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가속기 구축 성과 '가시화'

전자가속기 구축 성과 '가시화'

■한국원자력연구원 - 양자광학연구부 전자가속팀

  • 승인 2008-12-14 00:00
  • 신문게재 2008-12-15 13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전자가속기는 전자빔과 X선, T-ray, 중성자, 양전자 등 다양한 방사선을 복합적으로 제공한다. 이들 방사선은 고유의 특성에 맞게 활용된다. 비파괴 검사와 고분자 재료 생산, 환경정화, 나노소재 생산, 식품 및 의료용구 멸균 등 실생활과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 같은 기능의 대용량 전자가속기를 구축, 산ㆍ학ㆍ연 공동 이용 연구시설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책임지고 있는 양자광학연구부 전자가속팀을 찾았다.(편집자 주)


(사례1)A씨는
▲ 전자가속기 시설 전반 운영을 통제하고, 안전을 관리하는 관제시설 모습.
▲ 전자가속기 시설 전반 운영을 통제하고, 안전을 관리하는 관제시설 모습.
최근 서울의 암치료 전문병원에서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돌아온 의사의 소견은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절망적인 소식. 현재 보유한 암세포 발견 및 진단기술의 한계로, 주변의 정상세포마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는 얘기다. 단색 X선과 T-ray는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방사선 피폭없이 피부 등 인체조직의 손상 부위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고, 암조직과 같은 비정상 세포 증식을 미연에 판단할 수 있는 차세대 방사선이다. 단색 X선과 T-ray 개발은 미래 암치료의 새로운 대안임과 함께 암환자들에게는 희망의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례2)2015년 제2의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이 대전, 충남의 금강에서 재현된다. 수많은 어류들이 폐사한다. 또한 오염물질이 수돗물을 통해 가정으로 유입되면서, 병원에는 구토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한다. 하지만 이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다이옥신과 페놀 등 난분해성 오염물질을 완벽히 분해, 처리할 수 있는 소형 전자가속기가 이미 각 공장에 보급됐기 때문이다.

▲전자가속기란=말 그대로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는 장치다. 전자총 음극을 고온으로 가열해 발생된 전자를 고주파 가속관에서 순차적으로 가속해 높은 에너지를 얻게 하는 원리다. 가공방법에 따라 전자빔과 X선, 감마선, 양전자빔, T-ray, 중성자빔 등 다양한 방사선을 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들 방사선이 기체와 액체, 고체 상태의 물질 또는 재료와 만나면, 물질의 특성이 변한다.

이는 실생활 및 산업현장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방사선별 주요 용도를 보면, 전자빔은 고분자 및 신소재 개발, 나노입자 제조, 식품 및 의료용구 멸균 등에 활용된다. 또한 양전자빔은 반도체 나노결함 검사와 고분자 물성 측정 등에, X선은 산업용 비파괴 검사와 차세대 핵연료 검사 등에, T-ray는 보안검색 및 신개념 의료 영상 등에, 중성자빔은 사용 후 핵연료 검사 등에 각각 쓰인다. 이밖에 식품멸균과 도장 및 인쇄, 환경정화 등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원자력연구원의
▲ 0.3~2MeV의 저에너지용 전자가속기 모습.
▲ 0.3~2MeV의 저에너지용 전자가속기 모습.
전자가속기 이용연구시설=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70억을 들여 구축한 산ㆍ학ㆍ연 공동 연구시설이다. 0.3MeV에서 10MeV까지 다양한 중ㆍ저 에너지의 전자빔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시설로 손꼽힌다.

전자빔과 함께 X선, T-ray, 중성자빔, 양전자빔 등의 방사선을 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LG전선과 영보화학, 영남대, 화학연구원 등에도 전자가속기 시설이 존재하지만, 0.3~10MeV까지 다양한 에너지를 폭넓게 제공가능한 시설은 아니다. 매년 이 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방문객도 자연스레 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이용자 그룹은 약1000여명이고, 매년 약50개 기관에서 150여명이 이 시설을 이용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60%가 대학이고, 연구소 및 기업체도 각각 25%, 15%를 차지한다. 또한 매년 3월에 열리는 ‘전자빔 이용기술 워크샵’ 참가자는 250여명에 이를 정도로, 국내 연구자들과 산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시설이용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용자그룹인 (주)서울방사선은 지난달 (주)GeV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상업적인 전자빔 조사시설을 구축했다.

향후 이를 통한 신기술, 신공정 및 신제품 개발 활성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주로 활용되는 방사선은 전자빔이 대표적이고, 감마선과 테라헤르츠파도 10~2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중성자와 양전자빔, X선 등은 실험 또는 구상단계에 머물고 있다.

▲산업체와 실생
▲ 최대 20MeV의 고에너지용 전자가속기 모습.
▲ 최대 20MeV의 고에너지용 전자가속기 모습.
활에 유용한 방사선 생산의 전초기지, 양자광학연구부=양자광학연구부 전자가속기팀은 이병철 박사를 중심으로, 강현숙 등 6명의 연구원, 양기호, 최화림 책임기술원, 한영환, 박성희 선임연구원, 정영욱, 노시표, 강희영 책임연구원, Li Yonggui 초빙연구원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가속기 시설운전 및 유지보수, T-ray 이용 연구, 방사선 안전관리, 단색 X선 실험, 전자가속기 개발, 이용자 그룹 지원 등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가장 보편화된 전자빔의 활용분야를 확대하는 한편, 단색 X선과 T-ray, 중성자빔, 양전자빔 등의 2차 방사선을 개발하는데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특히 T-ray는 보편화된 X-ray와 비교할 때, 방사선 피폭 부작용 없이 피부 및 치아 등 인체조직의 손상 부위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은 장점을 지녔다. 또한 암조직 등 비정상세포의 증식을 미연에 진단할 수 있고, 직감 의존도가 높은 공항세관 검색의 정확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04년 미국 MIT Technology Review는 관련 기술을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로 소개한 바 있고, 일본 역시 지난 2005년부터 정부의 10대 최우선 개발기술로 선정,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병철 박사는 “조만간 대용량 전자빔 조사시설을 이용한 신기술, 신공정, 신제품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전자빔 이용기술을 통해 방사선이용기술과 나노기술, 바이오 및 환경기술과 연계된 첨단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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