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우선 6년 전에 모든 공직에서 손을 떼고 완전히 야인으로 돌아왔다. 공자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공인에서 떠나면 은둔해서 자기성찰을 하며 노후를 정리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 것이라고 어릴 때부터 배워왔다. 사실 시장을 떠난 뒤 여러 유혹이 있었지만 거절했다. 다만 젊은이들에게 지방자치에 대한 내 경험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전해주겠다고 해서 지난 3년 동안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올해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 외에는 공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 공직을 그만두고 나니 나이를 먹어 가는데 대한 탄식도 늘고 내가 뭘 해 왔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라 안팎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인데 왜정 때부터 공무원 생활을 했고 나라의 어려움을 체험한 사람으로서 요즘의 이런 어려움이 나한테도 책임이 있는 것다는 생각이든다. ‘고향을 알기 위해서는 고향을 떠나라’는 독일 작가 카프카의 말이 있는데, 떠나보니 느낌이 정말 다르다.
대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가는 지역이 됐으면 하는 욕심은 있다. 올해 정말 아쉬운 것이 로봇랜드나 자기부상열차 등 대형 국책사업을 놓친 것이다. 지하철도 광주시와 같이 기공했는데 광주는 2호선이 마련됐고 대전은 표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아들이 서울대 교수가 됐고 또 번역서를 출판하는 등 기쁜 일들이 있었다. 나도 유학자이셨던 증조할아버지께서 쓰신 한문으로 된 문집을 한글로 만들어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개인적으로 할 일은 어지간히 끝냈다는 생각이 든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다.(웃음)
-기축년 새해덕담을 한 말씀 해 달라.
▲나는 군사정부 시절 충청인으로 태어난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금산의 칠백의총이나 홍성의 구백의총, 윤봉길 의사 사당, 유관순 열사 사당 등 많은 고국인사를 배출한 지역이 바로 충청지역이기 때문이었다. 윤봉길 의사가 나라에 대한 사랑으로 농민독본을 썼듯 도지사와 시장을 지내면서 문화사업에 많은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충청인들이 그동안 선조들의 기개를 제대로 이어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 말해 충청의 진면목이 퇴색되는 느낌을 근간에 자주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 영호남의 갈등을 중재하는 완충지역으로서 역할을 했음에도 현실정치권으로부터 냉대 받고 소외받는 일들이 많았다. 이제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본래 충청인의 모습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대전과 충청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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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지역의 소식은 거의 빠짐없이 듣고 있다. 오후 3시쯤 들어가면 지역의 소식을 대부분 들을 수 있더라. 지역에 모임이 더러 있어 간간히 대전을 오가며 지인들을 만나기도 한다.
-대전 충청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조언해 달라.
▲자칫 말을 잘 못하면 현직 시도지사에게 누가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재직시절 경험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특허법원 유치 당시 저와 정치권이 단합했던 예를 들고 싶다. 대덕특구에 연간 2~3000건의 특허건수가 있는데 특허법원이 서울에 있으니 특허과정이 이틀씩이나 걸렸다. 그런 점도 있고 대전이 국토의 중심이니 접근성도 좋고 그래서 대전 유치를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변호사회 측에서 난리가 났었다.
관련 토론회에서 나만 공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시에서는 부지를 염가로 주겠다며 당근을 제시했고 법사위 표결을 통해 결국 대전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엑스포 공원도 정치인들의 역할을 통해 힘을 모은 사례다. 지역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보도해 줬고 그래서 주민들의 소리를 보다 강하게 잘 전달할 수 있었다. 사실 충청홀대의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니고 이런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적인 논리로 견제할 것이 아니라 지역을 위해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정치할 생각은 있는지.
▲개인적으로 한번 물러난 사람은 말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용히 자기성찰하면서 노후준비를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물론 후배들에게 격려도, 채찍질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할 시기는 지났다. 사람이 현직에서 물러날 때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사람이 사람을 버린다는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는데 그런 점에서 나는 시민들로부터 멀어진 사람이다. 9년이라는 시간을 대전에 몰두했는데 시민들이 선택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시민들이 날 버린 것이다. 버림받은 사람이 다시 그 자리에 간다는 것은 교만 아닌가. 또 한 가지는 시대가 사람을 버린다는 것인데, 이 사람은 이미 간(떠난) 사람이라는 인식. 그것도 그렇지만 국회의 평균연령이 50대 초반이라는데 70대인 내가 뭘 하겠나. 우리가 복귀하는 것은 대세가 아니다. 이미 나는 시대로부터 시민들로부터 잊혀진 사람이다. 자성해보면 답이 나오는 부분이다.
-지역에서는 차기 시장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치와 행정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나.
▲국민이 걱정 없이 사는 것이 정치의 본질 아니겠나. 정치와 행정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행정은 법을 집행하는 것이고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정치는 모든 것을 끌어안아야 한다. 이것이 행정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협력하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오면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나 인생철학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뚜렷한 신념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상을 보는 눈이나 나라를 생각하는 것이나. 좌도 아니도 우도 아닌 신념이 있어야 한다. 지역의 원로로 존경받는 분들은 신념이 있는 분들이다.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철학이 있는 사람. 이런 분들이 지역에서 존경받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좋아하는 노래나 영화, 책을 소개 해 달라.
▲우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라는 책인데 내가 경험했던 부분들에 대한 내용이다. 영화는 2주에 한편 정도 보는데 최근에 본 작품이 미인도라는 작품인데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영화가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아하는 노래는 남진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이다.
-하루 일과는.
▲아침 6시에 눈을 떠 한 시간 동안 스트레칭을 한 뒤 7시쯤 집 밖으로 나와 도수체조를 한다. 오전 8시쯤 아침 식사를 하고는 지인들과 연락도 하고 책도 보고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지역 소식을 접하면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방자치시대인 만큼 현 단체장들이 임기동안 잘 할 수 있도록 해 달라.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의 경우 제 자식, 제 손자 교육을 책임질 총수를 뽑는데 16%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민주주의 나라가 어디에 있나. 뽑힌 교육감이 과연 대표성을 가질 수 있겠나. 적극 참여하고 그 사람이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원초적인 요소다. 그것들을 잘 이행해줬으면 한다. 결국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요구하고 싶다. 잘못하면 다음에 안 뽑으면 되는 것이지 중간에서 흔드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다. ”
<홍선기 전 시장 프로필>
1936년 10월 3일 출생
가수원초·한밭중·대전고·중앙대 경제학과 졸
충남도 지방과장·기획담당관·아산군수·서산군수
대전직할시장, 충남도지사, 신용관리기금 이사장
민선1기, 민선2기 대전광역시장
홍조근정훈장·황조근정훈장(대통령) 수훈
충남대 명예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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