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교육감과 ‘뷰티풀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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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교육감과 ‘뷰티풀 마인드’

  • 승인 2008-12-11 00:00
  • 신문게재 2008-12-1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 교내 카페에 금발의 퀸카가 등장한다.
우리가 금발을 잡으려고 쟁탈전을 벌이면 아무도 여자를 잡지 못해.
하지만, 아무도 여자를 넘보지 않으면?
쟁탈전도 없고 그녀 친구들 기분도 안 상해. 그게 다같이 이기는 거야. 게다가 다같이 즐기는 길이야. ―영화 <뷰티풀 마인드> 대사에서


존 내쉬는 게임
이론의 대가 중 한 사람이다. 그를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몇 해만에 다시 봤다. 처음 봤을 때는 사랑이 인간에게 위대한 힘이구나라는 수준의 감상에 더 치우쳤다. 멋진 대사에도 마음이 끌렸었다.

알리샤(여): 우주가 얼마나 크죠? 존(남): 끝없을 정도로. 알리샤: 그걸 어떻게 알죠? 그걸 본 적 없죠? 존: 본 적은 없죠.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믿는 거죠. 알리샤: 사랑도 똑같은 거예요.…

이번에는 느낌이 확 다르다. ‘비협조적 경쟁관계’의 균형, 즉 게임이론을 바탕에 깔고 봐서다. 금발 미녀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상황이 누구에게도 이익이 아니라는 ‘내쉬균형’을 의식하고 안 하고의 차이.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면 최고 이익이 실현된다는 아담 스미스를 넘어, 개인과 집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에 이르는 시간이 좀 더뎠지만 말이다.

12월 17일. 목전에 닥친 대전시교육감 선거 국면에서 김명세-김신호-오원균-이명주(기호 순) 네 주체가 서로 이기려고 구사하는 전략적인 상호작용에 이 게임이론을 넣고 보니 재미있어진다. 각 후보가 무슨 전략이든 선택해도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대전시민 뜻을 왜곡시키지 않는 전략은 무엇일까.

10%대인 투표
율을 높이는 것, 돈 안 쓰는 정책선거도 유용한 전략일 것이다. 대전시교육청이 부담할 선거비용 109억원, 후보당 선거비용 제한액 6억4400만원은 경제적 효율성을 잠시 접고 민주주의에 바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해하기로 한다.

최악의 문제점은 선거 결과가 돈에 좌우돼 공정성, 민주성, 대표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경우에 있다.

후보자 넷의, 각각 X1,…X4(O < X1 < 1),…(O < X4 <1)의 당선 확률을 가정하면 X1+X2+X3+X4=1. 한 후보만 남는 게임의 치열함 속에 가장 나쁜 이론 모형은 돈 쓰면 당선 확률을 높인다는 후보자의 믿음이다.

모 후보는 “순수한 학습지도서” 몇 권을 지인에게 돌렸다는 이유로, 또 모 후보는 “수능 때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근무처 교사들에게 통닭 몇 마리 시켜 줬다가 기부행위 여부로 곤란을 겪고 있다 한다. 한편으로는 교육감이 정치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치자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상한 법의 맹점을 방치하고 돈 선거를 막자니 정당성 확보에는 좀 우스운 구조다.

충남도교육감 선거에서 가슴 아프게 목도한 사례지만, 적발되고 처벌될 확률을 p라고 가정(0 < p < 1)하면, 부정하게 돈 쓰다 처벌될 확률이 높을수록, 즉 p값이 1에 가까울수록 당선 확률은 0에 가깝다. 돈 안 쓰는 상황의 내쉬균형은 달리 움직이면 손해여서 더 움직일 유인책이 없는 상태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열등한 균형’은 교육자치 구현을 위해 지불할 최소한의 ‘뷰티풀 마인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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