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제지본부 등 시설 현대화사업 역점
보안인쇄 시장 성숙기… 해외진출도 역량
급여 1%나눔운동 등 지역사회 공헌노력
전용학 사장은 기자와 앵커를 지낸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이다. 아산에서 태어나 16대 천안갑 국회의원으로 새천년민주당에 몸담은 후 줄곧 정계에서 활동해 왔다. 17대와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그가, 세계 최고의 보안제품 생산기업을 꿈꾸는 한국조폐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전 사장을 만나 향후 공사의 경영방안과 낙하산 논란에 대한 입장,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국민의 기업인 공기업으로서 조폐공사가 지향하고 나갈 방향은 우선, 시대 환경변화에 걸맞게 글로벌하고 진취적인 기업문화로 변화시켜야 한다. 보안제품 생산기업에서 지식 창조형 기업, 글로벌 수준의 보안제품 선도 기업으로 지향점을 변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유대관계 강화와 사회봉사활동 확대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공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해 일관된 정책을 펼칠 것이다.
- 역점 사업이 있다면 밝혀 달라.
▲고액권 사업과 전자여권 사업 등 당면한 국가정책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히, 전자여권 사업은 미국비자면제 프로그램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으로, 국민의 편익 증진에 기여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2009년 상반기 중 발행될 예정인 고액권 사업은 기존 은행권과는 새로운 개념으로 출발한다는 각오로, 디자인에서 위조방지장치 하나하나 철저히 검증해 고품위의 제품이 탄생하도록 직접 챙길 것이다.
가장 역점을 둘 부분은 시설현대화 사업이다. 경산 화폐본부와 대전 ID본부 등은 현대화를 완료했지만, 화폐의 주원료인 부여의 제지본부는 여전히 미비하다. 또 기업이나 조직은 결국 사람이다. 끊임없는 교육을 위해 연수원 건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고액화폐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고액권 화폐가 필요하다는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둘 다 있다.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정부에서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 현재는 실무적으로 내실있게 준비하고 있다. 도안이나 시제품이 완성 단계에 있다.
-구상하고 있는 신사업 분야가 있는가?
▲전자여권 등 ID사업을 수종(樹種)사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우선 전자여권과 같이 위조방지를 봉쇄하기 위해 향후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국가 신분증 제조, 발급 업무를 공사가 통합해 수행할 계획이다.
또 자동차 번호판이 번호 외에 다른 기능을 못한다. 여기에 IT기술을 접목시켜 번호판에 인식기능을 추가하면, 하이패스 기능이 가능할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역량을 쏟을 것이다. 고액권 발행 이후 국내 보안인쇄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돼 해외시장 성장이 필요하다.
- 인사와 조직개편 등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인사는 능력과 업무성과를 중시할 생각이다. 열심히 일한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에 비해 좋은 보직을 받고 승진이나 포상, 교육기회 등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차별적 인사관리를 하겠다.
각 개인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상급자와 동료, 하급자 등에 의한 다면 평가도 확대하겠다.
조직개편과 관련, 내년 상반기에 고액권이 발행됨에 따라 사업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인력의 재배치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한 후 개인별 희망직무를 공모해 엄격한 심사에 따라 적격자가 선발되도록 하겠다.
- 지난해 경상이익 등이 감소했고, 부채도 많이 늘었는데.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등 비용은 증가했지만, 역대 최대의 사업량이었음에도 주사업인 은행권 판매단가를 10~14% 인하했기 때문이다. 2006년도 경상이익률은 12%이었으나, 2007년도에는 7%를 기록했다.
부채가 증가한 것은 새 은행권 사업과 전자여권 발급과 관련된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위해 차입금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2007년도 말 부채비율은 31%에 불과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 정치인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굳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오랫동안 언론계에서 몸담아 일하면서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여론을 수렴해 입법 활동에 반영하고, 중앙당이나 정부에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많이 했다.
공사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은 전문 기술자가 맡고, 사장은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시켜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잘 도와주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과 정부 부처와의 원만한 협조관계 유지, 정부시책을 반영시키는 역할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정치인으로 컴백할 것이란 여론이 우세한데.
▲사장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일단 경영에만 전념하겠다. 다른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조폐공사에서 경영성과를 보인다든지, 주위에서 조폐공사 경영하면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다른 곳에서 일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겠느냐.
-사장은 여권, 감사는 야권 인사다. 마찰 가능성도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인사권자 있기 때문에 감사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사장이 새로 부임해서가 아니라 국정 철학을 달리하는 새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임원에 대해서는 신임을 물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당사자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본다.
알다시피, 사장과 감사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다르다. 감사는 집행부에게서 하는 일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감사와 사장의 사이가 필요 이상으로 좋아서 밀월관계가 된다면 오히려 문제 발생할 수 있다.
- 지역 출신 인재 채용규모는 얼마나 되고, 이들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 1580여 명 중 대전·충청지역 출신 직원은 전체의 38%인 600여 명이다. 또 대전에서 생활하고 있거나 대전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직원은 모두 850여 명에 이른다. 또 올해 신입직원은 모두 12명을 채용했고, 이 중 40%가 넘는 5명이 대전·충청지역 출신 대학 졸업자다.
- 지역사회 공헌 활동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는가?
▲대전지역 초등학생 1200명이 참가하는 KOMSCO와 함께하는 돈 이야기 프로그램과 화폐박물관 이동전시회 프로그램에 연간 8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 장애인과 독거노인 복지시설은 물론, 협력업체와 결혼이민여성 등 소외계층과 보훈가족 등을 대상으로 화폐박물관과 청남대, 대전동물원을 비롯한 주변 볼거리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나눔-113운동은 한 달에 하루 3시간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하자는 운동이고, 봉사의 날 운영은 매월 두 번째 주 토요일 마다 봉사활동을 하자는 운동이며, 1% 나눔 운동은 급여의 1%를 기부하자는 운동으로 전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얘기가 많은데.
▲업무 특성상 외부 사회와 큰 연관성이 적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보안기관이라는 점에서, 유대관계를 맺을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업환경이 변해 IT와 인식기능이 결합한 신제품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로서는 보수적 문화를 다소 대외지향적으로, 열린 기업문화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본사, 화폐박물관과 ID본부가 자리 잡고 있는 대전은 물론 각 본부가 소재해 있는 지역사회에서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다. /대담=백운석 경제팀장, 정리=윤희진 기자, 사진=홍성후 기자
●전용학 사장 프로필
▲생년월일 : 1952년 11월 28일 충남 아산 출생
▲학력 : 천안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경력 : 문화방송(MBC) 기자, SBS 보도본부, 제16대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홍보위원장·대변인, 한나라당 천안갑지구당 위원장·총재특보, 워싱턴 조지타운대 객원연구원, 한나라당 천안갑 당원협의회위원장, 한나라당 18대 천안갑 총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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