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내가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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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내가 미네르바!

  • 승인 2008-12-10 00:00
  • 신문게재 2008-12-11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내가 미네르바. 내가 Daum 아고라를 휘젓고 다니는 정체 불명의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라 한다면, 굉장한 낚시제목이 될 것이다. 연정훈, 한가인의 잠자리 선물(?) 무서워. 에로틱한 제목에 이끌려 글을 읽었는데 정작 내용은 연정훈이 곤충 잠자리를 무서워한다는 내용이라면 속은 것이다. 낚시질도 너무 잦으면 못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까마귀가 날면 배가 떨어질 수도 있고 안 떨어질 수도 있다면 필연 아닌 우연이다. 같은 우연이 되풀이되면 까마귀의 비행(飛行) 때문에 배가 떨어지는 필연으로 변질된다. 휴대폰의 수상쩍은 문자도 한두 번은 우연이지만 횟수가 늘면 필연이 되어 과거 ‘스팸’까지 문초를 받는다. 조심, 또 조심.

비둘기의 비행을 볼 차례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다는 비행의 제1과 제1장에 입각하면 비둘기는 잘못 나는 것일 수도 있다. 몸체를 세워 날개를 뒤로 젖히는 비둘기의 비행 방식을 아마도 비행기 조종사는 고쳐주고 싶을 것이다. ‘과학적’인 눈으로 보면 가을의 모란, 겨울의 진달래꽃은 비과학적인 꽃이 되고 만다.

과학적인 것만 기준삼으면 삼라만상엔 과학과 비과학의 두 갈래만 남는다. 낙관론과 비관론도 마찬가지로 세상을 양분한다. 보기 나름이다. ‘새옹지마’에서 변방 늙은이의 말〔馬〕이 도망간 것은 나쁘고 그 아들이 다리를 상한 것은 또 나쁜 일이다. 울타리 단속 잘하고 자식에게 승마법을 가르쳤어야 현명한 노인이다. 새옹지마는 궤변이고 전화위복은 진리일 수 있다.

어쨌든 난세에는
미네르바와 같은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우세하다. 비관이 맞아떨어지면 용하고, 어긋나도 다행이라는 심리로 비난받을 확률도 줄어든다. 비관론보다 한층 편리한 생각은 음모론이다.

모든 악이 그로부터 나오며 가면 쓴 누군가가 조종한다고 믿으면 그만이니까. 경제가 잘못돼도 배후를 지목한다. 대전 모 도서관 2층 화장실의 실없는 낙서에 따르면 대구지하철 방화사건도 음모 세력이 있다. 그녀가 나를 떠난 것도 음모다. 누구도 이 음모론에 함부로 대들지 못하는 것이 음모론의 최대 강점. 과민 대응은 그 이론의 수렁에 빠지기 십상이다.

미네르바의 비관론은 화재 위험에 대비해 소화기 하나 챙기자는 경고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진정한 낙관론처럼 보인다. 지금은 더구나 단선적인 사고보다 낙관과 비관을 아우르는 사고가 모두 필요한 때다. 그윽한 향기만 맡다 가시를 못 보는 것, 반대로 가시만 보고 향기를 놓치는 것은 똑같이 위험할 수 있다.

붉게 핀 꽃은 아름답다. 붉게 진 꽃잎도 아름답다. 낙관주의자에게 더 어울리는 사고체계는 후자다. 어제 예측이 오늘 틀렸음을 내일 확인하는 학문이 경제학이다. 그렇게 보면 같은 값이면 술이 반밖에 안 남았다는 단점형 사고보다 반이나 남았다는 강점형 사고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배부른 엘리트의 촘촘한 낙관론보다는 미네르바의 얼기설기한 비관론이 낫게 보이는 건 왜일까? 미네르바는 이미 논객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짝퉁 아님(진짜 미네르바임)’, ‘나는 진짜 미네르바입니다.’ ‘짝퉁 아니라니까.’ ‘이제는 진짜가 말해도 가짜라고 하니, 참 나!’ ‘어디서 욕이냐 미친×야.’ 미네르바의 막말 맞대응이 좀 안돼 보여도 아직은 그가 낫다. /최충식 논설위원 m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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