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금발을 잡으려고 쟁탈전을 벌이면 아무도 여자를 잡지 못해.
하지만, 아무도 여자를 넘보지 않으면?
쟁탈전도 없고 그녀 친구들 기분도 안 상해. 그게 다같이 이기는 거야. 게다가 다같이 즐기는 길이야. ―영화 <뷰티풀 마인드> 대사에서
존 내쉬는 게임
알리샤(여): 우주가 얼마나 크죠? 존(남): 끝없을 정도로. 알리샤: 그걸 어떻게 알죠? 그걸 본 적 없죠? 존: 본 적은 없죠.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믿는 거죠. 알리샤: 사랑도 똑같은 거예요.…
이번에는 느낌이 확 다르다. ‘비협조적 경쟁관계’의 균형, 즉 게임이론을 바탕에 깔고 봐서다. 금발 미녀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상황이 누구에게도 이익이 아니라는 ‘내쉬균형’을 의식하고 안 하고의 차이.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면 최고 이익이 실현된다는 아담 스미스를 넘어, 개인과 집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에 이르는 시간이 좀 더뎠지만 말이다.
12월 17일. 목전에 닥친 대전시교육감 선거 국면에서 김명세-김신호-오원균-이명주(기호 순) 네 주체가 서로 이기려고 구사하는 전략적인 상호작용에 이 게임이론을 넣고 보니 재미있어진다. 각 후보가 무슨 전략이든 선택해도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대전시민 뜻을 왜곡시키지 않는 전략은 무엇일까.
10%대인 투표
최악의 문제점은 선거 결과가 돈에 좌우돼 공정성, 민주성, 대표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경우에 있다.
후보자 넷의, 각각 X1,…X4(O < X1 < 1),…(O < X4 <1)의 당선 확률을 가정하면 X1+X2+X3+X4=1. 한 후보만 남는 게임의 치열함 속에 가장 나쁜 이론 모형은 돈 쓰면 당선 확률을 높인다는 후보자의 믿음이다.
모 후보는 “순수한 학습지도서” 몇 권을 지인에게 돌렸다는 이유로, 또 모 후보는 “수능 때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근무처 교사들에게 통닭 몇 마리 시켜 줬다가 기부행위 여부로 곤란을 겪고 있다 한다. 한편으로는 교육감이 정치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치자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상한 법의 맹점을 방치하고 돈 선거를 막자니 정당성 확보에는 좀 우스운 구조다.
충남도교육감 선거에서 가슴 아프게 목도한 사례지만, 적발되고 처벌될 확률을 p라고 가정(0 < p < 1)하면, 부정하게 돈 쓰다 처벌될 확률이 높을수록, 즉 p값이 1에 가까울수록 당선 확률은 0에 가깝다. 돈 안 쓰는 상황의 내쉬균형은 달리 움직이면 손해여서 더 움직일 유인책이 없는 상태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열등한 균형’은 교육자치 구현을 위해 지불할 최소한의 ‘뷰티풀 마인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