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스님 독경법회.700m 떡 절단식 등 행사
종교.문화 등 정신적 쉼터로의 사찰 운영
남 속이면 오히려 해… 바른 인식 가져야
국보 49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손꼽히는 예산 수덕사 대웅전이 건립된 지 700년을 맞아 오는 18일 대웅전 건립 700주년 기념법회를 갖는다. 정면 3칸. 주심포의 맞배집으로 단정하게 지어진 대웅전은 숭례문보다 100년이나 더 나이가 든 소중한 우리 지역 문화유산이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아름답고 간결한 건축미를 갖고 있고, 특히 측면 가구의 아름다움으로 정평이 나있는 수덕사 대웅전 건축 700돌을 맞아 수덕사 주지 옹산 스님으로부터 대웅전 건립 700주년을 맞는 감회와 법회 내용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사람은 100년을 살면 많이 산다고 하는데 700년을 지났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지요. 700년동안 원형을 보존하는 것은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 저녁 달은 내일도 보지만 똑같은 달빛은 볼 수 없듯이 옛날분들의 흔적과 정신과 혼을 담아 면면히 이어져온 향내를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수덕사는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백양사와 함께 우리나라 5대 총림입니다. 수덕사의 대웅전은 국보로서뿐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 국민 전체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남대문이 아깝게 소실됐는데 그보다도 100년을 앞서온 목조건물인 수덕사 대웅전은 국보 18호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국보 18호인 안동 봉정사 극락보전과 더불어 현존 목조 건축물중 귀하고 귀한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웅전 700주년 법회때는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17일 오후 6시30분 전야제에서는 충남도립국악예술단 초청공연과 홍성군립무용단 공연, 예산초등학교 관악단 초청공연과 불꽃놀이가 있을 예정입니다. 다음날 대법회는 오전 9시40분부터 시작되죠. 팔만대장경 시조창 후 개식과 함께 100여개 각 사찰 신도들의 동참아래 해군 군악대 반주로 삼귀의례가 이뤄집니다. 반야심경 후엔 향과 초와 백미와 과일과 꽃 등을 공양하는 육법공양을 올리게 됩니다.
이후 수덕사 연혁과 대웅전을 소개할 것입니다. 봉행사와 대회사, 축사, 법어, 독경법회후에는 70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떡 절단식이 있는데 이 떡 길이가 700미터에 이르는 장관을 보여줄 것입니다. 요리연구가 선명숙님께 떡을 특별주문했는데 기대해보시지요. 사홍서원후 2부에서는 12살 소녀 송소희양의 민요창과 8살 소년 정지승군의 각설이 타령이 준비돼 있습니다. 우종심님의 대금반주와 박석순님의 장고반주도 있을 예정입니다.
10월19일부터 11월30일까지는 박물관 특별전시회가 있고 10월17일부터 3일간은 일본 다도회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통차 기능보유자 김의정씨 등이 마련한 다도시음회가 계속됩니다. 여기에 고암 이응로 화백 고택복원 1주년 기념전도 있을 예정입니다.
특히 고암의 제자 금동원 화백의 무자전시회가 10월4일부터 시작돼 19일까지 있게 됩니다. 박물관 특별전에서는 대웅전 700주년을 기념해 고려시대 건축부재와 자료. 건축이 반영된 공예유품을 전시하죠, 일본 나고야 성 박물관에 소장된 대통령 관련 자료를 포함해 200여점의 전시가 있을 예정입니다. 특히 1937년 수리복원 당시 일본 측의 사진 자료 등도 특별전시되죠.
불교적 정체성과 격에 어울리는 행사를 마련했고 수덕사 대중들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스님들이 참석할 것입니다. 많이 오셔서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경허, 만공 스님 등 근대 한국 불교의 큰 스님들이 수행한 공간에서 고려 건축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봄도 의미있지 않을까요?
-불가에 귀의하신 계기와 수행에 대해 설명해주실까요.
▲인생의 근본 진리를 찾기 위해서 불가에 입문했지요.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인생 자체에서 내가 무엇인지 근본진리를 알고 싶었습니다. 나를 잊어버리지 말고 나를 찾고, 내가 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를 안다는 말과 내가 나를 모른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요. 내가 나를 알면 일에 그르침이 없습니다. 모르니까 일을 그르치는 것이죠.
내가 나를 알면 그 진리는 깨끗한 것입니다. 탐심내고 진심내고 어리석고 그게 인생인줄 아는데 그것은 근본진리가 아닙니다. 근본진리와 깨끗한 진리를 찾기 위해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서로 다투고 오해하고 질투하는 것은 다 나 위주의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탐진치를 없애기 위해서는 마음을 낮추는 하심을 가져야 합니다. 수행하면 탐진치가 해결됩니다. 수행하는 것은 이 세상을 옳게 사는 법이고 이는 바로 내가 만족하는 것입니다.
욕심이 한량 없어 만족할 줄 모르고 증오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그러다보니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번뇌망상이 그치지 않고 연달아 일어나게 되죠, 이것을 중생이라 하는데 이 중생을 잠재우기 위해 수행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이게 근본이죠. 중생을 잠재우는 것이 무엇인가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상대방에 대해 화내는 마음이 없으면 행복한 것입니다. 다른 대상을 공경할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죠. 화나는 마음이 있을때 그 마음을 부처님께 바치십시오. 마음의 근본자리를 찾고 깨달으면 부처가 됩니다.
-덕숭산 수덕사에 관련된 전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홍주마을에 어느 훌륭한 가문의 수덕 도령이 살고 있었습니다. 수덕 도령이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터의 먼 발치에서 한 낭자를 보고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됐답니다. 수덕 도령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상사병에 걸려버렸지요. 수소문끝에 그 낭자가 건너마을에 혼자 사는 덕숭낭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청혼을 했지만 여러 번 거절당했답니다.
수덕 도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끈질기게 청혼했죠. 마침내 덕숭낭자는 자기 집 근처에 절을 하나 지어 줄 것을 조건으로 청혼을 허락했답니다. 수덕 도령은 기쁜 마음으로 절을 짓기 시작했죠. 그러나 수덕도령은 탐욕스런 마음을 버리지 못햇기 때문에 절을 완성하는 순간 불이 나서 소실됐답니다. 이에 수덕도령이 다시 목욕재계하고 예배후 절을 지었지만 이따금씩 떠오르는 낭자 생각 때문에 다시 불이 일어 완성하지 못했지요.
수덕도령은 두번의 실패끝에 세 번째는 오로지 부처님만을 생각한끝에 절을 다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낭자는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허락했지만 수덕도령이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답니다. 하지만 이를 참지 못한 수덕 도령이 덕숭낭자를 끌어안는 순간 뇌성벽력이 일면서 낭자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낭자의 한쪽 버선만이 쥐어져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바위로 변하고 옆에는 버선모양의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 꽃을 버선꽃이라 했죠. 낭자는 관음보살의 화신이었던 겁니다. 이후 수덕사는 수덕 도령의 이름을 따고 산은 덕숭낭자의 이름을 따서 덕숭산이라 해서 덕숭산 수덕사가 되었다는 전설이지요.
-수덕사 주지로 부임하신지 1년반이 되셨는데 앞으로 수덕사를 어떤 사찰로 운영해가고 싶으신지요.
▲수덕사는 종교만 있는 절이 아니라 문화와 이슈가 있는 절입니다. 문화와 예술의 공간이란 점에서 정신적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사람들이 미국을 가고 로마를 가는 것은 이 곳에 문화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유 산출국인 부자 나라 사우디에 문화가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덕사는 21세기의 자원적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혜택을 누리려고 관람료를 내고 음식을 사먹죠. 수덕사는 21세기 문화의 공간으로서 고암 이응로 선생 고택을 매입해서 선미술관을 지었죠.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선미술관을 접하면서 그림을 관람하게 되죠. 좋은 그림을 느끼고 마음이 좋아지면 이 역시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수덕사 대웅전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요.
▲수덕사 대웅전은 건축예술이 단조롭고 우아하고 간결합니다.과거 백제시대에는 회현법사가 법화경을 설한 도량이기도 합니다.
수덕사는 선도량으로서 선을 강조하죠. 200명 대중이 운집해서 사는데 간결하고 단아하고 우아스러운 건축예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수덕사 대웅전이 아주 단조로우면서도 우아스럽게 보이는 것은 덕숭산의 자랑입니다. 산중과 맞아 떨어지는 조화를 느낄 수 있지요.
- 수덕사 1409년 개산대제와 대웅전 건립 700주년 기념 1천 스님과 사부대중 법화경 독경대법회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부처님께서 49년간 설법하시면서 화엄경을 설하시고 아함경을 설하시고 반야경을 설하시고 법화경을 설하시고 열반경을 설하셨는데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여 이 세상에 오신다 할 정도로 법화경 28품중 수량품 1품을 25분간 사부대중의 운집속에 하게 되는 법화경독경볍회는 웅장하고 성대한 독경의식이 될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1천 스님과 사부대중이 함께 법화경 여래수량품을 독경하면서 국민의 흩어진 정신을 한 곳으로 모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독경의식은 마치 철새가 태평양 바다를 수천마리 떼지어 나가는 군중심리와 같은 것입니다. 새가 여러마리 합쳐 나가는 압력에 의해 바다로 건너 나가는 것처럼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고 물자에 치우쳐 있는데 국내외 흩어진 명망을 한군데로 모아서 국태민안하고 나라가 발전되는 원력으로 경전을 독경해야 되는 것입니다. 600년된 숭례문도 하룻밤에 재로 변하는데 700년동안 온갖 전란에도 꿋꿋이 버틴 대웅전처럼 한마음으로 부처님 말씀을 읽으면서 흩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옹산 스님은 20대 초반에 수덕사로 출가하셨지요. 대웅전에 대해 느끼는 감회도 남다르시겠습니다.
▲예, 그때 만난 대웅전의 첫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수덕사에 들어서자 대웅전 하나만 눈에 들어오던 생각이 납니다. 첫 인상에도 웅장하기보다는 아담하면서도 간결한 느낌이었고 그 앞에 서자 정면에 너른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모습을 잊을 수가 없네요.
오랜 세월동안 변함없이 꿋꿋하게 서있는 대웅전의 뛰어난 조형미는 한국 목조 건축물중 백미중 백미입니다. 수덕사 뒷산인 덕숭산은 해발 495.2 미터입니다. 덕숭산에 올라 멀리 바라보이는 예산의 넓은 들판을 바라보고 677미터에 이르는 가야산을 감상하면서 곳곳에 널려 있는 각종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들을 접해보심도 좋을 듯 합니다. 수덕사 인근엔 비구니들의 수도 도량인 견성암이 있고 이 곳엔 비구니들의 총림인 덕숭총림이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시죠.
▲말을 바르게 못하고 거짓말하고 이간질하고 남을 속이는 것은 안됩니다. 바른 인식으로 바른 직업관을 가져야 합니다. 장사를 하더라도 적정한 이윤을 취해야죠. 폭리를 취하면 가보로 돌아옵니다. 거짓말 하면 오히려 손해가 돌아옵니다. 건전한 생각으로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좋은 기대를 바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마음속에 함부로 분수 이외의 것을 바라지 말고 건전한 마음, 깨끗한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상대방을 생각하고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원력은 좋은 생각과 좋은 뜻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자비는 사랑하는 마음이고 같이 슬퍼하는 마음입니다. 사랑보다 한수위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생각하는 바가 있어 출가해서 수행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어머니는 안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랑인줄 아는데 어머니의 생각은 욕심이자 탐욕입니다. 바로 탐진치인거죠.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해야합니다. 이웃이 땅을 사면 배아파할 게 하니라 `부자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잘 살으니 얼마나 좋은가. 참 잘됐네` 이렇게 생각하는게 자비입니다. 칭찬해주는 공식도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자기에게 복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점을 찍어줘야 됩니다.
점을 찍는 가운데 복이 생기는 것이죠. 부처님의 자비 사상은 바다와 같습니다. 무궁무진해서 다 표현 할 수 없는 그 이상입니다. 불교는 사람 마음입니다. 사람 마음을 깨달으면 바로 부처입니다. 불교는 흥하고 망하는게 없습니다. 불경은 그대로 남습니다. 도덕과 인간의 근본을 생각하길 권합니다. /대담, 정리=한성일 사회단체팀장 hansung007@joongdoilbo.co.kr 사진=김상구 기자
[옹산 스님약력]
▲예산 수덕사에서 혜암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비구계 수지 ▲경기도 용주사에서 고암스님을 계사로 보살계 수지 ▲동국대 교육대학원 철학교육과 수료 ▲경기도 망월사외 30안거 성만 ▲제7교구 본사 수덕사 총무국장 ▲대한불교조계종 재심호계위원 ▲제7교구 향천사 주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충남경찰청 경승지단장 ▲ 제7교구 본사 수덕사 주지 ▲ 고암 이응노 화백 기념사업회 이사장 ▲신일본 도서전 특선 수상 서예개인전 3회 ▲서울올림픽기념전(홍성문화원) ▲육군화랑 호국사 현판 휘호 한국선서화 책표지 휘호 ▲수필집‘빈산에 사람없어도 꽃은 피고 물 흐르더라`, `홀로 허허 웃는 달`, `산중산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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