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순욱 정치팀 |
게임의 순번을 정할 때나 밥내기를 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곧잘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곤 한다. 이때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곧잘 등장하는 것이 ‘더도 덜도 없이 꼭 세 번’이라는 뜻의 ‘삼세판’ 룰이다.
세 번째 연기군수 선거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더 이상의 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이 때문에 각 후보들은 자신의 ‘청렴성’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고 행여 ‘사네판’이 될까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제기된 유력 후보의 재산신고 채무누락 의혹은 급기야 선거 후 당선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으로 이어져 결국 사네판의 가능성을 남기고 말았다.
삼세판이 될지 사네판이 될지는 검찰의 수사결과와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어 예단할 수 없지만, 군민들이 전례 없는 세 번의 선거를 치르고도 사네판의 가능성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삼세판과 세 번째 군수선거의 의미를 억지로 엮어내고 싶지는 않으나 삼세판처럼 깔끔하고 화끈한 승부를 기대했던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선거에서의 정책경쟁은 각 후보 공보물에 들어앉은 행정도시 중심의 천편일률적 정책공약을 넘어서지 못했고, 기자회견과 거리유세를 통한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와 그로 인한 사네판의 가능성만이 덩그러니 남고 말았다.
어느 식당에서 “세 번째 선거인데 (결과를)어떻게 보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은 커녕 “아주 지겨워 죽겠소”라며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이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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