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는 만수를 한 방에 얼어붙게 한 만수 아버지의 친절한 멘트가 있다.“우리 만수 남대문 열렸네.” 경제가 엉망진창이 될수록 기획재정부 장관 강‘만수’와 광고 중의 ‘만수’가 선명히 겹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발 금융위기에 강 장관이 “잘 대처하고 있다”가 12.8%,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62.5%였다. 종잡기 힘든 그의 어록을 분석하고 나면 10%를 넘겼다니 용할 정도다. 은행 간 거래에 대한 지급보증에 대해 아시아 국가는 그럴 필요까지 없다 하더니 5일만에 변덕을 부려 1000억 달러 규모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 대책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일례다.
그는 또 ”IMF 때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해 주가 폭락의 방아쇠를 당겼다. 증권시장은 지푸라기 하나 실으면 낙타 등짝이 휠 지경이고 패닉 상태인 금융시장에서도 지퍼 안은 빤하다. 이러다 내수 살리자고 윤전기 돌려 돈 찍자 하게 생겼다. 환율 정책은 거꾸로 손댔다. 고용은 축소 안 돼 다행이다. 그러고도 지퍼 열렸음을 고하는 언론과 대외 환경 요인 타박만 한다. 수치심을 아는 TV 속 ‘뻘쭘한’ 만수와는 많이 다르다. 원래 팬티 벗고 달려드는 도깨비엔 부적을 써 붙여도 효험이 없다던가.
하다못해 고장난 지퍼에 양초 칠하는 응급조치도 못해 생기는 고통은 현실에서 출발해 현실에 닿아야 할 국민 몫, 서민 몫이기 때문이다. 불신의 이미지는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지퍼 열린 만수의 실체처럼 고착적이고 질펀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안 보이는 이유는 애초에 그 손이 없어서는 정말 모른다. 시장은 ‘우리 만수’를 철저히 못 미더워하고 남대문은 열려도 너무 열렸다.
다시 진전된 생활영어로 간다. 만수야, 남대문 활짝 열렸다(Mansu, Your fly is wide open). 감상적이고 환상적인 소리가 안 통하는 시장에서 남대문뿐 아니라 대한민국 곳간이 확 젖혀질지 마냥 두렵다.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 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남대문놀이, 그 12시의 두근거림마저 사라진 황량한 시장에서는.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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