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김민석, 오바마, 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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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김민석, 오바마, 입동

  • 승인 2008-11-06 00:00
  • 신문게재 2008-11-07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입동이 왔단다. 중국 화북지방에 따른 절기라 우리 계절현상과 편차가 있지만 적설(積雪)과 한월(寒月)의 겨울에 성큼 다가선 것은 사실이다. 겨울 이미지에 맞는 문인화 액자가 깨져 화랑에 맡길까 했더니 누가 만류한다. ‘동천년로 항장곡 매일생한 불매향(桐千年老 恒藏曲 梅一生寒 不賣香)’구절이 내키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동은 천년을 묵어도 제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그 향을 팔지 않는다는 시구다. 식구의 말인즉, 고매한 시 구절이나 주야장천 모셨으니 부자 될 새가 있느냐는 조크였다. 팔 향기나 있었나? ‘향기’를 말하자니 면면들이 지나간다. 수뢰 혐의를 받은 재건축조합장 교수, 단속정보 알려주다 덜미잡힌 경찰관, 구속된 KT 남중수 사장… 죽 나열하자니 수렁에 빠진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스쳐간다.

그는 지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앞당겨 겨울을 맞고 있다. 바다 건너선 ‘미국 노무현’ 오마바가 대통령에 당선돼 인생의 봄날을 맞았다. 이쪽은 오바마에 닿는 인맥이 없어 징징거리고, 아이러니하게 김 최고위원도 오바마와 ‘통(通)’하는 인사로 거명된다. 오바마와 대면했고 그를 초청하는 작업을 추진했다는 인연이다.

당연히 이것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원외의 ‘김민석’ 잡듯 하면 성할 사람 누구며, ‘이재오’는 뭔 돈으로 미국에서 여행하고 집세 내고 밥 먹었는지 다 조사할 거냐는 식으로 김 최고위원은 항변한다. 안쓰럽지만 혐의가 포착된 이상, “법대로 하겠다”는 검찰을 지켜보는 수밖에, 뭘 더 깐족이겠는가.

지난 일이 됐지만, 돈선거로 물러난 최준섭 전 연기군수의 선고공판에서 대전지법 김재환 부장판사가 정리한 맹자 한 토막이 튀어나온다. 인유불위야이후(人有不爲也而後)에 가이유위(可以有爲)니라. 요컨대 최 전 군수가 사람이 안 할 일 먼저하고 군수 직분을 구했으니 큰 잘못이라는 것. “…줄 만하기도, 주지 않을 만하기도 할 때 주면 은혜의 덕을 손상시키는 것”이라는 다소 애매한 말씀도 인용했었다.

김 최고위원과 관련해서는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 받는 것은 청렴을 해치는 것이 되고…”라는 그 앞구절이 생각난다. 그가 청렴한 덕을 해쳤는지는 논외로 하겠다.

특별한 선물 속에 은밀한 의미가 담겼다면, 커피 한 잔도 뇌물이다. 자랑할 일 아니로되 그런 염두 하에 종일 엎드려 논설과 칼럼을 쓴다. 사랑과 질투, 칭찬과 아부처럼 선물과 뇌물은 한 끗 차이가 많다. 영어 ‘브라이브(bribe)’는 중세만 해도 ‘뇌물’과 동시에 ‘선물’로도 쓰였다. 쉽게 극복 안 되는 ‘대가성’ 한 끗도 있다. 과연 한 끗 차이였는지, 김 최고가 모자랐나 검찰 수사가 지나쳤냐는 시비의 종착역인 법에서 가릴 영역이다. 맹자가 대의로 판단했다면 판사가 법리로 판결하면 되는 경우다.

또다시 ‘어떤 경우인가’에 직면하며 겨울 아니, 입동을 맞는다. 충청 이북에선 ‘입동 전 가위 보리’라 했다. 이때쯤 보리 싹이 가위처럼 두 잎 나야 농사가 된다는 속담이다. 그리고 인용하다 만 맹자다.“죽어도 되고 죽지 않아도 될 경우에 죽는 것은 되레 용기를 해치는 것이 된다.” 우리 모두, 겨울이 온다고 미리 떨 것은 없다. 겨울 보리같이 꿋꿋해야 한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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