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사이에선 실제 “월동준비 했다”가 “애인 구했다”의 은어처럼 쓰인다. 대전 롯데백화점이 고객들이 월동준비로 무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설문했더니 ‘애인’이라는 응답이 5% 나왔다. 애인이 겨울 의류(39%), 김장(32%), 난방 가전(11%), 이불·카펫(6%)에 이어 어엿한 월동용품이 된 것이다. 나이별로 김장은 40∼50대, 애인은 20대가 많았다.
역시 활기 왕성한 젊음일수록, 남자일수록 옆구리가 되게 시리다는 것을 백화점 통계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담 갈빗대를 빼내 이브를 만든 태초의 얘기를 원용한다면 남자 옆구리가 더 시려야 맞다. 사람과 사람이 이럴 때 시린 옆구리를 녹이며 산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고슴도치처럼 상처받기 싫어 멀리하기도 한다.
고슴도치 두 마리가 너무 추운 나머지 서로 접근했다. 가까이 하면 서로의 가시는 상처를 줬다. 둘은 붙었다 떨어지기를 무수히 반복한 끝에 상처 없이 따뜻한 거리를 찾게 됐다.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가 이것이다. 고슴도치도 가지가지다. 절대 강자로 군림하려는 지배형 고슴도치,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라는 나르시시스형 고슴도치, 자기가 손해라고 여기는 희생양 고슴도치, 호들갑만 떠는 허풍선이 고슴도치, 침묵으로 상대를 질식시키려는 달팽이 고슴도치 등등.
추위가 옆구리에 파고들 때, 유난히 스킨십이 그리운 계절이다. 어떤 조사에는 가벼운 신체 접촉을 경험한 도서관에 이용자가 후한 점수를 줬다는 것이 있다. 절대 조심할 것은 성적인 의도가 깃털만큼도 없고, 정말로 구름같이 가벼워서 인식할 둥 말 둥한 경지여야 한다. 함께 지낸 커플의 생체주기, 자기주기가 점점 일치한다는 견해도 있다. 접촉의 특별한 힘이다.
후끈한 핫팻도 있긴 하지만 도저히 따뜻한 체온에 못 미친다. 그래서 수은주가 내려가면 전 세계 수많은 신문은 데이트 광고로 뒤덮인다. 매춘부가 붉은 머리를 하던 시절의 향수인지, 외국에선 아직도 ‘빨강머리’라는 문구가 효과를 본다. 아무렇든, 이런 유용한 광고를 우리는 왜 이용하지 않나 모르겠다.
화려하고 당당한 싱글들조차 옆구리가 슬슬 시릴 11월, 아침 신문을 펼치자마자 옆구리 시린 청춘들의 광고가 알알이 박혀 있다면 어떨지. “월동준비 같이 하실 분.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사람, 급구.”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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