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편에는 초가을 바닷가를 찾은 몇몇 가족단위 나들이객과 소금을 뿌리며‘맛`을 잡는 주민들이 있을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삽시도는 ‘섬의 지형이 화살이 꽃인 활의 모양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231가구에 495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곳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태안 앞바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 사고로 보령시 관내 도서 및 연안 중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9개월이 지난 지금은 ‘검은 재앙`의 그림자는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 방제 작업은 진행형이다.
하지만 삽시도 주민들에게 올 여름은 혹독했던 지난 겨울만큼이나 힘든 시기였다.거멀너머해수욕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유류유출 사고 때문에 6개월 이상 고기도 못 잡았는데 올 여름은 피서객이 작년의 절반도 안돼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요즘은 그나마 손녀 응석을 받아주는 재미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삽시도에는 유류출사고 이외에도 태풍이 몰아치면 대천항까지 찾아가 배를 피항시켜야 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술뚱선착장 방파제 보강 작업이 한창 진행됐지만 지난해부터 전면 중단돼 주민들은 올해도 태풍이 오면 배를 육지 쪽으로 피행시켜야 한다.
편무영(55) 삽시도 어촌계장은 “내륙까지 피항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큰 불편을 덜어 좋았는데 아무 기약도 없이 공사가 중단되니 답답하기만 하다”며 “보령시청과 충남도청에 수 차례 얘기를 했지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삽시도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과 낙천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진너머 해수욕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현장 취재를 나온 기자에게 선뜻 잡아온 ‘맛`을 내밀며 “먹고 가라”고 인심을 썼다./최두선.보령=오광연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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