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앞당겨 겨울을 맞고 있다. 바다 건너선 ‘미국 노무현’ 오마바가 대통령에 당선돼 인생의 봄날을 맞았다. 이쪽은 오바마에 닿는 인맥이 없어 징징거리고, 아이러니하게 김 최고위원도 오바마와 ‘통(通)’하는 인사로 거명된다. 오바마와 대면했고 그를 초청하는 작업을 추진했다는 인연이다.
당연히 이것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원외의 ‘김민석’ 잡듯 하면 성할 사람 누구며, ‘이재오’는 뭔 돈으로 미국에서 여행하고 집세 내고 밥 먹었는지 다 조사할 거냐는 식으로 김 최고위원은 항변한다. 안쓰럽지만 혐의가 포착된 이상, “법대로 하겠다”는 검찰을 지켜보는 수밖에, 뭘 더 깐족이겠는가.
김 최고위원과 관련해서는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 받는 것은 청렴을 해치는 것이 되고…”라는 그 앞구절이 생각난다. 그가 청렴한 덕을 해쳤는지는 논외로 하겠다.
특별한 선물 속에 은밀한 의미가 담겼다면, 커피 한 잔도 뇌물이다. 자랑할 일 아니로되 그런 염두 하에 종일 엎드려 논설과 칼럼을 쓴다. 사랑과 질투, 칭찬과 아부처럼 선물과 뇌물은 한 끗 차이가 많다. 영어 ‘브라이브(bribe)’는 중세만 해도 ‘뇌물’과 동시에 ‘선물’로도 쓰였다. 쉽게 극복 안 되는 ‘대가성’ 한 끗도 있다. 과연 한 끗 차이였는지, 김 최고가 모자랐나 검찰 수사가 지나쳤냐는 시비의 종착역인 법에서 가릴 영역이다. 맹자가 대의로 판단했다면 판사가 법리로 판결하면 되는 경우다.
또다시 ‘어떤 경우인가’에 직면하며 겨울 아니, 입동을 맞는다. 충청 이북에선 ‘입동 전 가위 보리’라 했다. 이때쯤 보리 싹이 가위처럼 두 잎 나야 농사가 된다는 속담이다. 그리고 인용하다 만 맹자다.“죽어도 되고 죽지 않아도 될 경우에 죽는 것은 되레 용기를 해치는 것이 된다.” 우리 모두, 겨울이 온다고 미리 떨 것은 없다. 겨울 보리같이 꿋꿋해야 한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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