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이철주, 김인중, 김철호, 이종상 |
충남에서 태어나 한국 미술의 거목으로 성장한 유희영, 이종상, 김인중, 이철주 4명의 작가들이 지난 5일 아트센터 알트(카톨릭문화회관 4층)에서 `반세기의 우정`전시 개막행사에 모여 추억을 더듬었다.
유희영 서울시립미술관장이 부산비엔날레 개막 행사에 참석하며 함께 자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각각 프랑스와 서울에서 활동 중임에도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을 함께 보낸 후 각자 뚜렷한 화풍을 선보이며 자리를 확고히 한 이들은 각종 전시에 초대되다 보니 우연히 않게 함께 전시할 기회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루불 동인` 전을 따로 개최한 적은 없다.
전시를 처음 제안한 김인중 신부는 "우리들이 그림을 시작한 지 반세기가 지나 각자 스스로 개척하고 이룩한 자신들의 세계를 함께 선보일 수 있게 된 일이야말로 더 없이 큰 기쁨"이라며 "미술하는 사람을 환쟁이라 손가락질하던 시절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시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종상 독도문화심기 본부장은 "당시는 남녀 고등학생이 어울리면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수업만 마치면 함께 야외스케치를 다녔다"며 "이젤을 들고 야외 스케치를 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도로 측량하러 나온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들보다 1년 후배인 이철주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역시 "선배님들과 함께 한 시절이 생생한데 벌써 반세기가 지났다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고등학교 미술동인회에서 이렇게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는 일은 앞으로도 드물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 미술에 눈을 뜨게 해준 김철호 선생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이종상 화백은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대전고등학교에는 미술시간이 없었다"며 "선생님이 부임하셔서 `나는 너희에게 그림 그리는 기술이나 가르쳐 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사람을 기르러 왔다`고 하신 말씀을 지금도 가슴에 새긴 채 살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신 제자가 국전 심사위원으로 있으면 작품을 제출해 놓고 당선을 바랄 수도 있을 텐데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제자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며 "그만큼 청렴하고 오직 제자들을 위해 헌신하신 분인 만큼 미술인 상을 제정해 추천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날 제자들의 합동전시를 찾은 은사도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철호 선생은 "제자들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제자들을 격려했다.
한편, 이날 전시 오프닝 행사에는 이들과 동창인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함께 해 우정을 과시했고 경갑룡 주교 등 3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이들의 만남을 축하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30일까지 계속된다./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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