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가장 특별한 월동용품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가장 특별한 월동용품

  • 승인 2008-11-12 00:00
  • 신문게재 2008-11-13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신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신문지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보온기능도 그 하나. 한데서 잠잘 때, 이불 대용으로 써봤다면 익히 효용을 알 것이다. 한 장 덮는 것과 겹겹이 덮는 것은 온도차가 극명하다. 통풍성, 흡습성도 괜찮고, 만약 한 장씩 펴서 신문 24면으로 덮으면 그럭저럭 보온이 된다.


그러나 비상시 신문지를 옷과 옷 사이에 넣어 잠깐 추위는 속이겠지만 아침저녁으로 오삭오삭 시린 옆구리야 어찌 감출까?

대학생 사이에선 실제 “월동준비 했다”가 “애인 구했다”의 은어처럼 쓰인다. 대전 롯데백화점이 고객들이 월동준비로 무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설문했더니 ‘애인’이라는 응답이 5% 나왔다. 애인이 겨울 의류(39%), 김장(32%), 난방 가전(11%), 이불·카펫(6%)에 이어 어엿한 월동용품이 된 것이다. 나이별로 김장은 40∼50대, 애인은 20대가 많았다.

역시 활기 왕성한 젊음일수록, 남자일수록 옆구리가 되게 시리다는 것을 백화점 통계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담 갈빗대를 빼내 이브를 만든 태초의 얘기를 원용한다면 남자 옆구리가 더 시려야 맞다. 사람과 사람이 이럴 때 시린 옆구리를 녹이며 산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고슴도치처럼 상처받기 싫어 멀리하기도 한다.

고슴도치 두 마리가 너무 추운 나머지 서로 접근했다. 가까이 하면 서로의 가시는 상처를 줬다. 둘은 붙었다 떨어지기를 무수히 반복한 끝에 상처 없이 따뜻한 거리를 찾게 됐다.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가 이것이다. 고슴도치도 가지가지다. 절대 강자로 군림하려는 지배형 고슴도치,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라는 나르시시스형 고슴도치, 자기가 손해라고 여기는 희생양 고슴도치, 호들갑만 떠는 허풍선이 고슴도치, 침묵으로 상대를 질식시키려는 달팽이 고슴도치 등등.

또 더러는 다가가서 체온을 느끼고 싶어도 상처가 두려워 지레 멀리하거나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지만 날카로운 바늘에 찔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어쩌면 일정한 이격거리 두는 관계가 뭇사람의 사랑일 것이다. 지난밤에 외부에서 기사가 필요해서 받았더니 편집기자의 메일에 따스한 글이 붙어 다니고 있었다. ‘햇살 가득한 날, 투명한 유리병에 햇살 가득 담아두고 싶습니다. 그대 마음 흐린 날 드릴 수 있도록….’

추위가 옆구리에 파고들 때, 유난히 스킨십이 그리운 계절이다. 어떤 조사에는 가벼운 신체 접촉을 경험한 도서관에 이용자가 후한 점수를 줬다는 것이 있다. 절대 조심할 것은 성적인 의도가 깃털만큼도 없고, 정말로 구름같이 가벼워서 인식할 둥 말 둥한 경지여야 한다. 함께 지낸 커플의 생체주기, 자기주기가 점점 일치한다는 견해도 있다. 접촉의 특별한 힘이다.

후끈한 핫팻도 있긴 하지만 도저히 따뜻한 체온에 못 미친다. 그래서 수은주가 내려가면 전 세계 수많은 신문은 데이트 광고로 뒤덮인다. 매춘부가 붉은 머리를 하던 시절의 향수인지, 외국에선 아직도 ‘빨강머리’라는 문구가 효과를 본다. 아무렇든, 이런 유용한 광고를 우리는 왜 이용하지 않나 모르겠다.

화려하고 당당한 싱글들조차 옆구리가 슬슬 시릴 11월, 아침 신문을 펼치자마자 옆구리 시린 청춘들의 광고가 알알이 박혀 있다면 어떨지. “월동준비 같이 하실 분.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사람, 급구.”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