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말에 미운 놈 보려면 술장수 하라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청소년들이 이 ‘미운 놈’ 대열에 끼려 한다. 술 소비량 세계 2위인 나라답게 의료비와 생산성 감소 비용 등 술로 인한 손실액은 동탄, 판교, 김포 신도시 건설 비용(20조원)과 맞먹는다 할 정도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음주 연령이 12, 13세로 낮아지는 추세이고, 급기야 14일 국정감사장에서까지 청소년 음주의 심각성이 거론됐다.
술은 어른 앞에서 배우라는 말의 허구성을 나타내는 실증적 자료가 있다. 언젠가 대전시교육청이 표본조사했더니 대전시내 초등생 둘 중 한 명 꼴(52.4%)로 술을 마셔봤다 한다. 국내 중·고생 전체 음주 경험 59.7%에 비해도 수치가 높다. 음주 장소로는 집이 많았는데(34.6%) 부모나 친척의 권유로 홀짝거린다는 말씀. 그러나 술은 최소한 20세 이후 마셔야 한다. 바른 생활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로.
주목할 사실은 알코올성 지방간·간염·간경변을 보유한 10대 청소년이 작년 기준 5만6354명이라는 점이다. 금산군 인구를 얼추 뒤쫓는 숫자니, 웃을 일도 아니다. 10년 동안 날마다 소주 1병씩 쏟아 넣어야 걸리기 쉬운 질병에 자녀들이 노출됐는데, 이래도 주도(酒道) 따위 가르친답시고 무모한 술잔을 안길 것인가. 우리도 유배지의 정약용 선생이 둘째아들에게 했던 것처럼 술 끊으란 잔소리를 해대는 수밖에 없다.
―네 형이 왔기에 시험삼아 술을 마시게 했더니, 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더구나. 그래서 동생인 너의 주량을 물었더니, 너의 형보다 배(倍)도 넘는다 하더구나. 어찌하여… 술만은 이 애비를 넘느냐.… 너에게 빌고 비노니, 술을 입에서 끊고 마시지 말도록 하여라.
참으로 자식 앞에 장사 없다.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고 생각한 다산다운 편지 글이다. 자식농사 마음대로 안 되지만 필자는 약간 고지식하게 가르친다. 얘들아, 술 안 마시는 일에서는 아방가르드(전위대)가 되고 인디사이더(독립문화인)가 되더라도 괜찮다. 술은 이다음 술술 넘어갈 때까지 참아야 하느니라. 담배는요? 그것도 다음이다. 담에 배우라 해서 담배니라, 고.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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