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각종 상품을 강제로 판매하는 건 기본이고,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기업들의 자금줄을 붙잡고 있어 숨통이 막힐 정도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충남지역본부가 최근 94개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은행 이용시 겪는 어려움으로 23.4%가 ‘구속성 예금(꺾기) 가입 요구`를 꼽았다. 자금사정이 절박한 기업에 대출을 대가로 예금, 적금, 펀드, 보험 등 판매가 부진한 금융상품을 강매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은행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덕테크노밸리 내 모 제조업체 대표는 “말 그대로, 은행들이 대출을 조건으로 온갖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대출 조건 역시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조사에 응한 기업 중 16.0%는 ‘대출금 일부 상환 후 만기 연장` 때문에 은행을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설비투자 등 사업확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추가 대출이 불가피하지만, 은행들에게 기업들의 사정은 통하지 않는다.
신규대출 거부 12.8%, 추가 담보 요구 11.7% 등의 답변도 많았다. 은행들이 대출해줄 땐 온갖 상품 가입을 요구하지만, 기업들이 어려울 땐 정작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별로는 수출기업이 예·적금, 펀드, 보험 등 꺾기 요구(22.0%), 일부상환 후 만기 연장(19.5%), 추가 담보 요구(14.6%)를, 내수기업은 예·적금, 펀드, 보험 등 꺾기 요구(24.5%), 일부상환 후 만기 연장(13.2%), 신규대출 신청시 대출거부(13.2%)를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앞으로 은행 이용시 예상되는 어려움도 비슷했다.
신규대출 거부가 38.3%로 가장 많았고, 만기연장 거절 38.3%, 일부상환 후 만기연장 33.0%, 기존 신용대출에 대해 담보·보증서 요구(33.0%), 구속성 예금(꺾기)가입 요구 33.0% 등의 순이다. 금융권의 횡포로 현재 기업들이 겪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특히 향후 금융 불안이 지속할 경우 국내 은행 이용시 예상되는 어려움과 이미 겪은 어려움과 비교할 때, 만기연장 거절, 신규대출 거부, 만기 이전 상환요구, 기존 신용대출에 대해 담보·보증서 요구 등의 어려움이 더 많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난 역시 은행의 횡포와 무관치않다.
자금난이 심각한 이유에 대해, 33.3%가 거래은행 리스크 강화를 꼽았다. 리스크 강화를 위해 거래은행들이 대출을 기피(26.7%)하는 것도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기업은 거래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46.7%)를, 내수기업은 거래은행 대출 기피(30.0%)와 거래은행 리스크관리 강화(26.7%)를 꼽았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