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남대문이 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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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남대문이 열렸네

  • 승인 2008-10-29 00:00
  • 신문게재 2008-10-30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바지의 지퍼를 덮는 부분을 영어로 플라이(fly)라 한다. 유어 플라이 이즈 오픈(Your fly is open)은 “남대문 열렸다”는 뜻이다. 지퍼를 확인하라 하려면 와치 유어 플라이(Watch your fly), 또는 이그재민 유어 지퍼(Examine your zipper)라고 쓰면 된다. 줄여서 엑스와이지(XYZ).


지금 말하려는 것은 불타 버린 숭례문(남대문)이 아니다. 바지의 플라이(fly) 부분, 주로 남자 바지에서 지퍼가 벌어졌을 때의 틈새다. ‘남자+대문’으로, 국보 1호 남대문의 위치라든지 상징성과 가치가 약간 성적으로 범벅된 문(門)이다. 남대문이 열려야 서울 도성이건 지퍼 안의 소중한 무엇이건 볼 게 아닌가!

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는 만수를 한 방에 얼어붙게 한 만수 아버지의 친절한 멘트가 있다.“우리 만수 남대문 열렸네.” 경제가 엉망진창이 될수록 기획재정부 장관 강‘만수’와 광고 중의 ‘만수’가 선명히 겹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발 금융위기에 강 장관이 “잘 대처하고 있다”가 12.8%,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62.5%였다. 종잡기 힘든 그의 어록을 분석하고 나면 10%를 넘겼다니 용할 정도다. 은행 간 거래에 대한 지급보증에 대해 아시아 국가는 그럴 필요까지 없다 하더니 5일만에 변덕을 부려 1000억 달러 규모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 대책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일례다.

그는 또 ”IMF 때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해 주가 폭락의 방아쇠를 당겼다. 증권시장은 지푸라기 하나 실으면 낙타 등짝이 휠 지경이고 패닉 상태인 금융시장에서도 지퍼 안은 빤하다. 이러다 내수 살리자고 윤전기 돌려 돈 찍자 하게 생겼다. 환율 정책은 거꾸로 손댔다. 고용은 축소 안 돼 다행이다. 그러고도 지퍼 열렸음을 고하는 언론과 대외 환경 요인 타박만 한다. 수치심을 아는 TV 속 ‘뻘쭘한’ 만수와는 많이 다르다. 원래 팬티 벗고 달려드는 도깨비엔 부적을 써 붙여도 효험이 없다던가.

이러는 사이, 국제 투기세력들은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고루 충족한 우리에게 “만수야 한 판 붙자”고 덤비지만 저 거동 좀 보소. 아마추어의 헛발질만 날려 남대문 틈새만 벌리고 있다. 지퍼가 실수로 안 올려졌건 저절로 내려갔건, 국민의 마음 다발엔 지퍼 단속 못하는 ‘만수 경제팀’에 대한 회의와 불안이 알알이 박혔다. 그래서 새 지퍼로 교체(=경제팀 교체)하라는 것이다.

하다못해 고장난 지퍼에 양초 칠하는 응급조치도 못해 생기는 고통은 현실에서 출발해 현실에 닿아야 할 국민 몫, 서민 몫이기 때문이다. 불신의 이미지는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지퍼 열린 만수의 실체처럼 고착적이고 질펀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안 보이는 이유는 애초에 그 손이 없어서는 정말 모른다. 시장은 ‘우리 만수’를 철저히 못 미더워하고 남대문은 열려도 너무 열렸다.

다시 진전된 생활영어로 간다. 만수야, 남대문 활짝 열렸다(Mansu, Your fly is wide open). 감상적이고 환상적인 소리가 안 통하는 시장에서 남대문뿐 아니라 대한민국 곳간이 확 젖혀질지 마냥 두렵다.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 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남대문놀이, 그 12시의 두근거림마저 사라진 황량한 시장에서는.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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