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대중 앞에 벌거벗겨 세우는 안티 1명이 나머지 인류 전체보다 무섭다. 뉴스 게시판 이용자 120만명을 분석했더니 악플러가 750명 정도였다. 이 750명이 독무대로 온 국민을 쥐락펴락한다.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우리같이 글쟁이들은 밥이다. 본지 사진부장도 한반도 모양 구름 사진으로 상을 탔다가 댓글 연못의 개구리 신세가 되어 돌을 맞아야 했다. 용두동 하늘에 걸린 십자가가 화근이었는데, 그럼 교회 십자가라도 떼고 찍으란 말인가.
이성에 앞서, 사람은 감정을 지녔다. 화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겁에 질리면 창백해지며 싫은 사람이 닿으면 피부가 알고 싫다 한다. 주먹이 근질거린다 하는데, 초조하고 울분을 느끼면 가려움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키보드가 바다도 가른다고 믿는 악플러가 멋대로 휘돌아다니다 편히 잠든 사이, 목석이 아닌 피해자들은 댓글을 읽고 밤새 괴로워한다.
희망이 안 보이는 암울한 인생 밑바닥을 ‘막장’이라 한다. 생산적인 토론과 숙의를 가로막고 건전한 여론 형성을 뭉그러뜨리는 막장문화는 갈 데까지 갔다. 공론장(公論場) 개념을 현실에서 구현하리라던 위르겐 하버마스의 믿음도 물건너간 상태다. 자정과 성찰성에 기대기에는 이미 어려워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끝을 찾는 이유는 처음으로 돌아가자 함이 아니던가. 잘못된 뒤집기문화는 다시 뒤집혀야 한다. 국정감사장에서 악플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매 때마다 논점이 빗나가고 있어 안타깝다. 어떻게 해서 어두운 밀실에서 팔랑이는 비몽사몽의 나비들을 밝은 광장으로, 안전한 청산으로 인도하느냐의 목적의식이 빠졌다. 따지고 보면 이건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도 아니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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