면 합니다.

특허법원의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나 변리사들은 거의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있고, 대전에 사무소를 둔 변호사 중에도 특허법원의 소송을 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대전의 변호사들도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시민들에게 홍보해 특허법원의 소송을 많이 담당했으면 합니다.

특히 디자인, 상표 사건은 특별한 기술지식이 없어도, 법리를 이해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어 충분히 담당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특허법원을 서울로 이전한다는 소문은 공론화된 것은 아니고, 수도권과 관계된 이들이 대전에 있는 특허법원을 많이 이용하다 보니, 불편과 민원차원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알고 있습니다.

대전·충남에서 특허법원을 사랑하고 아껴야 합니다. 보배 중의 보배인데,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대전에서 받으신 느낌과 취임 후 4개월 된 특허법원장으로서 한 말씀 하신다면?

▲대전은 저에게 인연이 많은 곳입니다.

1991년 9월부터 1994년 2월까지 부장판사로 구 선화동 대전지방법원 청사에서 근무했고, 충남대에서 민사소송법 강의도 했습니다.

지금 비서관도 그때 강의를 들었던 제자입니다. 최근엔 변호사, 노무사, 대학교수, 법원직원 등 당시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둔산지역은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변했습니다.

대전 법조도 많이 변했고, 또 변해야 합니다. 대전법원도 그래야 마땅합니다. 선진화된 법원, 국민과 소통하는 법원이 돼야 마땅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법원에 근무하는 이들도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절차와 관할이 바뀌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특허권 등을 둘러싼 분쟁 중 거절결정, 등록무효, 등록취소, 권리범위에 관련된 심결취소소송은 특허법원이 전속으로 관할하고 있지만, 특허권 등에 관한 가처분 사건, 손해배상 사건 등 침해사건은 일반법원의 관할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특허법원에서의 심결취소소송과 일반법원의 침해소송 결론이 달라질 경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법원과 특허법원의 판결 선고 기간 차이로 인한 심리지연의 폐해도 있어 침해소송의 항소심을 특허법원의 전속관할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 방안은 몇 해 전에 국회에 법안으로 제출됐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특허 등의 침해소송을 특허법원에서 관할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관할의 집중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손용근 특허법원장은 누구?
▲1952년 1월 25일(음력) 전라남도 강진 출생
▲1975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80년 동 대학원 졸업(법학 석사)
▲1997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졸업(법학 박사)
▲1975년 사법시험(제17회) 합격
▲1980년 대구지방법원 판사
▲1989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1991년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언론중재위원회 대전·충남중배부 중재위원
▲2000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2003년 대법원 법원도서관 관장
▲2005년 춘천지방법원 법원장
▲2006년 서울행정법원 법원장
▲2008년 대구고등법원 법원장
▲2009년 특허법원 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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