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경제통제국, 조사국, 외화자금국 등을 거치며 국제금융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육 본부장은 미력하나마 실전 경험을 살려 대전ㆍ충남지역 경제 활성화의 밀알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그는 지역 벤처기업에 대한 육성 일환으로 핵심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지역 중견기업을 비롯해 중소업체와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포괄적인 구원책 마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육근만 한국은행 대전ㆍ충남본부장. 육 본부장을 만나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혜안 등을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과거 근무할 때에 비하면 대전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 특히 신시가지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곳이라 생각한다. 또한 충남지역 역시 많은 대기업들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첨단, 고부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도성장의 기틀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언젠가 고향을 위해 다시 일할 기회가 오리라 생각은 했으나 이번에 한국은행 대전ㆍ충남본부의 최고 책임자로 다시 오게 돼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며 벅찬 감회를 느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역 경제상황이 어려워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침체된 지역경제가 조기에 활력을 되찾도록 경기회복 및 금융시장 상황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확대하며 지역밀착형 조사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한국은행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 한국은행은 은행의 은행, 정부의 은행, 발권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경제안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라 말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립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하고 화폐의 발행과 유통, 금융시스템의 안정, 지급결제제도의 운영·관리 및 경제조사 및 통계작성 등 기능을 수행하며 국민들의 합리적인 금융생활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대전ㆍ충남본부는 지역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화폐의 수급과 정사, 지역경제 조사연구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또 이곳에 부임하기 이전에 국제협력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인사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대부분 국가들의 경우 중앙은행의 위상이 높고 국민들이 중앙은행에 기대하는 역할과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전세계적 금융위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융시장 안정의 첨병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한국은행 역시 그동안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다. 대전ㆍ충남본부도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지역민들 역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대전ㆍ충남의 경우 수도권에 인접해 있어 ‘블랙 홀 현상’ 등으로 경제기반이 취약한 게 사실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 대전은 ‘과학기술의 메카’라 할 정도로 우수한 연구인력과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기업 부재 등으로 기술상용화가 미흡해 벤처기업 등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 충남은 주력 수출기업 등이 대거 포진하고 있지만 지역경제 발전을 주도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대전ㆍ충남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전의 풍부한 연구 인프라와 충남지역 대기업의 마케팅 및 상용화 능력 등을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금융과 정책적 지원을 집중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경기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역내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난 등으로 일부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지원 확대 조치 등에 힘입어 상황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량기업들이 도산 등에 직면한다면 지역경제는 물론 금융기관에게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량기업들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은행이 자금공급을 선별 확대하는 것은 기업과 은행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이 되리라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금융권에 중소기업 및 서민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 무엇보다도 한정된 재원으로 지원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모든 자금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는 어렵다 본다. 은행들이 BIS 자기자본 비율을 의식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중소기업과 서민 등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는 것 역시 주된 요인 중의 하나라 생각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용정보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은행의 심사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 기준치를 낮추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러한 것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도움이 부족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대전지역의 경우 전체 산업의 약 72%정도를 서비스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경기변동에 민감한 생계형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어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기에는 특히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정부에서 여러 가지 대책들을 내놓고 있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이들 모두에게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정책금융을 통한 자금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업지원 및 기술훈련 등을 통해 서비스산업의 구조가 선진화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기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는데, 청소년들에 대한 경제교육 등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 어린이·청소년기에 돈과 경제에 친숙해지며 올바른 ‘경제마인드’를 습득하게 된다면 국민의 경제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본다. 또한 국가 및 지역경제도 더욱 건실해지리라 생각된다. 한은 대전ㆍ충남본부에서는 청소년의 조기 경제교육을 위해 연중 학교방문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중ㆍ고등학교 사회과 교사대상 경제교육과 청소년을 위한 경제캠프, 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에 대한 경제교실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언론사, 지자체 직원 등과 함께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계층에 대한 경제교육을 강화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많은 관심 당부드린다.
-하반기부터는 우리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예상하는가?
▲ 최근 주가가 상승하고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하반기 경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이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원유등 원자재가격도 상승조짐을 보이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대기업의 구조조정 미진,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채산성 저하 등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많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대전·충남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현시점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흉년에도 다음해 봄에 뿌릴 씨앗을 준비하듯이, 지역민 여러분들이 올 한해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번 위기를 통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부탁드린다.
한국은행 대전ㆍ충남본부도 앞으로 지역경제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원에 더욱 앞장서고 지역금융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육근만 한국은행 대전충남지역본부장은 누구?
▲1954년 대전 출생 ▲대전고, 연세대 경영학과, 美 콜로라도대학교 MBA 졸 ▲1980년 한국은행 입행 ▲국제국 부국장, 국제국 외환조사실장, 국제협력실 실장 ▲대전충남본부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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