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삶으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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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초대석]유흥식 라자로 주교 천주교 대전교구장

  • 승인 2008-10-06 00:00
  • 신문게재 2008-10-07 11면
  • 대담.정리=한성일 기자대담.정리=한성일 기자
초기 한국교구 절반 대전에… 천주교 못자리
12일 대전교구 60년 기념 4만성도 감사미사
한끼 100원 나눔운동… 불우 이웃돕기 앞장
‘한국 카리타스’ 통한 북한동포 직접 지원도


천주교 대전교구청이 오는 12일 대전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월드컵경기장에서 4만여명의 신도들이 모인 가운데 감사미사를 갖게 된다. 이에 교구청에서 유흥식 라자로 주교를 만나 천주교 대전교구 설정 60주년을 맞는 감회와 대전교구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천주교 대전교구 설정 6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천주교 대전교구의 설립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시지요.

▲한국천주교회는 이승훈이 세례받은 1784년을 그 원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교회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한국천주교회는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로 시작되어 박해 속에서도 성직자 영입운동을 하는 등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초기교회의 모습을 갖추어가게 됩니다.

초기교회의 기틀이 마련되자, 1861년 당시 조선의 최고 교회지도자였던 베르뇌 주교님은 조선을 여덟 개 지역으로 나누고 선교사를 파견하는데, 그 중 네 곳은 현재 충청남도와 대전을 포함하는 우리 대전교구의 관할 지역이었어요. 즉 초기 한국천주교회 교세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이 대전교구에 자리하고 있었던 거지요. 이처럼 한국천주교회의 못자리라 할 만 한 곳이 우리 지역, 특히 내포지역이었습니다.

조선교구 설정 후 처음으로 들어온 모방신부님도 가장 먼저 내포지역에서 활동하셨고,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인 신부인 김대건 신부님과 두 번째인 최양업 신부님이 우리 고장 출신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오랜 박해와 성직자 부족으로 대전교구가 다소 늦은 1948년에야 시작되었지만 하느님의 은총을 많이 받은 지역이라 할 수 있죠.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께서 제4대 대전교구장이신데, 역대 교구장님들과 대전교구가 걸어온 길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1948년 비오 12세 교황님의 명에 따라 첫 대전교구장이 되신 원형근 주교님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 외방 전교회`소속 사제로 한국에 파견되어 봉사한 분입니다. 당시 역사적 혼란기와 한국전쟁을 맞으면서 입은 민족적 상처의 치유를 위해 성모병원을 세우고 ‘학교법인 대지학원`을 설립하여 지역민의 계몽에 앞장서셨습니다.

제2대 교구장이신 황민성 주교님은 세상의 빛으로 살아야 할 평신도 위상 강화를 위해 힘쓰셨고 당진 솔뫼, 서산 해미, 보령 갈매못, 청양 다락골 등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유적지의 성역화를 추진해 순교자의 고장인 우리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하셨죠. 제3대 교구장이신 경갑룡 주교님은 늘어나는 신자와 지역사회 복음화를 위해 많은 본당을 신설하고 소외된 농촌지역을 위해 지도자학교를 개설했습니다.

특히 성직자 육성에 힘을 기울여 1993년 ‘대전가톨릭대학교`를 설립하고 전파를 통한 복음화를 위해 ‘대전평화방송`을 개국하는 등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교구설정 초기에 14개 본당, 19명의 성직자와 1만8000여명의 신자수로 시작한 대전교구가 2004년 말 본당 107개, 236명의 성직자와 22만 여명의 신자수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선임자들이 놓아주신 든든한 반석위에서 제가 2005년 4월 1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제4대 대전교구장으로 임명을 받았습니다.


- 60주년을 맞는 올해에 주교님과 대전교구가 한 일들과 또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교구 설정 60주년을 뜻 깊게 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한 해였어요. 우리 교구의 많은 순교성지들을 직접 찾아 걸으며 그 분들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여덟 차례에 걸쳐 도보로 순례를 했지요. 또 각기 특색있는 그 성지들의 성격에 맞는 문화 피정(避靜)도 하는 중이예요. 이런 체험을 위한 내적 준비로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옮겨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 열매를 위해 ‘1313 운동`이라 부르는 ‘한끼에 100원 나눔 운동`을 통해 모아진 정성을 전액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고 있습니다. 이 나눔 운동은 작년에 제가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알현했을 때 특별히 축복해 주신 것으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갈 예정입니다. 종교를 넘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10월 12일에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감사미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감사미사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 24만 대전교구 가족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그동안 우리 지역과 역사를 통해 함께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축제의 자리가 10월12일의 감사미사입니다. 되돌아보면 우리 지역에 참으로 어렵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개인의 잘못도 있었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태안 앞바다의 기름유출이라는 아픈 사건이 있었죠. 그럼에도 이웃을 위하며 소중한 사랑과 생명을 나누는 역사도 늘 이어졌습니다. 그런 힘으로 우리가 지금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든 일상사에 함께 기다려주신, 함께 아파해주신, 함께 기뻐해주시며 우리와 생명을 사랑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역사를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감사와 축제의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주교님은 ‘한국 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시며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카리타스가 좀 생소한 말인데요?

▲‘카리타스`(Caritas)는 사랑, 자선, 애덕이란 뜻의 라틴어입니다. 예수님이 남겨주신 사명인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전세계 가톨릭교회의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공식단체로서 한국에 ‘한국 카리타스`가 있는 것이죠. 저는 한국 카리타스를 대표하면서 동시에 아시아를 대표해 교황청 사회복지 위원회 위원으로서의 활동도 하고 있는데 많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물론 많은 긍정적 변화도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북한을 직접 도와줄 수 있는 길이 열려져 있지 않았기에, 한국천주교회는 ‘홍콩 카리타스`를 통해 지원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우리도 한국 카리타스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식량지원은 물론이고 평양에 씨감자 공장을 건설해 식량자립을 돕고 있는데요. 저희는 종교인이기에 굶주리는 북한의 동포들을 계속해서 돕고자 합니다. 이에 대한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정치인과 굶주리는 동포들을 구분하여, 배고픈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건없이 도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카리타스의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 지역에서 대전교구가 운영하는 사회복지 시설은 어디인가요?

▲ 대전과 천안에서 ‘성모의 집`을 운영하며 배고픈 이웃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미혼모 등 사회 소외계층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개별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구조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앞서 언급한 ‘1313 운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 서천군으로부터 복합노인복지단지를 위탁받았는데 가톨릭정신에 따라 모범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천주교는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사회정의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간 천주교 내부에서도 비판이 있을 정도로 배아복제와 낙태 등 생명문제에 대한 일관적인 주장을 해 왔습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무너지면 사회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인간이 인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곳에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 정부가 추진했던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 수입과 환경재앙이 우려되는 대운하 추진에 대해서도 우리교구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신자들이 힘을 합쳐 분명한 반대의 뜻을 평화적인 촛불 문화제를 통해 천명한 바 있습니다. 가톨릭의 정치 참여라기보다는 복음적 시각에서 경제논리에 묻혀버린 생명의 고귀함을 밝히는 것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생명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입니다.


-최근 현 정부의 종교편향 문제와 관련하여 주교님 입장은 어떠신가요?
▲우리 사회의 청정한 목탁 역할을 하시는 스님들과 불자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종교적 갈등없이 지내오던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에 위협받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인데, 이는 상당부분 정치지도자와 공직자들의 지혜롭지 못한 처신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대전불교사암연합회 진철 스님과 대전기독교연합회 이기복 목사님을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저도 종교지도자로서 이웃종교와 만나고 대화하며 중재하는 역할을 계속해 갈 것입니다. 더불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이 상식적인 면에서, 다른 이들을 존중하며 좀 더 지혜롭게 처신해 주시길 바랍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종교의 갈등뿐 아니라 지역의 갈등, 남북의 갈등, 빈부의 갈등이 점점 더 커져가는데, 모든 국민을 아우르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철학과 봉사의 리더십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대전교구민과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어려운 시기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노동자나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에게도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가톨릭교회도 모든 이에게, 특히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이 되도록 삶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는 말씀처럼 우리 모두 주는 삶을 통하여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선종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이 세상에는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만큼 가난한 이도 없고, 받을 것이 하나도 없을 만큼 부자도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려울 때 조금 더 웃어주고, 조금 더 칭찬해 주고, 조금 더 배려해 주고, 조금 더 참고 기다리며 져주고 나눠주는 삶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대담, 정리=한성일 사회단체팀 부장. 사진= 김상구 부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 약력>
▲51년 논산 출생 ▲논산 대건고. 가톨릭대,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 대학원. 교의신학 박사(이탈리아, 로마) ▲79년 사제서품(이탈리아, 로마)▲천주교 대전교구 대흥동 주교좌 본당 수석 보좌신부. 천주교 대전교구 솔뫼 피정의 집 관장. 천주교 대전교구 사목국장 ▲98년 대전가톨릭대 총장 ▲2003년 천주교 대전교구 주교 서품 ▲재단법인 대전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이사장 ▲2005년 천주교대전교구 제4대 교구장 승계 ▲사회복지법인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 이사장 ▲대전충남 종교평화회의 의장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위원 임명(임기 5년) "Cor U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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