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개구리 한
일찍이 삼겹살이 그리워 청와대를 몰래 빠져나갔다는 풍문은 들어봤어도 진짜 민심이 궁금하여 이처럼 몰래 변복했다는 대통령 얘기는 듣지 못했다. 여론(輿論)을 글자 뜻 따라 풀면 수레(輿) 타고 두루 행차하며 듣는 여러 의견(論)이다. 소수를 무시하고 다수 의견만 듣는 게 아니고 꼭 여론이 공론인 것도 아니다. 민심의 맥을 얼마나 콕콕 짚었는가가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의 낮은 인기는 이와 관련이 있다. 도대체 여론을 듣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운 오기정치도 한몫 했다. 지지도가 더블딥(double dip)으로 바닥을 치고 또 쳐서 제왕의 민정시찰처럼 미복하고 거리로 나설 형편이었지만 ‘마이 웨이’를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이 논산과 금산을 찍고 보령에서 하룻밤 묵고 서천에 들렀다 떠난 민심탐방이 뒷북치기로 보이는 이유다.
역대 대통령들은
지지 23.7%, 부정 평가 58.9%(2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여론을 하찮은 ‘나머지 얘기’ 여론(餘論)으로 흘려듣거나 구중심처에서 듣는 것처럼도 보인다. 민심은 거저 먹기로 얻지 못한다.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하는 물의 속성, 그것이 여론이 갖는 정당성이다.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뒷모습에서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 5년 임기 뒤에 후회해봐야 “환장하고 짬뿌칠 노릇”(가수 조영남의 표현을 빌림)이다.
로마에서 개선장군이 행진할 때면 바짝 뒤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거푸 외치는 노예를 세웠다.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우쭐대지 말고 ‘뒤’를 생각하라는 의미였다. 이 대통령에게도 그런 노예가 한 트럭 분이나 필요하고 틈틈이 ‘메멘토 모리’를 복창해야 하는지 모른다. 참모들도, 비 오면 비단우산만 쓰려 하지 나막신 신고 나서려는 사람이 없다. 선정은 지도자가 뒷북 아닌 앞북을 칠 때 가능하다.
그래서인가, 노 전 대통령의 충남 민심탐방은 황혼 무렵에야 날개를 펴기 시작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잠깐 연상시킨다. 낚을 민심이 남아 있나를 탐색할 목적이었을까? 이 대통령도 퇴임 후 뒷북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재임시인 지금 심각하게 깨달아야 한다.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의 기준은 여기서 나뉠 것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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